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②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추석정국 진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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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최대 실정? 우열 가리기도 어렵다"

[일요시사=특별기획팀] 현재 민주당은 위기다. 이른바 이석기 사태로 공안정국이 조성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바닥을 맴돌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차례 더 폭락했다. 새누리당과의 격차는 어느새 두 배 이상 벌어졌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이슈를 다시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여권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에 책임론까지 덧씌우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60년 전통의 민주당은 이대로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민주당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전병헌 원내대표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이 마치 1000일 같았다"며 하소연을 했다.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지금까지는 새누리당의 압승. 그만큼 전 원내대표는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전 원내대표는 역전의 명수다. 전 원내대표는 당내 원내대표 경선 당시에도 1차투표에서는 2위에 그쳤지만 결선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그는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하고 또 한 번 대역전 드라마를 써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추석정국 현안들의 해법을 들어봤다.

- 민족의 대명절 추석입니다. 추석연휴가 지난 후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추진해 나갈 현안은 무엇입니까?
▲ 민주주의와 민생회복을 위해 원내외 병행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제1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첫째,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합니다. 국정원,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을 주도하겠습니다. 둘째, 민생살리기와 경제민주화에 집중하겠습니다. 박근혜정부의 반민생 부자본색 3종세트인 세법개정, 전력개편안, 전세대책 등을 반드시 바로 잡겠습니다. 셋째, 새누리당 정권의 4대강 비리, 원전 비리, 자원외교 비리, 이 3대 비리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는 국회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 국정원 개혁을 위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61.9%나 나왔다고 하던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을 광장으로 내몬 것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말 한마디 못하는 입장입니다. 장외투쟁에는 반대여론이 높지만,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에는 찬성여론이 높습니다. 이런 점을 잘 파악해 국민과 함께 호흡해 나가야 합니다. '장외투쟁'은 '국정원 개혁의 동력'이라고 국민들에게 잘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정기국회가 본격화되고, 민주당이 국회에서나 광장에서나 지금보다 제 역할을 더 잘 해내면 국민도 알아줄 것입니다.

- 이른바 '이석기 사태'로 민주당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 개혁'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놓고 국정원의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 그렇습니다. 이석기 의원 사건과는 별개로 이를 빌미삼아 야당을 음해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태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3년 동안 내사해온 이 사건을 왜 하필 이 시기에 발표한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 이 사건을 빌미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국정원 개혁 요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입니다. 국정원이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새누리당의 요즘 행태는 과유불급입니다. 자격심사가 불발되자 제명안을 제출해 기소도 안된 사건에 대해 국회전체를 섣부른 틀에 밀어 넣으려 하고, 새누리당 주요간부는 공개석상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않은 31명의 의원은 모두 종북, 간첩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국정원 개혁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 검찰에게 맡기고,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석기 사건, 국정원 물타기 의심스러워"
"박근혜 대통령, 독재 통치스타일 버려야"

- 민주당의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가 지난달 출범 100일을 넘겼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남겼습니까?
▲ 을지로위원회는 '을의 대변자'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 35회 이상의 현장방문, 11회의 사례발표, 34회의 기자회견, 54건 이상의 법률상담, 9건의 교섭중재와 타결, 4건의 입법 성과를 거뒀습니다. 최근에는 교보문고와 교재 유통업체간의 불공정거래를 시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더 많은 을들이 민주당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을을 지키기 위한 입법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정기국회에서는 더 깊이 듣고 더 치열하게 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제권력의 횡포로 고통 받는 을(乙) 뿐 아니라 인간 존엄을 훼손당하는 많은 을을 살리는 정당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법 입법을 놓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민 기만용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은 중단돼야 합니다.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 대선공약을 넘어 국민적 합의이자 시대적 과제입니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자마자 '속도조절론'이란 미명하에 줄곧 경제민주화 발목을 잡더니, 얼마 전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옥죄기가 되지 않게 할 것'이라며 이명박정부가 이미 실패한 '대기업 프렌들리'를 답습하려는 우려스러운 발언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과의 만남 후 재계는 경제민주화 무력화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상법개정안,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 등 핵심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전부 하지 말자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또 이례적으로 대법원에 탄원서까지 제출해가며 통상임금 결정에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권 5년 동안 자기자본의 10배가 넘는 450조 가량의 잉여금을 쌓아놓고 있는 재벌들의 염치없는 행태입니다. 제발 박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고, 경제민주화에 관한 여러 정책들을 제대로 펼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 국정원 사태와 민주당의 민생행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부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신지?
▲ 민주당의 지지율 정체는 지금 꽉 막혀 있는 정국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당장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빚어진 경색정국을 풀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으나, 제1야당 대표가 노숙을 하든, 국회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든 야당 무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야당과의 소통부재를 국민들은 대통령이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효과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매를 벌고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바로 눈앞의 지지율에 도취돼 민생과 정치를 분리하고 정치를 실종시키는 것은 앞으로 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정치와 민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일관된 목표는 민주주의와 민생입니다. 선명한 민주당, 존재감 있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9월 국회에서도 성과를 축적하는 민주당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거부하고 독자세력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가칭)안철수신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은 무엇입니까?
▲ 안철수신당과는 선의의 경쟁을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쟁해야 할 일이 있으면 서로가 당당히 경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대나 단일화를 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정치공학적인 것으로 느낄 것입니다. 안철수신당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차별화를 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무조건 독자세력화를 향해 가다가는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며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박근혜정부가 가장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한 가지씩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 박근혜정부 6개월은 '3무3유'의 6개월입니다. '3유(有)'는 국정원 권력농단, 인사실패, 정책혼선이며, '3무(無)'는 민생, 민주주의, 국정최고책임자입니다.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지도자가 아니라, '공약 뒤집기, 책임 떠넘기기, 말 바꾸기'를 일삼는 구경꾼 대통령입니다.
가장 잘한 일은 아직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지 않아 박수치기에 이르지만 남북이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성과입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쌓아놓았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이 하루 빨리 재개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가장 못한 일은 국정권 권력농단, 윤창중, 김기춘을 비롯한 인사실패, 민생파탄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여전히 정국을 꽉 가로 막고 있는 국정원 권력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통 상황인식입니다. 국정원 셀프개혁 지시, 야당대표와의 대화 거절, 국민적 요구인 대통령의 사과 거절 등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 전혀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합니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 중단돼야"
"안철수신당 모호, 차별화 논할 단계 아냐"

-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박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신지요?
▲ 국민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 무상보육, 노인복지(기초노령연금 등) 등 공약뒤집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더 최악의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더 늦기 전에 원칙을 지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당부합니다. 불통정치를 소통의 정치를 바꾸시길 바랍니다. 인사, 국정원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보면 과거 독재시대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입니다. 박 대통령의 화법은 '절벽'입니다. 여야 모두 정치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정치는 없고 통치만 남는 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 마지막으로 추석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남기시고픈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 국민 여러분, 참 힘드시죠? 민족 최대명절인 한가위를 맞았지만 우리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또 가슴은 답답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우리 온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이 절대 갑인 섬김의 정치, 경청의 정치를 실천할 것입니다. 이 땅에 정의와 진리를 지키려는 국민의 분노가 멈추지 않고 있고, 민생이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아파하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민생도 민주주의도 국민과 함께 민주당이 책임 질 것입니다. 국민의 삶속에서 민생의 현장에서 답을 찾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입법으로 반드시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행복하고 풍요로운 명절 보내십시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전병헌 원내대표 프로필>


▲ 1998 대통령 정무비서관
▲ 2002 국정홍보처 차장
▲ 2005 열린우리당 대변인
▲ 한국정학연구소 이사장
▲ 제5대 한국e스포츠협회 협회장
▲ 17~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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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