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테마3>돈 권력 그리고 사람들

검찰에 시달린 재벌2세 현주소



불법승계·주가조작·비자금 조성·공금횡령 등 다양
검찰 조사 결과 따라 경영재개·칩거 등 엇갈린 행보

재벌가 2세들과 검찰의 ‘악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법승계, 주가조작, 비자금 조성, 공금횡령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검찰과 악연을 맺은 이들은 현재 경영일선으로 돌아와 다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은둔 생활을 하며 칩거에 들어간 이도 있다. 각기 다른 사안에 따라 검찰에 시달려야만 했던 재벌 2세들의 사연과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검찰에 출두해 직접 수사를 받은 것은 지난해 2월이다. 지난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 50억 비자금’ 파문이 확산되면서다. 이전까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으로 서면조사만 받았을 뿐 직접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훌훌 털고 경영에만…

이 전무는 이후 2008년 7월 아버지인 이건희 전 회장과 함께 증인으로 법정에 서는 등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이 일로 이 전무는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사임하고 해외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무는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해외 순환 근무 중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과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돌며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그동안 쌓아 온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검찰의 악연은 지난 2006년 4월부터 시작됐다. 정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글로비스 등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편법으로 아들에게 지분을 승계하려다 탄로났기 때문이다.


이 일로 정 사장은 장장 18시간여 동안 검찰의 집중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검찰은 이후 2006년 6월 정 사장에게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정 사장은 현재 기아차 사장으로서 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일에는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참석, 기아차는 물론 현대차와 주요 수입차들의 신차들을 두루 살피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정 회장과 미국 출장을 동행하는 등 경영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외손자이자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검찰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2007년 6월 서면으로 조사를 받았다.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정 부회장은 이 건에 대해 지난해 1월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후 정 부회장은 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정 부회장은 신세계사보 4월호에 실린 ‘만나고 싶었습니다’란 코너에 10년 뒤 신세계백화점 모습에 대해 ‘전지역 1번점, 우리나라 최대 백화점, 국민의 지지를 받는 최고의 백화점, 모든 협력사의 지지를 받는 백화점이 돼야 한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정희씨의 손자이자 구자헌씨의 아들인 구본호씨가 검찰과 처음으로 악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5월. 대검 중수부가 DJ 측근인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씨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하면서부터다. 한 달 후 구씨는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레드캡투어(옛 미디어솔루션)를 인수하면서 조풍언씨로부터 빌린 자금을 자기 자금으로 속이고 외국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공시해 1주당 7000원에서 4만원대까지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되팔아 165억여 원의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다.

‘사정의 칼날’을 경계하라


구씨는 또 지난 10일, 송모씨로부터 사기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2007년과 2008년 각각 5억원과 2억5000만원을 빌려간 후 갚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중원 전 뉴월코프 대표도 지난해 10월,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전문적 기업사냥꾼들과 공모해 주가를 띄워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다.

더욱이 횡령한 돈의 상당부분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결국 이 일로 인해 박 전 대표는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게다가 올 1월에는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회사를 인수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투자금조로 20억원을 받은 혐의다. 현재 박 전 대표는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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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