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 ①권력층 성스캔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6: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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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와 여자는 악어와 악어새?

[일요시사=정치팀] 권력이 집중되는 곳에는 수많은 비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숱하게 많은 여자가 ‘성적 도구’로 희생됐다. 지난 역사를 보면 권력가들이 정치에서 여자를 어떻게 다루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여자도 있었다. 권력과 여자의 함수 관계가 무엇이기에 ‘섹스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창간17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역사 속 굵직한 사건들을 모아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한 <백년전쟁>은 허위사실과 자료조작으로 이 전 대통령을 인격 살인하고 있다”며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제작자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3명을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유족들의 고소로 <백년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진실 논쟁이 법정에서 벌어지게 됐다.

이승만 불륜 다룬 <백년전쟁>
유족에 의해 고소당해

국내 유력 보수언론은 하나같이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진위여부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 전 대통령이 스캔들 문제로 고발된 건 맞지만 기소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승만의 여자’로 거론된 주인공은 ‘노디 김’이라는 이름의 당시 미국 오벌린대 여대생이다. 이 전 대통령이 노디 김과 미국 전역을 여행하다가 샌프란시스코 경찰에 잡혔다고 한다. 당시 부도덕한 성관계를 위해 주 경계를 넘었다는 주장이 <백년전쟁>을 통해 제기됐다.

<백년전쟁>에 의하면 문제가 불거졌던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나이는 46세. 함께 여행을 했다는 노디 김은 22세였다. 이 전 대통령과 여대생이 경찰서에서 범인 식별용 얼굴사진을 찍은 것 같은 영상이 <백년전쟁>에 나온다.


‘승당’이란 애호로
애절한 맘 달래

노디 김은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19년 톰킨스 목사, 서재필, 베네딕트 등에 의해 결성된 필라델피아 한국친우회를 통해 더욱 견고해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노디 김은 이후 이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해주는 인텔리여성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노디 김은 대학 졸업 후 하와이로 돌아가 워싱턴에 머물면서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던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한인기독학원’의 원장직을 맡게 됐는데, 이때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을 적극 후원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은 그녀는 정부수립 후 이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조국으로 돌아와 1953년 11월24일부터 1955년 2월까지 외자구매처장직을 맡아 일했으며, 그 후 1958년 하와이로 돌아갈 때까지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대한부인회 및 인하대학교 이사 등 요직을 역임했다.

노디 김 이외에 또 한 여인은 바로 ‘임영신’이다. 그녀는 이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시절 만난 한인여성이다. 전남 금산 태생으로 3·1운동 때 전주에서 만세시위를 주도, 일제감옥에서 6개월간 영어생활을 했던 그녀는 일본으로 건너가 히로시마고등여학교를 졸업했다.

귀국 후 그녀는 (공주)영명학교와 이화학당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1923년 말 유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출국 시 그녀는 관동대지진 때 일제가 한국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첩을 몰래 숨기고 샌프란시스코에 들어갔다가 마침 그곳을 방문 중인 이승만에게 전달해,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 믿고 아끼는 동지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승만의 여자 ‘노디 김’ 부도덕한 성관계, 구혼 거절한 ‘임영신’ 
박정희의 궁정동 술시중 든 여자만 100여명, 안가는 24시간 대기

임영신 전기에 의하면, 그녀는 졸업 후 워싱턴에서 한인교회의 이순길 장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구혼을 받았다. 임영신은 이 문제를 가지고 십여 일간 번민했다고 한다. 지인들과 상의한 끝에 그녀는 미혼의 젊은 나이로 결혼 전력이 있는 50대의 ‘노인’과 결혼하는 것이 떳떳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리고 청혼을 거절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전 대통령을 마음에 두었던 그녀는 이때부터 이승만이란 이름에서 승자를 따 ‘승당’이라는 아호를 지어 애용했다.


해방 후 그녀는 이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민주의원의 유엔전권대사로 미국에 건너가 눈부신 외교를 벌인 끝에 정부 수립 후 초대 상공부장관으로 기용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술시중을 드는 여자를 옆에 두고 비명횡사한 이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젊은 여자와 술판을 벌이는 장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한 매체는 박정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이하 중정)가 여자들을 조달하는 창구기능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정은

‘마담’ 2명을 활용해 200여 명의 여성 중에서 박 전 대통령 접대여성을 선택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여자를 불러다 성 접대를 받은 곳은 궁정동 말고도 한남동과 구기동, 청운동, 삼청동 등 5~6곳에도 이른바 ‘안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0명 항시 대기
스타급 연예인도

전 중정 안가 관리직원은 2005년 2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회 접대여성은 어떻게 준비했나”라는 질문에 “접대여성은 한 차례 이상 넣지 않는다. 박정희 눈에 들어 혹시 임신을 하거나 박정희가 여성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라며 “박정희가 찾으면 만류해보다가 잘 안 되면 추가로 딱 한 번만 더 접대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 아니면 모든 안가는 24시간 대기상태에 들어간다”면서 “하루 중 언제라도 불시에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대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고 김재규 중정부장의 명령에 따라 10·26에 가담한 박선호(사형집행, 당시 46살) 중정 의전과장의 법정진술을 옮겼다. 1980년 박 과장은 ‘박정희의 여인들’과 관련해 “지금도 수십 명이 일류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명단을 밝히면 사회적으로 혼란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 고위층 인사와 ‘부적절한 관계’ 드러나
학력위조 파문으로 정부 고위층과 관계 알려진 ‘신정아 스캔들’

박정희정권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약했던 유력 일간지의 기자는 같은 시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육영수 여사가 죽은 뒤로 박정희 대통령은 근혜씨 등 자식들에게 약점을 잡혔는데, 그 중의 하나가 문란한 여자관계”라며 “큰 행사, 작은 행사 등의 얘기가 근혜씨의 귀에도 흘러들어 가 문제가 됐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궁정동을 드나들던 수많은 여자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회성 ‘왕의 여자’가 돼야 했다.


이와는 반대로 숱한 염문을 뿌리며 정국을 쥐락펴락했던 스캔들의 주인공들도 있다. ‘무기 로비스트’로 유명세를 날린 ‘린다 김’은 1996년 문민정부의 국방사업인 ‘백두사업’ 추진과정에서 정부의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당시 그녀는 ‘권력의 심장부’로 통했다고 한다. 세간에는 생소했던 로비스트라는 말도 린다 김 사건 이후 유행처럼 번지게 됐을 정도로 린다 김은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당시 사건은 백두사업 추진의 핵심인물인 이양호 전 국방장관과 그녀가 주고받은 은밀한 편지 내용이 검찰의 조사 결과 공개되면서 소문으로만 돌던 정부 고위층 인사의 ‘부적절한 관계’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이 전 장관은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두 번 가졌다”고 고백해 ‘혼외관계’를 뜻하는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을 남긴, 말 많은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권력의 심장부로 통하는
매력적인 그녀들

결국 이 전 장관은 부적절한 사랑의 대가로 낙마와 함께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도 큰 흠집을 남긴 채 권력의 뒤안길로 홀연히 사라졌다.

린다 김 사건의 뺨을 친 사건은 참여정부에서 벌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실세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특별한 관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큐레이터 ‘신정아 스캔들’이 그것이다.

신정아 스캔들은 2007년 7월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의혹에서 시작된 사건이다. 이후 신씨와 인연을 맺은 미술계·대학가·불교계 인사 등으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정계 로비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사건으로 신씨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7년 10월 구속 기소된 뒤 징역 1년6개월 선고를 받았으며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조아라 기자 <archo@ilt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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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