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규탄 들끓는 ‘해외 민심’ 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2:05:36
  • 댓글 0개

아직도 국민이 ‘우물 안 개구리’인 줄 아나봐

해외 언론이 예사롭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운동’이라는 제목 등의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누리꾼들에 사이에 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가운데, 외신과 대조적으로 이를 보도하지 않는 국내 지상파방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쏟아져 나오면서다. <일요시사>가 바다 건너 들끓는 해외 민심을 추적해봤다.



국정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해외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국정원 및 경찰의 불법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미주동포들’이 워싱턴 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미국 11개 주 17개 민주시민단체 협의체인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주희망연대' 회원으로 지난달 16일과 20일 시국성명서를 발표한 뒤 이날 거리로 나왔다.

전 세계 외신 국내 조명

이들은 시국성명에서 “대한민국 국정원과 경찰의 조직적인 불법 선거개입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를 접한 우리 2백만 미주 한인동포들은, 지구상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벌어져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바로 우리의 조국에서 일어났음에 대해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시국선언문 참여 접수를 시작한 지 45시간 만에 무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해외동포들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관한 열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호주에서는 시드니에 거주하는 해외동포들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분노하는 촛불을 들었다. 교민 밀집지역인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역 앞 광장에 모인 동포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국가권력에 의해 유린당한 것에 대해 분노하며 정권차원의 반성과 사과, 관련자 처벌 및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이날 촛불집회를 주최한 시드니 민족교육문화원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21세기형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1960년에 있었던 3·15부정선거가 MB정권에 의해 재현되었다면서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최악의 범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시국선언문은 “지난 대통령선거가 정보기관의 불법개입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당선자인 박 대통령은 최대 수혜자일 수도 있는 한편, 대선 승리가 불법행위의 결과물인 만큼 박 대통령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불신과 오해를 막기 위해 부정선거 관련자의 강력한 처벌과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해외에서까지 국정원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곳곳에서 일어나자 외신도 이에 관심을 두며 국내 촛불집회를 연이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터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페이스북 ‘터키 레블루션’ 뉴스 페이지에는 국정원을 규탄하는 한국 대학생들의 촛불시위 소식과 경찰의 과잉진압 모습을 담은 게시물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해당 페이지에는 또한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다룬 기사가 실려 있고 4만3732명이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소(유권자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제니퍼리씨는 매체를 통해 “해외에서도 외신을 중심으로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상징적인 의미에서 뉴욕 회원을 중심으로 기습적으로 시위를 개최하자는 계획도 잠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언론 보도 국내 촛불집회 ‘박근혜 하야 운동’으로 보도
프랑스 <르몽드> “권력집단 언론 지원받으며 사건은폐 급급”

미국의 대표 일간지인 <뉴욕타임즈>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이전 군사독재자들은 (박근혜의 아버지 군부독재자인 고 박정희 대통령을 포함해) 국내정치에 영향을 주고, 반체제인사들을 고문하고 입을 다물게 하는 수단으로 국정원(한때는 악명 높은 중앙정보부로 불렸던)을 이용했다”면서 “1990년 초 대한민국이 민주화된 이후에, 국정원은 이름을 몇 번 바꾸었고, 다시는 국내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맹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력 언론매체인 <CNBC>도 가세했다. <CNBC>는 한국의 국정원 사건과 촛불집회를 자세히 전하며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해임 가능성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 네트워크’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CNBC>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선거부정과 불법적인 일을 위해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CNBC>는 서울의 대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최근 몇 주 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매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덴마크,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 태국, 필리핀 등 세계 외신 40개 매체가 경찰 수사 결과를 다룬 내용의 기사를 상세히 실어 보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Le Monde)>도 국내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르몽드>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을 은폐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며 한국 정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18대 대선 선거무효 소송인단’의 번역에 따르면 <르몽드>는 ‘브레이크가 걸린 한국 비밀기관의 개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은 “지난 2012년 12월 대선에 자신의 당선에 유리하도록 은밀한 활동을 벌였다는 한국 정보기관인 국정원 사건에 대해 공격에 돌입한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지원을 받은 사실을 줄곧 부인해왔으며 새누리당과 권력집단은 언론의 지원을 받으며 사건을 은폐하는 데 전력 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8월15일까지 계속될 듯

아울러 <르몽드>는 예정된 국정조사는 시작되지도 않았으며 국정원 국내정치 불개입 방안 요구에 박 대통령은 ‘스스로 개혁하라’고 지시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파행을 거듭하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외신 보도는 촛불집회가 열리기로 예정된 오는 15일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으로 한동안 국제적 망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