<한가위특집> ①'정면돌파' 박근혜 보름달 프로젝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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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나누며 추석 민심 잡고 정국 주도권도 확!

[일요시사=특별기획팀] 추석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 기간에 어떤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10월 재보선의 판세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은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취임 후 처음으로 추석을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의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벌써 한 달이 넘어섰고, 지난 2일 개원한 정기국회는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파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야 간 대립이 길어진다면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정부와 국정원 정국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게 될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추석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가 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어떠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 후 첫 추석명절을 맞이하는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영수회담 성사?
갈 길 멀어

우선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제안한 3자회담은 추석민심을 겨냥한 최대 승부수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귀국보고회 형식으로 직접 국회를 찾아 민주당과 대화하겠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로 현재 여야 정치권은 냉전 중이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이 추석을 전후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전격적으로 회담을 제안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동안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꽉 막혀 버린 정국을 풀기 위해 회담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다자회담이냐 3자회담이냐의 형식을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의 공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정부와 여당에도 부담이 되는 만큼 추석을 맞아 박 대통령이 파격적인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회담에 부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회담에 나선다고 해도 민주당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대통령의 사과 또는 유감표명,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국회 중심의 국정원 개혁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보고회 형식으로 직접 국회를 찾는다는 파격적인 형식을 제안한 만큼 민주당으로서도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할 명분이 부족했다. 결국 민주당은 다음 날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적은 사상 처음이다.

야권과 끝없는 냉전, 영수회담 성사될까?
국민 이목 모을 대형 정책이슈 대기 중?

정부와 여당이 추석을 전후해 국민들의 이목을 끌만한 새로운 대형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취임 6개월을 맞이해 주요성과로 ▲국민행복주택 사업 실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등의 복지정책을 꼽았다. 이 같은 정책들은 비록 야권에선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공약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 134조8000억원 가운데 복지공약에 해당하는 '국민행복' 부문의 소요재원은 무려 79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공약 예산 중 58.8%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아직도 많다는 뜻이다.

추석연휴를 맞이해 박 대통령이 방송 출연과 봉사활동 등 적극적인 대민스킨십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겨울 정도로 '불통' 논란을 겪어왔다. 청와대는 불통 지적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당선인 신분으로 국회를 방문해 야당 대표를 만나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야당 지도부 및 간사단 전원을 초청해 대화를 나눈 바 있는 등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불통'은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방송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추석연휴에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된 KBS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시낭송과 합창 등을 했다. 방송에서 보여준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 파동 이후 크게 훼손된 이미지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한번 대형정책?
국민행복 이룰까?


이 때문인지 이 전 대통령은 2010년에도 김윤옥 여사와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부부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제로 대통령 부부의 특별하고도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했고, 지난 2011년에는 추석연휴를 사흘 앞두고 청와대에서 전문가들과의 방송 대담을 통해 '공생발전'의 국정철학을 설명하고 주요 국정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추석연휴 박 대통령이 봉사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방송출연 등은 준비과정이 복잡한데다 자칫 방송에서의 언행 등이 야권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반면 봉사활동은 큰 파급력은 없지만 논란의 여지가 적고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기간 추석연휴에도 유일한 공식일정으로 양로원 방문을 택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시립고덕양로원을 찾아 노년층 유권자들을 만나 민심을 청취하고 가족 없이 쓸쓸하고 외로운 한가위를 보내는 노인들을 위로했다.

추석 직후 실시될 남북이산가족상봉도 청와대가 추석민심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에 오는 추석 전후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
민심 잡을까?

이후 남북이산가족상봉 협상은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오는 25일부터 실시되는 것으로 일단 확정이 된 상태다. 여전히 장소를 둘러싼 남북 간 이견 등이 남아 있지만 큰 틀에서의 합의가 성사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추석민심을 크게 좌우할 물가안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안전행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를 '추석명절 물가안정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과일·채소·생선 등 31개 추석 성수품을 중심으로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와 함께 안행부는 '물가대책종합상황실'을 운영해 합동점검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소비자단체·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부당요금 징수·사재기 등 불공정 상행위를 집중 점검했다. 특히 물가책임관제를 운영해 17개 시·도별로 주요 간부가 시군구를 전담하고 시·군·구별 직능단체·주민간담회를 실시해 추석 성수품 관련 품목의 가격동향을 집중점검하기도 했다.

봉사활동, 방송출연 등 대민스킨십 강화
인선 발표 코앞? 조용한 추석 보낼 수도

박 대통령이 추석연휴기간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역을 찾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명절연휴 돌아가신 부모님의 묘역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는 특별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사다.

공식적인 묘역 방문은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보진영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일종의 박정희 우상화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이른바 '과거사 사과'를 했었다.

마지막으로 추석을 전후한 청와대의 인사 쇄신도 기대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5일에도 저도에서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오자마자 취임 5개월 만에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비서관 절반을 갈아치우는 파격적인 인사를 발표했다.


추석연휴는 박 대통령이 모처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현재 박근혜정부는 출범 6개월이 지났음에도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경질되고 일부 이명박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추가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인사 요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각종 설이 난무하는 등 잡음도 증폭되고 있다.

7개월 공백
인선 마무리?

따라서 박 대통령이 추석연휴를 계기로 각종 인선을 마무리짓고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8월초에도 인사안을 들고 휴가를 갔는데, 이번 추석 연휴 때도 공공기관장 인선으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전후에 인선이 마무리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새정부 출범 후 국무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이 줄줄이 낙하해 '인사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검증을 대폭 강화하는 바람에 인선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3배수였던 후보 추천을 6배로 늘려 검증을 대폭 강화했고 전과, 납세, 병역 등 기초적인 검증 자료뿐 아니라 논문 표절 여부, 위장전입 여부 등에 대한 검증과 평판조사까지 실시하고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인사문제에 치중하게 된다면 추석연휴를 청와대에서 조용히 보낼 가능성이 크다.

또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이긴 하지만 여전히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와 이석기 사태 등으로 국내외가 어수선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외부활동보다는 정국수습을 위해 청와대에 머물며 조용한 추석을 보낼 가능성도 크다. 보름달이 뜨면 박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박근혜 보름달 프로젝트'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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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