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돌아온 '친박' 서청원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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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풍운아'…여당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친박원로'서청원이 돌아왔다. 5년 만이다.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말처럼 국민들 시야에서 사라졌던 왕년의 정계 거물이 보란 듯이 컴백했다. 수차례 고비를 넘긴 그의 롤러코스터 정치인생과 역할론을 짚어봤다.



'원조 친박계'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서 고문의 당 복귀는 5년 만이다.

당 들락날락
5년 만에 복귀

1943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서 고문은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언론계 출신 정치인이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전국총학생연합회 위원장 출신으로 정치권의 대표적인 6·3 세대다. 6·3사태(1964년 6월3일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진압한 사건) 주도 혐의로 100일간 투옥되기도 했다.

1969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한 서 고문은 1980년 광주항쟁 때 '광주사태 특파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5·18 특파원 리포트>란 단행본을 발간했다. 같은해 민주한국당 선전분과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 1981년 11대 총선(서울 동작구)에서 민한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12대 총선에서 낙마한 그는 같은 지역구 13·14·15·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당적이 '민한당→통일민주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위원을 계기로 '상도동계'에 들어간 그는 민주당에서 대변인(1989년),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1989년) 등을 지냈다. 신한국당 때엔 원내총무(1996년) 등을 맡으면서 199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반 이회창'기치를 내건 정치발전협의회를 주도, 이수성 전 총리를 지지했으나 야당이 된 뒤 이회창 후보와 YS와의 관계 정상화에 노력했다.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고는 사무총장(1998년), 대표최고위원(2002년),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2002년) 등을 역임했다.

서 고문의 정치인생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당도 들락날락했다.


서 고문은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당시 대선 직전 한화그룹과 썬앤문그룹에서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04년 1월 구속됐다가 열흘 뒤 국회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풀려났다.

두 달 뒤 국회 회기가 끝나 재수감된 서 고문은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된 불법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당의 대표였던 제가 그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5개월 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2억원을 선고받고 풀려난 서 고문은 재판 끝에 2005년 형이 확정됐지만 이듬해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탈당·복당 반복 '롤러코스터 정치인생'
'검은돈'받고 수감-사면-복권 기사회생

이후 잠시 여의도를 떠나 있었던 서 고문은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와 손을 잡으면서 부활을 알렸다. '박근혜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은 것. 그때부터 '친박계 어른'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떨어졌고, 서 고문의 정치인생도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곧바로 이어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에 밀려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되자 또 다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서 고문은 홍사덕, 이규택 등과 함께 친박연대를 출범시켜 대표를 맡았다. 영남권 위주로 후보를 낸 결과 14석(지역구6석+비례대표 8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서 고문도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차 6선이 됐다. 정치권에선 '역시 서청원'이란 말이 회자됐다.

이도 잠시. 위기는 계속됐다. 총선을 앞두고 김노식·양정례 전 의원에게 32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 고문은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1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됐다. 물론 의원직도 잃었다. 서 고문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은 부당하다. 명백한 정치적 탄압과 잔인한 보복의 결과"라며 옥중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가 고초를 겪는 동안 친박연대 의원들은 대부분 복당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를 비롯한 탈당한 친박계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명박-박근혜 회동 후 불허 방침을 철회했다. 물의를 일으킨 서 고문은 복당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꺼질 뻔한 서 고문의 정치인생에 서광이 비친 것은 2010년 8월. 청와대는 서 고문을 8·15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해 남은 형기 중 6개월을 감형키로 결정했다. 당시 서 고문은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 기간이었으나 재수감을 자청해 교소도로 들어갔다. 그전까지 건강상의 이유로 수형생활과 형집행정지를 반복했었다.

역경 이긴 오뚝이?
물 흐린 미꾸라지?

정치권에선 가석방을 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행법상 전체 형기의 3분의 1 이상만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법무부가 형기의 70% 이상 복역하지 않으면 가석방이 어렵다는 내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미 수형생활을 한 5개월과 감형된 형기를 제외하고 7개월 형기가 남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가석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서 고문은 2010년 말 성탄절특사 가석방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자유의 몸'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화해무드'가 유효했다는 평이다. 서 고문의 세 번째 정계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쉽게 나서지 않았다. 감형 직후 "(앞으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가석방으로 풀려나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계 복귀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랬던 그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 대선 때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외곽에서 '박근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마다 '해결사'였다고 한다. 특히 박근혜 캠프의 동서화합과 대탕평 회심작이었던 호남인사 영입과정 등에서 대활약했다는 후문이다.

서 고문은 때를 기다린 듯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대선이 그의 의도대로 끝나고, 지난 1월 MB정부 마지막 사면의 혜택을 받아 복권됐다. 그리고 이번에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오래전부터 박근혜 정치멘토
향후 행보는?…역할론 부상

정치권에선 서 고문이 향후 어떤 정치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고문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상임고문직은 최고위원회 자문 기능을 가진다. 또 주요 현안에 관한 여론 전달 및 의견 개진도 할 수 있다. 상임고문 회의는 대표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상임고문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소집된다. 서 고문까지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모두 36명이다.



액면상으론 그 역할이 한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 당의 상임고문은 막후에서 '숨은 조력자'노릇을 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

친박계는 서 고문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 '수족'들의 입각으로 약해진 친박계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서 고문이 흔들리고 있는 친박계의 중심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만약 4·24 재보선 부산 영도에 출마한 '친박계 좌장'김무성 후보까지 가세한다면 친박계 파워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서 고문과 김 후보는 당내 권력지형의 변수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으로선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다. 서 고문은 박 대통령에게 오래전부터 정치적 조언을 해온 많지 않은 측근 중 1명으로 꼽힌다. 6선에 당대표까지 지낸 정치적 역량과 경륜 등을 들어 서 고문이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 노선에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새정부 출범 초부터 청문회 등을 두고 엇박자가 나는 상태. 서 고문이 중간에서 이를 다잡는 역할도 배제할 수 없다. 당-청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 고문이 친박계 뿐만 아니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중진 의원들까지 결집해 영향력을 키울지도 관심거리다.

친박 결속력 강화?
'막후 조력자'노릇?
당청 연결고리 역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 고문은 절대로 뒷짐 지고 구경만 할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당에서 할 일이 있지 않겠냐. 아마 없어도 만들어서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 서 고문의 역할론을 얘기하긴 이르지만 박 대통령에겐 도움이 될 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서 고문은 '독오른'여론을 의식해선지 일단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내가 봐도 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상임고문으로서 역할에 대해선 "뭐를 드러내 놓고 할 생각은 없다. 단지 후배 의원들에게 필요하면 정치적 조언을 해주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서 고문 컴백에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전후해 당명까지 바꾸며 공천개혁을 약속했던 새누리당의 쇄신이 결국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눈속임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판명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 고문이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친박 핵심 인사란 점에서 대통령을 의식한 재입당 의결이 아닌지 의심했다.


김무성 가세하면…
야 "모종의 의도"

민주당은 "최근 대통령의 인사난맥상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 고문의) 귀환이 당을 친박실세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 이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가뜩이나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있는 새누리당이 더욱 식물정당화돼 18대 국회 때처럼 거수기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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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