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국세청 잔혹사' 막전막후

대형사건만 터지면…뇌물 걷는 국세청

[일요시사=경제1팀] 전 국세청 차장 구속을 시작으로 중수부 격인 조사4국과 전 청장의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국세청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사실 내국세의 부과 및 징수를 담당하는 국세청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으레 국세청 관련 비리가 이어졌다. 대형 사건만 터지면 국세청이 꼭 연루될 정도다.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7월30일 서울국세청 조사4국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국세청을 방문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조사4국에서 2006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주식 이동과 관련한 세무조사 자료 일체를 제출받았다. 검찰은 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전 전 청장의 아파트 자택에 수사진 3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보관 문서, 각종 장부 등을 확보했다.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 국세청은 2006년 이 회장의 주식 이동 과정을 조사해 3560억원의 탈세 정황을 확인했지만 한 푼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송광조 서울국세청장은 지난 1일 사의를 표명했다. 송 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27일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CJ 로비 의혹 수사과정에서 송 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 국세청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며 "다만 형사처벌할 정도의 범죄혐의는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전군표,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의혹


국세청 비리는 잊을 만하면 터진다. 국세청장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사례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국세청이라는 조직자체에 견제와 감시가 어려운 폐쇄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내국세 부과 및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으로서 내국인의 소득이나 거래에 부과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세 등의 내국세 부과·감면 및 징수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어처럼 국세청은 국민의 혈세를 담당하는 기관이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이권개입 논란에 시달리며 '국민'보다는 '기업'을 위해 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966년 3월 재무부 외청으로 발족한 국세청 초대 청장은 5·16 쿠데타의 주체세력이자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을 지낸 이낙선 전 청장이다. 2대 청장은 해병대 준장 출신의 오정근 전 청장, 3대는 육군 대령(육사 8기) 출신의 고재일 전 청장이다. 5대 안무혁 전 청장과 6대 성용욱 전 청장도 각각 육사 14·15기로 군인 출신이다.

군인 출신이 잇따라 수장을 맡게 됨에 따라 국세청은 초기부터 '상명하복'이 철저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상관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했고 자연스레 내부 견제와 감시는 어려워졌다.

2012년 9월 기준 국세청 총인원은 2만14명. 정무직 1명을 제외하고 고위공무원은 34명으로 0.2%, 3급 14명으로 0.1%, 4급은 309명으로 1.5%, 5급은 1084명으로 5.4%를 차지하고 있다. 사무관인 5급 이상으로 올라서기가 무척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철저한 정보 비밀주의까지 겹치면서 국세청의 비리는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뭔가 비리가 터졌다 하면 제일 먼저 청장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다.

 

국세청이 외청으로 발족한 이래 배출된 국세청장 중 8명은 장관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권력과의 유착이나 검은 돈의 유혹에 넘어가 각종 비리나 의혹에 연루되면서 옥고를 치르거나 불명예 퇴진한 청장도 많았다.

실제 초대 이낙선 전 청장부터 김덕중 현 청장의 전임자인 19대 이현동 전 청장에 이르기까지 무려 8명이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전현직 고위직 줄줄이 'CJ 쓰나미' 휩쓸려
역대 국세청장 19명 중 8명 검찰 수사 받아

먼저 안무혁(5대), 성용욱(6대) 전 청장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안기부장과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면서 기업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불법 선거자금을 거둔 혐의로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공소장과 재판기록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1987년 10월 당시 안기부장이던 안 전 청장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성 전 청장과 함께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라고 지시했다.

안 전 청장과 성 전 청장은 그해 말 기업 대표들을 사무실로 줄줄이 불러 대선 자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들이 13대 대선을 앞두고 걷은 자금은 114억여원에 이른다.

10대 임채주 전 청장은 1997년 대선 당시 이른바 '세풍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세청 고위간부들이 개입한 탓에 '세풍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임 전 청장과 이석희 전 차장 등이 기업인들을 협박,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조달해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경쟁 상대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친동생인 이화성씨가 구속 기소돼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5000만원 선고를 받았다.

12대 안정남 전 청장은 2001년 9월 건교부 장관으로 기용됐다가 부동산 투기, 증여세 포탈 등 의혹이 제기돼 취임 20여 일 만에 장관직을 사퇴했다.

최초 호남 출신인 13대 손영래 전 청장은 썬앤문그룹 세무조사와 관련해 뇌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손 전 청장은 2002년 6월 썬앤문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서 서울국세청 홍모 전 과장에게 지시해 71억원 이상이었던 세금을 25억원 미만으로 줄여 추징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철저한 상명하복
폐쇄적 조직문화

15대 이주성 전 청장도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월, 추징금 960만원 등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전 청장은 2005년 11월 대우건설 인수를 시도하던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을 만나 매각권한을 가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시가 20억원가량의 아파트를 받았으며 2005년 모 건설사 대표이사 K씨에게서 식탁, 오디오 등 비용으로 5000여만원 상당을 받고, 지인들에게 1000만원 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수백∼수천억 만지다 보니 몇 억은 껌값?"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16대 전군표 전 청장은 검찰과의 질긴 인연을 자랑한다. 검찰 조사만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2006년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미화 1만달러와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았다.


검찰-국세청
'질긴 악연'

감옥에 있던 2009년에는 17대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한 전 청장의 부인이 전 전 청장의 부인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00만원짜리 그림 '학동마을'을 줬다는 혐의였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아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다.

전 정 청장에게 인사청탁을 한 혐의를 받은 한 전 청장도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9년 한 전 청장이 물러나면서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은 지난 7월27일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허씨는 2006년 하반기께 CJ그룹 측이 전 전 청장의 취임을 전후해 미화 30만달러를 전 전 청장에게 전달해달라며 건넨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검찰과 국세청의 악연은 수차례 압수수색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2009년부터 벌써 일곱 차례나 된다. 올 3월 국세청 직원 뇌물수수와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것을 빼면 6번은 검찰이 했다.

또 지난달 12일 ISMG코리아 A 대표의 현대그룹 경영 부당 개입 의혹과 관련해 서울국세청 조사1국을 압수수색한 것을 제외하면 5번 모두 특별세무조사 전담부서이자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조사4국이 털렸다.

조사4국은 과거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은 사안과 사정기관의 첩보를 통한 세무조사를 도맡아 했다. 성격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요즘에도 대규모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회사 개인을 심층 세무조사한다. 재계는 "조사4국이 떴다"는 말만 들어도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국세청이 '안방'을 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5월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던 대검찰청 중수부가 서울국세청 조사4국과 세무조사 당시 조사4국장이었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사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

당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청탁을 받고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로비에 나선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검찰은 국세청 압수수색에서 1700억원 상당의 탈세 의혹을 내부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확보하고 천 회장이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서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2010년 10월에는 태광그룹 편법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던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가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 수사관을 보내 태광그룹 세무조사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정치에 개입하고 
기업서 돈 받고 
5년새 7번 압색

국세청은 2007년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과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였다. 당시 국세청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996년 선친인 고 이임용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차명 주식을 현금화해 1600억원가량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08년 초 이 전 회장이게 상속세 790여억원을 추징했으나 '(세금포탈에)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서울국세청은 조사1국 사무실도 2번이나 뒤집어졌다. 서울국세청 조사1국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부서다. 지난 7월22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조사1국을 방문,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조사국 측의 협조를 받아 해당 사건과 연관된 현대상선의 2011∼2012년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A 대표가 현대그룹 계열사에 실제 단가보다 부풀린 사격으로 납품한 뒤 차익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A 대표와 현대상선이 미국 내 물류를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통해 340만달러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당시 A 대표와 현대그룹 간 직접적인 유착관계를 찾지 못해 현대상선에만 세금 30억여원을 추징했다.

임원급이 아닌 일반 직원들 사이에도 비리는 존재했다. 올 초에는 경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09년 서울 강남경찰서가 변호사법 위반 사건 수사를 위해 중부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한 이후 처음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서울국세청 조사1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 1월부터 서울국세청 조사1국 전·현직 직원 10여 명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로부터 각각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조직적으로 건네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서울국세청 조사1국에 근무하던 2010년 해운회사와 식품회사, 유명 사교육업체 등 7곳을 세무조사하면서 이들 업체로부터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받은 뇌물은 모두 3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국세청에선 잊을만하면 비리가 터지는 악순환이 수차례 반복돼 왔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의 첨병이 되어 힘을 키워왔다. 차관급인 청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이유다.

국세청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면서 권력기관으로 군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특히 국세청장 임기제, 국세청법 도입 등과 같은 제도개편을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세금 적게 받고
뇌물 많이 받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도 국세청 개혁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과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좋은예산센터·복지국가소사이어티·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조세개혁포럼'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세무조사에 관한 법'을 발의했다. 세무조사의 실효성과 공평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전문가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세무조사위원회에서 세무조사 기준을 승인토록 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국세청도 나름(?) 개혁을 위해 힘쓰고 있다. 김덕중 청장이 취임하자마자 30명으로 구성된 '세무조사 감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비리와의 단절을 선언했고 한 번이라도 금품수수가 적발된 직원에 대해서는 조사 분야에서 영원히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일 뿐"이라며 "세무행정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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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