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다시 뛰는 KPGA ‘다이내믹 코리안 투어’

“팬들과 스폰서를 다시 남자필드로!”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지만 프로스포츠에서만큼은 전세계적으로 남성스포츠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종목에서 여성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하지만 프로골프는 예외다. 최근 들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대회개수나 상금규모면에서 남자프로골프(KPGA)를 능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KLPGA투어 대회는 26개(총 상금 171억원)인데 비해 KPGA는 14개(112억)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투어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남자프로선수들은 종종 “여자들의 기세에 눌려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푸념하곤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KPGA가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나섰다. 협회는 남자프로 대회를 떠난 팬들과 스폰서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 ‘다시 뛰는 KPGA’와 ‘다이내믹 코리안 투어(Dynamic Korean Tour)’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선수들도 이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배지를 모자에 달고 경기에 출전하면서 동참하고 있다.

제2 도약 다짐 선수들도 동참

▲프로암 참가자에게 감사카드=KPGA는 본 대회에 앞서 프로암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로 하여금 함께 경기를 한 아마추어 동반자를 위해 원포인트 레슨과 감사카드를 쓰게 하고 있다. 사실 남자프로대회에 스폰서가 외면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프로암대회를 꼽는 경향이 있다.
여자선수들은 프로암 참가자들을 위해 살갑게 레슨도 해주면서 스킨십을 쌓는 데 비해 남자프로들은 뻣뻣하게 자기 경기만 해 초청자들이 재미없어 한다는 얘기가 종종 있었다.
프로암에 초청된 아마추어들은 사실 대회 스폰서이거나 대회 개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인사들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점에 착안, KPGA는 프로암경기 중 아마추어 참가자들의 장단점을 메모한 뒤 경기 뒤 선수들이 직접 감사카드에 꼼꼼히 적도록 해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황성하 회장 “회장 선출 둘러싼 잡음 반성”
지자체·기업 연계 ‘대회수 늘리기’ 총력전

지난 6월 제1회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 프로암에 참가했던 김형성(현대하이스코)은 “프로암대회마다 개인적으로 선물을 준비해 아마추어 분에게 드렸다. 하지만 KPGA 차원에서 모든 프로선수들이 KPGA 기념품을 주고, 감사카드를 작성해 드리니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가장 꼼꼼하게 동반자들의 장단점을 카드에 적는다는 강욱순 협회 부회장은 “프로선수는 대회 스폰서의 고마움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프로암대회는 선수들이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챔피언과 라운딩을=대회 우승자가 직접 추첨으로 뽑은 갤러리 당첨자와 함께 라운딩 기회를 갖도록 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팬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광주은행 오픈에서 통산 9승째를 달성한 강경남(우리투자증권)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지난 6월 대회장이던 해피니스 골프장을 찾은 강경남은 당첨된 갤러리 및 동반자와 라운딩을 하면서 원포인트 레슨과 함께 주요 홀에서 우승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강경남은 “KPGA 코리안투어의 도약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선뜻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행운의 주인공 조용윤씨는 “세심한 부분까지 레슨해주는 강 프로에게 감동받았다. 강 프로의 팬이 됐고, 코리안투어의 팬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경남에 이어 강욱순(SK텔레콤오픈 국내선수 최상위자)과 류현우(매경오픈 챔피언)도 7월에 제주 핀크스골프장과 남서울골프장을 각각 찾아 당첨된 갤러리와 라운딩을 가졌다.


▲선수에게도 자긍심을=KPGA는 소속 선수들을 위해 명함을 제작해 배포했다. 잘 나가는 선수들은 별도 소개를 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아보지만 중하위권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 프로야구단인 NC에서 선수 명함을 만든 전례가 있지만 골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 박호윤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명함 지참으로 자신과 코리안투어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선수들이 투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여 투어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선수회도 이에 부응해 지난 8월8일부터 전남 해남에서 열린 솔라시도 파인비치오픈에서 비닐봉지를 지참해 경기 중 발생하는 쓰레기를 줍는 이색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8월에 열렸던 3개 대회에 김경태, 김형성, 류현우, 조민규, 황중곤, 이경훈 등 일본에서 뛰고 있는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황성하 KPGA 회장은 인터뷰 도중 몇 차례나 ‘정상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협회 행정과 협회를 둘러싼 사회의 인식 모두가 ‘정상화’의 대상이었다. 박삼구 회장이 물러난 이후 지난 한 해 후임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일어난 집안싸움은 회원들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겼던 것.
선수출신인 황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KPGA를 보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바로 잡고 모든 회원이 손잡고 협회 발전을 위해 동참할 수 있도록 단합과 화해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 집행부 임원들의 사문서 위조사건과 횡령미수 사건 등이 여전히 계류 중이고, 직원해고와 관련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김학서 전 회장직무대행 시절 매입한 협회건물 문제는 임기 내내 그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165억원이 건물 구입자금으로 들어간 데다 빈 사무실이 대부분인 건물 유지 관리비까지 추가로 투입되면서 투어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타급 선수 출전 풍성한 볼거리 제공

황 회장은 “게다가 협회의 주 수입원의 하나인 Q스쿨 참가비도 프로선수 지망생이 계속 줄어든 탓에 이마저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수입 증대를 위한 획기적인 마케팅 방안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협회는 프로지망생들의 Q스쿨 참가율이 2011년 2289명을 정점으로 올해는 1788명으로 감소, 2년 사이 무려 21.9%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프로지망생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도 “코리안투어가 쇠퇴일로를 걷고, 선수생활로 생계유지가 힘들어진 때문”이라고 진단한 황 회장은 “결국 파행을 걸었던 집행부 탓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챔피언과 라운딩, 팬들과 직접 교감
명함 제작·배포, 선수에게 자긍심 부여

다만 올들어 코리안투어의 시청률이 지난해보다 높게 나오는 등 낙관적인 수치가 나오고 있다고 말한 그는 “결국 국내투어를 활성화하는 것 외는 대안이 없다”고 단언했다.
황 회장은 협회가 내놓은 투어 활성화 방안은 그동안 스폰서 및 팬들에게 무성의했던 점은 없었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며 남자프로골프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당부했다.
KPGA 활성화의 요체는 뭐니 뭐니 해도 대회수를 늘리는 것이다. 코리안투어는 2008년 20개 대회가 열린 것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9년 16개 대회로 축소됐던 것이 2010년과 2011년에 다시 18개 대회가 열렸다가 지난해부터 14개 대회로 확 줄었다. KPGA는 지난해 회장이 사실상 공석인 상태로 1년 가까이 표류하느라 대회유치가 부진했고, 기존 대회의 스폰서마저 빠져나가면서 대회가 축소되는 등 위기를 자초했다.

투어 존립 사활 협회 행정력 집중

올해도 14개 대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달 초 하이원리조트오픈을 개최할 예정이던 강원랜드 측이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대회를 전격 취소해 비상이 걸렸다. 총상금 10억원을 걸고 이달 29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이 대회는 원아시아투어를 겸한 국제대회여서 대회 취소에 따른 충격이 상당히 컸다.
강원랜드 측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여자골프대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PGA는 대회 신설에 투어 존립의 사활을 걸고 협회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지방자치단체와 관내 기업들이 공동으로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이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타이틀스폰서를 맡으려는 국내 기업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5월 SK텔레콤오픈 때 방한한 최경주도 이 같은 방안에 적극 지지를 표명하면서 대회 신설을 위해서라면 자신도 발 벗고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올들어 첫 대회를 개최한 군산CC오픈, 보성CC클래식, 해피니스 광주은행오픈 등은 모두 이 같은 노력의 결과였다.
KPGA는 골프전문채널 J골프와 함께 9월부터 시 승격이 예정돼 있는 경기도 여주군과도 협의, 대회 개최를 타진하고 있다. 여주군은 용인시와 더불어 골프장이 많이 몰려 있어 대회 개최도 용이한 편이다. 여주군 외에 다수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협회의 이 같은 대회 신설 요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년도 지방선거가 변수로 꼽힌다. 자치단체장들은 대회 개최가 자신의 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폰서 문제도 조금씩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56년 역사를 자랑하는 KPGA선수권대회가 숙제이던 스폰서 문제를 최근 해결했다. 충주의 신설 골프장인 동촌컨트리클럽이 5년간 후원을 약속하면서 대회장을 찾아 떠돌이 생활을 할 필요도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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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