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정신병자’로 내몰린 ‘내부고발자 잔혹사’ 실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06 16:29:56
  • 댓글 0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평생 그래야 살아~”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여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보한 국정원 직원들을 파면 조치했다. 과거 중앙정보부에서 수십 년간 근무했던 조웅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을 폭로해 긴급 체포됐다. 내부고발자의 낙인이 찍힌 이들의 인생을 염려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과연 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일요시사>가 ‘내부고발자들의 잔혹사’를 추적해보았다.


1997년 6월14일 아침,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감찰실의 지하 조사실. 5일째 이곳에 감금된 김필원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구급차에 실렸다. 그대로 서울 삼성서울병원 정신병동 903호 특실에 갇힌 김씨는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자’가 됐다.

김씨는 온몸이 포박된 채 강제로 정신질환약을 먹었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 국가와 병원에 이 모든 상황을 문의하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국가기관과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28년 근무한 직원
열흘 만에 정신병자

김씨는 육군사관학교 26기 졸업생으로 장교생활을 하다가 1972년 6급 공무원으로 당시 중앙정보부에 공채 입사했다. 김씨는 중정과 안기부에서 국내 주요 정보를 수집하고, 언론 대외협력관, 국회 연락팀장, 정치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씨는 국가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돼가는 안기부를 목도하며 ‘국가정보기관이 오염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판단, 부당인사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열흘이 되기도 전에 안기부 지하 조사실에 감금됐고, 얼마 후 정신병자 낙인이 찍혔다. 바로 이것이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끔찍한 실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1인, 그리고 전문의의 판단만 있으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대상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요건이 허술하다 보니 누구라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퇴원 조건 서약서
내용은 재산 양보

실제로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은 너무도 간단했다. 안기부 직원의 설득과 김씨 전부인 A씨의 서명, 그리고 주치의의 진단서, 병원장의 동의가 전부였다.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지하 조사실에 있을 때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사람이 나를 3~4초 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그냥 나갔다. 나중에 그가 의사였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씨를 보고 간 사람은 삼성서울병원의 주치의 L씨. 6월13일 그는 바로 진단서를 작성했다. 진단서(표1)에는 “당분간 (적어도 한 달)의 입원가료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치료소견이 적혀있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한 전문의는 “진단서를 작성하려면 검진소견서가 필요하다. 한번 훑어보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진단서가 작성되기 하루 전날 A씨가 이미 김씨 입원동의서에 서명해 안기부에 제출한 사실이 소송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안기부 직원과 A씨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긴밀히 만나 김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문제를 두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입원동의서는 명백한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4초 응시하더니 진단서에 ‘인격장애’ 한 달간 입원 필요 의견 작성
입원 요건 허술해 보호자·병원소속인·전문의 3인만 공모하면 직행 

이후 김씨와 A씨의 소송 속기록에 의하면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자 안기부 직원들은 A씨에게 김씨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전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씨는 “단식투쟁을 하고, 안기부 조사실에 감금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가정이 완전히 파탄 났다”라며 그간의 고통을 토로했다.

정신병원에서 악몽의 시간을 보낸 김씨는 4개월 후 병원에서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김씨를 마냥 감금할 수만은 없었던 병원은 김씨에게 서약서<표2>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퇴원 조건이었다. 당시 김씨에게는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서약서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통원치료를 할 것, 퇴직금 1억8천여만원과 연금을 부부합의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안기부와 A씨의 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씨가 서약서를 작성할 당시는 이미 A씨가 김씨의 퇴직금과 연금을 수령한 후였다. 김씨가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A씨가 김씨 명의의 통장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김씨, A씨, 안기부 직원 사이에 고성이 오간 사실도 A씨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문제는 비단 김씨만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국가기관 내부고발자들이 이 같은 국가기관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었던 한영수씨도 꽤나 유명한 내부고발자다. 한씨는 김씨처럼 정신질환 진단을 받거나 정신병원에 감금된 적은 없지만, ‘정신병자’라는 수식어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정신병자의 말
 들을 필요 없다”

심지어 한씨 면전에서 “정신병자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기자들이 있을 정도니, 이들에게 정신병자라는 족쇄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 수 있다.

한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정신병자 낙인이 찍힌 계기는 선관위 내부공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씨와 관련해 선관위에서 내린 공문의 요지는 “한영수는 정신병자이니, 이와 관련해 어떠한 정보수집도 하지 말 것”이었다.

이 공문으로 한씨의 모든 주장은 그저 정신병자의 말장난 정도로 취급받았다. 그럼에도 내부 투쟁을 멈추지 않은 한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결국 해임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씨의 부인 B씨에 대한 공무원 감찰도 이어졌다. 당시 우체국장이었던 B씨는 수년간 소송에서 국가기관과 싸웠다. 지칠 대로 지친 B씨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시민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례도 있다. 3년간 수차례 정신병원에 감금돼 주검과 다름없는 몸으로 살고 있는 이는 바로 박일남씨. 그는 내부고발자가 아닌 외부고발자임에도 이 같은 만행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1995년 박씨는 한 식품가공업체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먹고 며칠간 고생했다. 이에 박씨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해당 업체를 신고하고 해당 식품에 대해 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식품으로 쓸 수 없다는 ‘부적합’ 판정이 나왔으며, 박씨는 이를 인정받아 포상금 10만원을 받았다. 이후 박씨는 부적합 식품을 판매한 사람을 고발했지만, 웬일인지 경찰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공무원 가족에 대한 억압까지, 감찰·소송으로 이어져 우울증 발병도  
부적합 식품 보건환경연구원에 신고, 검찰에 고발해 정신병원에 감금

그러자 박씨는 검찰을 찾아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박씨는 길거리에서 누군가에 의해 납치돼 그대로 정신병원에 끌려가 11개월 동안 강제로 감금당했다. 의정부의 한 개인병원은 박씨에게 강제로 수십 차례 마취제를 주사하고, 약을 먹였다. 박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퇴원 당시 뇌가 거의 마비된 상태였다. 깨어나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금 기억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퇴원 후 1년이 지나자 박씨는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박씨는 “공무원들이 직무유기죄 시효를 넘기려고 시간을 끌면서 나를 가뒀다. 정신병원에 다녀온 후 나는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박씨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진정한 상태다.

외교부 내부고발자로 6년째 국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황규환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 정비는 완벽한 수준이다. 부패방지 및 권익위법, 공익신고자포상법, 국가공무원법, 그리고 각 부처 행동지침을 보더라도 내부고발은 장려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임면권자와 국가기관장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조직의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부고발자를 억압하고 있어 법이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수차례 마취제 투여
“죽은 것과 다름없어”


‘선의 방관이 악을 키운다.’ 이 말은 근대 보수주의의 아버지인 에드먼드 버그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를 두고 한 말이다. 내부의 비리와 부패를 바로잡고자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에 대한 억압이 끈질기게 반복되면, 과연 우리사회는 어떠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한국부패학회의 고문이자 전 회장인 오필환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기관의 장, CEO들과 굉장히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부고발이 꺼려진다”라면서 “사실 부패에 대해서는 외부사람이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내부에서도 일부 사람만 알고 있고, 알려진 부패는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어 “이러한 분위기가 일종의 한국문화가 됐다. 남 잘못을 드러내기보다 덮어주고 모른척하고 넘어가는 것.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보니, 이것이 인지상정처럼 됐다. 이런 후진적인 문화 때문에 내부고발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부패를 묵인하는 것이 정의가 된다. 사회는 균열되고 결국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