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사고친’ 윤창중, 누구냐 넌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2 17: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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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없는 외톨이 ‘사방이 적’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그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간 정가 안팎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며 악명을 떨쳐왔다. 자신과 반하는 세력에겐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버릇이 있을뿐더러 상대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불통 문제를 노출하곤 했다. 그는 결국 새 정부 출범 후 73일만에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퇴장 당하면서 청와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

언론인→정치인
“변신의 귀재”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2006년 <문화일보> 논설위원 재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란 칼럼에서 쓴 글이다.

윤 전 대변인은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언론에서 정치권으로 오갔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81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코리아타임스> 정치부기자로 언론계에 첫 받을 내디뎠다. 이후 KBS 국제부 기자를 거쳐 <세계일보> 정치부에 있던 그는 1992년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노태우 정권’이 끝난 후 다시 <세계일보> 정치부로 복귀해 정치부장까지 지낸 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보좌역으로 다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대선 패배 이후 일본 연수를 갔던 그는 1999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로 돌아왔다.


반복적으로 언론계와 정치권을 들락거린 경력 탓에 ‘폴리널리스트’라는 꼬리표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폴리널리스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언론인을 뜻하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의 합성어로, 편향된 정치관에 젖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언론인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노태우 정부서 청 행정관…이회창 보좌역 맡아
정권 바뀌면 언론계 복귀…권력 따라 ‘이삿짐’

2011년 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윤창중 칼럼세상’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정치 분야의 칼럼을 썼다. 주로 야권에 대한 극단적,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했다.

칼럼 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에서도 야권을 향해 폭언을 퍼부으며 무차별적으로 ‘종북’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가 쏟아낸 ‘막말’은 극에 달했다.

당시 여권에서 진영을 옮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정운찬 전 총리와 윤여준 전 장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에 대해, 윤 대변인은 “정치적 창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치적 창녀?
‘막말’대명사

그는 18대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한 보수언론에 게재한 ‘문재인의 나라? 정치적 창녀가 활개치는 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의 일급 정치참모였던 윤여준, 박근혜가 당 대표할 때 원내대표 지냈던 김덕룡, 상도동 YS의 차남으로 YS 덕에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자리까지 지냈던 김현철…(중략)…수많은 ‘정치적 창녀’들이 나요, 나요 정치적 지분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문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은이 보낸 축하 사절단이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전 세계에 고지하게 될 것”, “종북세력의 창궐 시대가 도래 할 것”, “굽실굽실 대서라도 정권 잡아야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현 무소속 의원)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고정출연하는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보면 한마디로 젖비린내 난다. 입에서 어린아이, 젖냄새가 풀풀 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에서 사퇴한 직후에는 ‘더러운 안철수!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는 긴급기고문에서 “백방으로 머리 굴리고 굴려도 문재인을 꺾을 수 없게 되니 돌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후보 사퇴하는 안철수! ‘순교자’ 연출하는 안철수!”라며 “뭐? 문재인이 단일후보다? 정말 인간의 위선과 가증스러움에 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 더러운 술책에!”라고 썼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쓴 <문화일보> 칼럼에선 “(박원순이 시장 되면)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만세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동의 근혜님~’
연일 ‘박근혜 찬가’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뭉클뭉클 넘쳐 나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칭송했다. 지난해 <월간조선> 1월호에 쓴 ‘대통령 박근혜를 말한다’라는 글에서는 “(박 대통령은) 단언하건대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들에게 ‘박정희+육영수의 합성사진’을 연상시키고도 남을 만큼 대쪽 같은 원칙과 책임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그가 지난해 말 대선 직후 청와대 수석 대변인으로 임명되자마자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국민대통합’과 거리가 먼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후 5일만에 윤 전 대변인을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깜짝 임명’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전 대변인 임명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썼던 글들에 대한 ‘집중 포화’가 이어지자 윤 전 대변인은 블로그를 폐쇄하기도 했다. 또 막말 논란을 일단락 짓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윤창중... 깃털 같은 권력 나부랑이 잡았다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데...정치창녀? ‘창녀보다도 못난 놈’...”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보수논객’야당에 원색적 비난 쏟기로 유명
새정부 출범 73일만에 ‘성스캔들’로 경질

수석대변인에 이어 인수위 대변인을 지내면서도 그를 둘러싼 구설수는 끊이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 외에 인수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는 등 ‘불통 인수위’의 상징적인 인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는 주요 인선을 발표할 때 밀봉된 봉투를 뜯어 인선 내용 문서를 꺼내는 장면을 연출해 ‘밀봉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대언론 창구를 본인으로만 한정, 자신이 정치부 기자였던 점을 강조하며 인수위 기자들에게 취재를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인수위 업무와의 연속성 등을 들어 윤 대변인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은 브리핑에 심혈을 기울이며 큰 논란을 잠재웠지만 김행 대변인과의 갈등성 등 내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새나왔다. 이런 와중에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길에 함께 올랐다.

역사상 ‘초유’
외교 성스캔들

박 대통령 방미를 수행하던 윤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술을 마신 뒤 한국문화원 인턴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지 경찰은 주미대사관에 윤 대변인에 대한 신병 확보를 요청했다고 알려졌으나, 그는 당일 낮 숙소에 있던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서둘러 귀국했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추문 이야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청와대는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LA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윤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했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경질은 새 정부 출범 후 73일 만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표현하던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은 ‘외교 성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윤창중은?

▲충남 논산 출생 ▲경동고·고려대 화학과·고려대 정책대학원 정치학과·중앙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즈 정치부 기자 ▲KBS 보도본부 국제부 기자 ▲세계일보 정치부 차장·부장 ▲문화일보 논설위원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통일연구원 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후임은?
‘썼던 사람’다시 쓰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문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가운데 후임 대변인에 누구를 임명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그동안 김행 대변인과 함께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청와대 안에서 아직 ‘투톱’ 대변인 체제를 유지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론접촉 빈도가 높은 정권 초반임을 감안할 때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피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증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MB 정부에서 공동 대변인을 맡은 바 있던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안형환 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다. 

박 전 차관은 KBS 기자 출신으로 언론 경험이 풍부하고 공동 대변인 체제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당선인 공동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남강고와 고려대 교육학과를 나왔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냈다. 

안 전 대변인 역시 KBS 기자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전남 무안 출신으로 영흥중학교,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최 비서관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시절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일했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일보에 입사해 외교부 출입기자,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위원, AM7 편집장 등을 지냈다.

최 비서관은 기자 시절 외교통으로 통했으며 부드럽고 신사적인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2월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임명 돼 활동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로 입성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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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