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화신>에 뜨끔한 검찰, 술렁이는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28 13: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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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암행어사, 지금은 일단 ‘조용~’

[일요시사=정치팀] 검찰의 비리를 소재로 한 SBS 드라마 <돈의 화신>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검찰의 심기는 영 편치 않아 보인다. 스폰서와 성접대까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소재들이 드라마에서 거침없이 다뤄지는 탓이다. 가뜩이나 ‘검찰개혁’이 새 정부의 화두로 거론되는 판국이라 검찰 내부에서도 드라마를 두고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때마침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법원 최종 무죄 판결이 확정돼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이 재점화됐다. 때마침 여의도 정국은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싸고 ‘검찰개혁’이 화두로 등장했다. 이런 와중에 드라마 <돈의 화신>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시청자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웃는 드라마, 우는 검찰

“요새 <돈의 화신> 최고 같아요. 언론, 검찰의 추악한 실체를 잘 보여주던데 드라마 소재는 현실을 바탕으로 나오는 거죠.”

“<돈의 화신> 재밌는데 왠지 검찰에 대해 좋은 이미지는 없는 듯.”

“요즘 <돈의 화신>이라는 드라마를 본다. 그 드라마 내용대로 재벌, 검찰, 언론, 지하경제 사채업체는 썩어 있으며 서로 유착되어 있으리라.”


드라마 <돈의 화신>에 대한 트위터리안들의 반응이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돈의 화신>을 통해 그간 쌓이고 쌓인 검찰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고 있다. ‘<돈의 화신> 명언’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고 있는 드라마 대사도 인기다.

<돈의 화신>은 ‘이차돈’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둘러싼 복수극을 다룬 드라마다. 돈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은 한 남자를 중심으로 로비와 리베이트, 커넥션과 비리에 얽힌 대한민국 세태를 날카로운 해학과 풍자로 그려냈다.

검찰의 비리는 배우 박상민이 맡은 배역인 검사 지세광을 통해 드러난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유명 여배우와의 스캔들도 빠지지 않는다. 배우 오윤아가 열연하고 있는 은비령이라는 인물이 그 주인공이다. 여배우는 한 사업가의 정부로 지세광 검사와 내통하다 사업가를 살해하면서, 드라마는 극적인 긴장을 더했다. 은비령은 검찰·언론과 유착, 부를 축적하며 검경 유착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 사채업자까지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이들을 엮는 돈의 흐름을 세밀히 묘사했다.

작가는 등장인물을 둘 더 얹었다.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한탕’하려는 이들의 모임에 검찰총장까지 등장한다. 등장인물 이름도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과 비슷한 ‘권재규’다.

그리고 사채시장의 큰손을 스폰서로 두고 권력과 돈을 좇는 전형적인 비리 검사 조상득은 서울지검 부장검사로 배우 이병진이 맡았다. 이 역시 MB의 친형인 ‘이상득’과 이름이 같다. 등장인물의 이름만으로도 풍자의 아슬아슬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돈의 화신>이 시청자의 박수를 받으면 받을수록, 검찰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은 거세졌다. ‘마치 모든 검찰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돈을 축적한 것으로 오해할 것 아니냐’는 내부의 볼멘소리도 검찰에 쏟아지는 화살의 방증이다.

드라마, 검찰·언론·사채업자에 여배우 스캔들까지 총망라
북받쳐도 여론 안 좋아 속으로 ‘끙끙’ “공식 입장 자제”


한 소식통은 검찰이 <돈의 화신> 때문에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막내 검사가 사건 피의자들에게 수금하며 돈뭉치를 모으고, 중앙지검 부장검사가 라인구축을 위해 부하검사의 수금을 보호하고, 이들이 정·재계 인사 수사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저 없이 왜곡하는 모습 등이 “검찰의 실상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선 검사들이 “드라마가 표현의 한계를 넘었다”며 검찰 본부에 대응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비록 드라마지만 검찰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검찰은 지난해 몇 차례나 끔찍한 홍역을 치렀다. 검찰은 성 접대 파문으로 ‘떡검’ ‘색검’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뿐만 아니라 뇌물수금과 로스쿨 출신 검사의 피의자 성폭행 사건까지 검찰의 명예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일요시사>와 통화한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불만이 크다. 식사자리에서도 드라마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검사들은 드라마가 ‘검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막내검사 묘사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검찰 비리는 미디어에서 꾸준히 다뤄왔다. 어느 때보다 검찰개혁 요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검찰이 드라마에 손대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을 하겠느냐. 불만이 있긴 하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 대변인실의 정 모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드라마에 대한 각 검사 개인의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자숙하자는 분위기다”라며 “앞으로 검찰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고,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박수치며 지켜봐 달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돈의 화신> 총책임을 맡고 있는 가순남 프로듀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몇몇 검사들이 지적했다는 대본 검수에 대해 “담당 변호사가 있고 검수과정은 다 거쳤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는 픽션이다. 검찰 내부에서 이야기가 오갈 수는 있지만,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제작한 것도 아니고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본다. 이것은 문화의 영역이다. 표현의 자유를 떠나 검찰에서 드라마 제작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드라마의 작가 연출자인 유인식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허구는 본질적인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어떤 장치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갈등 보여주고 싶어”

드라마에 나오는 법조인에 대해서는 “원죄를 단죄하는 직업이 검사인데, 역설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때가 묻기 쉽고 유혹에 빠지기 쉽더라는 거다”라며 “법조계에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우리는 새삼스레 구태를 고발하자는 게 아니라 때가 묻어있는 사람일지라도 비리나 부정을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고뇌해주길 바라는 거다. 성공이 보장되는 침묵을 뿌리치고 기득권을 버려가며 정의로 나아갈 것인가.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갈등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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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