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④당하는 남자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1: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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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다 말도 못하고 '끙끙'

[일요시사=경제1팀] 30대 48%, 20대 32%, 40대 12%, 50대 1%. 연쇄성폭력범들이 범행을 저지를 당시의 연령을 분석한 것이다. 이들 중 65%는 미혼인 상태였으며 절반은 '무직'이었다. 직업도 나이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교집합은 하나, 남성이라는 점이다. 여성 성범죄자들은 없는 걸까. 성범죄자 99%는 남성이다. 1%는 여성이라는 얘기다.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모(27·남)씨는 준수한 외모에 깔끔한 매너로 회사 안에서 인기가 높다. 남부러울 것이 없는 듯하지만 정작 김씨는 요즘 회사 출근이 두렵다. 미혼의 여성 상사 A씨 때문이다.

출근이 두렵다

A씨는 출근 첫날부터 김씨에게 "우리 막내 탱탱하네"하면서 엉덩이를 만지고 엘리베이터에서는 "운동해?"라며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김씨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수치스러웠지만 '찍힐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갔다. 하지만 그 뒤에도 음담패설이나 노골적인 스킨십은 늘어만 갔고 그런 A씨의 행동을 제지하는 직원들은 없었다. 김씨는 요즘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박씨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상습적으로 성관계를 강요받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1주일에 한두 번은 여사장과 잠자리를 같이 한다. 거부의사를 밝혀도 보고 경찰에 신고도 생각했지만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다. 주변인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네가 좋아서 하는 일 아니냐" "나도 그 회사 들어가고 싶다" 등이 전부였다. 박씨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남자가 어떻게…'라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 같다고 한다.

직장인 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0.5%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 성별로는 여성이 72.6%였으며 남성도 27.4%를 차지했다. 10명 중 4명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고 그 중 1명은 남성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남성 피해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술에 취한 여성 상사가 남자 부하직원의 허리를 껴안는가 하면 심지어 입맞춤까지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며 "이처럼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도 사회인식 때문에 남성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자체에 대한 수치심보다 '여자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더 창피해 한다는 것이다.

법 제도도 문제다. 최근까지 여자가 남자를 강간하더라도 여자에게는 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었다. 강간죄는 형범 제297조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부녀'를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든 뒤 간음을 함으로써 성립했다. 남성이 부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남자만이 여자를 강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한정한 것은 남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오는 6월19일부터는 강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해 앞으로는 여자가 남자를 강간하는 것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바로 성폭력의 피해자는 항상 여자라는 사회적 통념이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하듯 최근 상대방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음에도 성폭력 피해자인 것처럼 허위 고소하는 이른바 '꽃뱀'이 급증하고 있다. 성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남성들의 두려움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20대 여성의 경우,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남성들과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은 뒤 이들 남성들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가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또 학원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9000만원을 빌렸다가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돈을 빌려준 남성을 유혹해 성관계를 가진 후 남성을 고소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무고로 밝혀졌다.

여상사가 만져도 찍힐까봐 침묵
성폭행 누명쓰고 인생 망치기도 
6월부터 여성도 강간죄로 처벌

이런 경우 남성들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결백이 드러나지만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지난 7일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난 30대 남성 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B씨는 일면식도 없는 16세 C양이 자신을 성폭행범으로 지목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B씨는 "C양을 전혀 알지 못하고 성폭행 장소라는 모텔에 가본 적도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체포 이틀 만에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경찰은 B씨를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수사 과정에서 B씨의 결백이 드러났다. 가출 뒤 친구들과 빈집털이를 한 혐의로 수배 중이던 C양이 임신을 하자 어머니의 추궁이 두려워 거짓말을 한 것. C양은 우연히 주운 휴대전화에 저장된 B씨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이 통화내역과 전화번호를 근거로 B씨를 성폭행범으로 신고한 것이다.

결국 B씨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고 풀려났지만 이미 다니던 직장에서는 권고사직을 당했고 새 직장에도 출근하지 못해 합격이 취소됐다. 또 C양의 어머니로부터 합의금 요구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도 컸다. B씨는 지난해 1월 C양 모녀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양의 진술이 비교적 구체적이었고, B양의 조사 과정에 참여한 아동행동진술분석전문가가 'C양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고 보고했다"며 "B씨를 수사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앞서 B씨가 C양 모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였지만 C양 측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손해배상금을 낼 능력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물에 빠진 여성을 구한 남성이 성폭행범으로 몰린 사연, 성폭행 피해여성을 구하려다 피의자에게 상해를 입혀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준 사연 등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았더니 내 봇짐 내라'는 격의 황당한 사연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보더라도 절대 도와주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무조건 피의자?

성폭력을 당한 남성,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몰린 남성 등 남성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남성이 입소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시설은 한 곳도 없으며 성폭력 상담기관 또한 '여성을 위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남성이 도움을 청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 사이 성폭력에 울고, 주위 시선에 울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또 우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성범죄 용어 정리]

[성폭력]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 성의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


[성폭행] 

성폭력 유형 중 하나. 강간과 강간미수를 의미.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성추행] 

강제추행. 성욕의 자극, 흥분을 목적으로 일반인의 성적 수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 키스를 하거나 상대의 성기를 만지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성희롱] 

업무, 고용 기타관계에서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어나 행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등을 조건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사업주에게 가해자에 대한 부서전환과 징계 등의 조치 요구 가능. 가해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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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