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당권 접수 나선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

"안철수 신당 반길 세력 새누리당밖에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김한길 의원이 중병에 걸린 민주통합당 ‘집도의’를 맡을 수 있을까?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 의원이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 대표라고 해봤자 ‘잘해야 본전’인 자리다. 민주당이 대수술 위기에 놓인 탓이다. 당심은 갈라졌고 안풍은 거세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현안은 쌓여만 가는데 여당을 견제할 제1야당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게다가 북한마저 말썽이니 그 어느 때보다 영광은 덜하고, 위험부담은 높다. 이 와중에 호기롭게 메스를 집어든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김 의원을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김한길 의원은 그냥 봐선 정치인 같지 않다. 오랫동안 사람 가까이 사람 생각하며 글을 써왔기 때문일까? 푸근한 인상에 편안한 말투까지 정치인 특유의 딱딱함이 덜하다.

‘백발동안’이라는 별명에서 느껴지듯,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덜어준다. 그렇다고 김 의원이 정치적 내공이 부족한 인물이라 판단한다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다. ‘외유내강’, 요즘 말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하지 않던가?

그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손꼽히는 지도자로 유독 빠른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런 그가 과연 제1야당의 수장으로서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기대 반 걱정 반인 분위기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오는 전당대회에서 이용섭 후보와 사퇴한 강기정 의원의 협공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협공이 전당대회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시는지?

▲ 남은 선거 기간 좌고우면하지 않고 ‘김한길이 민주당 혁신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유권자에 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오직 독하게 혁신하여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  지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비노·비주류’의 협공 또한 만만치 않았다. 1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합종연횡’은 이처럼 매번 거론되며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 우리당의 대선후보를 견제하고 협공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무엇보다 단일화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분 없는 단일화는 ‘담합’이 될 뿐이다.

- 이용섭, 강기정 후보는 ‘범주류’로 분류되는데, 한때 야권의 전당대회는 여당에 맞설 역량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사(大事)’였다. 이후 대선후보 경선을 비롯해 세력싸움의 장이 된 전당대회를 진단하신다면.

▲ 민주당이 혁신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중지를 모아가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하는 데, 또 다른 분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전당대회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김 의원께는 친노에 대한 반감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개인의 경쟁력이 조명받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계획이신지?

▲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말 이제는 그만해야 된다. 나의 경쟁력은 당을 뭉치게 하고 혁신하여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데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민주당 전당대회의 흥행저조로 이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독주니 대세론이니, 사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당은 지난 네 차례의 중요한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정당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조용히 당원 대의원의 뜻을 모아가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말 이제 그만해야”
“힘 있는 중앙 실세들 공천 좌지우지…상향식 공천제 필요”

-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민심을 얻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수장으로 당심을 모으는 데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해결방안은 없으신지?

▲ 여론조사 수치만큼 민주당에 혁신을 요구하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에게서 마음이 떠난 유권자분들을 분석해 보면, 원래 예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하시던 분들이었지만 지금은 계파패권으로 인한 대선 패배, 그 이후의 무책임한 자세 등에 굉장히 실망한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가 제대로 혁신하고 변화한다면 그분들 상당수를 다시 우리가 껴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민주당 정치혁신 로드맵에서 ‘중앙당의 권한을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 대폭 이양한다’고 하셨는데 절차와 실현 가능성은?

▲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지금 정당시스템은 철저히 하향식이다. 중앙당의 결정이 곧 당의 의사가 되면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무에 반영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주장하는 것이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다.



사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당헌 중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빠졌다. 당의 주인이 없어진 것이다. 이 사실을 당원은 물론 당에 책임있는 분들조차 몰랐다고 한다. 당원이 당의 중심이 된다면 시도당, 지역위원회의 역할도 자연스레 살아날 것이라 믿는다.

- 그렇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제도의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 이제까지 우리 정당들 대부분의 공천관행을 살펴보면, 중앙에 힘 있는 실세의원이 좌지우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계파패권이 만연했다. 또한 각 계파의 수장이 정치신인이나 지역정치인들을 줄 세우기를 해온 왔다. 하지만 당원이 대의원을 뽑고, 당원과 대의원이 주요 당직자를 선출하는 당원직선제가 도입되면 공정하고 투명한 상향식 공천제도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 이번에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의 가장 이상적인 야권 노선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안철수 신당을 반길 세력은 분명히 새누리당밖에 없을 것이다. 야권의 재구성이 있다면 그 중심에 독하게 혁신한 민주당이 있어야 한다.

- 안 의원의 정치권 입문이 민주당 계파 갈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하시는지?


▲ 안 의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주당이 하나로 뭉쳐 독하게 혁신에 매진하여 이기는 민주당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처럼 국정운영하면 한 치 앞도 안 보여”
“김한길이 거름돼 민주당이란 꽃피워 차기 대선 승리할 것”

-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중도 우파적 성향의 정당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안 의원 신당에 대해 내가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좌니, 우니, 중도니 하는 노선투쟁이 아니다. 지금은 소모적인 이념논쟁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민생에 집중할 때다.

- 민주당의 미래, 어떻게 전망하는가? 또한 민주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보시는지?

▲ 계파패권의 해체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명찰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오직 민주통합당이라는 명찰을 달고 모두 뭉쳐 독하게 혁신해야 한다.


- 만약 민주당 대표가 되신다면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현안은 무엇인가?

▲ 당대표의 제1역할은 역시 선거 승리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최우선적 과제일 것이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 민주당 대표로서의 최우선 과제라 여긴다.

- 박근혜정부 5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 출범 이후 지난 50여 일 동안 보여준 박근혜정부의 태도는 기대 이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태도변화 없이 지금처럼 국정을 운영한다면, 앞으로 5년, 한 치 앞이 안 보일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은 대한민국 국민의 성공이다. 제1야당으로서 협조할 것은 하겠지만, 잘못한다면 존재감을 확실히 보일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야권 지지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민주당은 지금 존망의 위기에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할 혁신을 기필코 이뤄낼 것이다. 혁신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견뎌 내야 한다.

김한길은 나 자신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중요할 뿐이다. 혁신의 과정에서 김한길이가 망가지고 상처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대표의 자리에서 김한길이 꽃피는 것이 아니라 김한길은 거름이 되고 민주당이란 꽃을 피워 마침내 2017년 대선 승리라는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김한길 의원 프로필>

▲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한국일보> 미주지사 기자, <중앙일보> 미주지사 편집국장·지사장
▲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 명지대학교 초빙교수
▲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대변인
▲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기획특보
▲ 제16?17대 총선 기획단장·본부장
▲ 제17대 건설교통위원장, 국회운영위원장
▲ 제37대 문화관광부 장관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국회 문화방송체육통신위원회 위원
▲ 15·16·17·19대(4선, 광진갑)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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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