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박준영 전남도지사 ‘물세례’ 안주용 전남도의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4 11: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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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너무 뻔뻔해 순간적으로 욱했다”

[일요시사=정치팀]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더니 박준영 전남도지사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제18대 대선에 나타난 호남민심을 “무겁지 못했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말한 박 지사에게 물을 끼얹었던 안주용 전남도의원(통합진보당)에 대한 제명안이 결국 부결됐다. 일단 박 지사는 체면을 구겼고, 안 의원은 체면을 차렸다. 이에 <일요시사>가 안 의원과 전화 연결을 해 그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았다.

 

 

전남도의회 본회의 재적의원 62명 가운데 58명이 참석했다. 안주용 의원 제명안에 대해 찬성은 40명, 반대 11명, 기권은 7명이었다. 재적의원 3분의 2인 42명에서 딱 2명이 부족했다. 안 의원은 간담을 쓸어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본회의 표결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날 선 공방이 어어졌다고 한다. 그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 도정업무를 보고하던 박준영 전남지사에게 물세례를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민사회와 민주당 전국도당은 박 지사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지사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올해 처음 진행되는 도의회 도정연설과정에서 사과 해명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도의회 대표성을 가진 사과 요구가 있었다. 이런 요구가 계속 묵살됐다.

- 물세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말인가?

▲ 개인적으로 자유발언을 통해 사과촉구를 하려고 했다. 도의회 의장단 동료의원 중에 박 지사가 도정연설을 하기 직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하려고 했다. 위에서 자유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다.


- 그렇다면 물세례가 계획적인 것이 아닌 충동적인 행동이었나?

▲ 당일 예상하기는 ‘도정연설하러 나와서 호남 발언에 대해 어물쩍 넘어갈 거다’라는 식의 예상을 했는데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너무 뻔뻔하다 싶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더해졌다. 그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여론과 정치권의 비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쓴 이유는 무엇인가?

▲ 뒤에 어떻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그럴 틈도 없었고 겨를도 없었고…

- 물세례 후에 무슨 일이 있었나?

▲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바로 퇴장했다. 도의회에서는 일단 본회의장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 우발적인 행동이었다면 나중에 후회하진 않았나?


▲ 순식간에 언론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당황한 건 사실이다.

- 윤시석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이 엄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윤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도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

▲ 개별적으로 의원들께 전화 드렸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공식적인 사과요구를 하신 거고…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너무 커져 버렸다. 저도 제 행위에 대해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박 지사의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민과 의원들께 언제든지 사과할 마음은 있다.

“박 지사 전남도민에게 사과하면 나도 언제든지 사과해”
“호남의 정신과 자존심 훼손당하는 것 두고 볼 수 없어”

- 박 지사가 사과하리라고 보는가?

▲ 상황이 이렇게 되는 과정에 1월29일 윤리특위 제명안이 결정된 다음날 박 지사가 유감 표명을 했다. 제 문제에 대해 도의회에 제고를 요청하면서 자신의 발언 진의는 민주당이 각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이 의미가 왜곡돼서 이런 사태가 유감이라는 말이었다.

- 박 지사가 변명한 것인가?

▲ 기자회견에서 박 지사의 유감 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여도 되냐는 질문이 있었다. 박 지사는 사과가 아니고 유감이라고 했다. 박 지사가 사과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호남의 정신과 자존심이 있다. 이것을 호남사람들은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다. 이번 대선도 무조건 몰표가 아니라 호남인들도 많은 갈등을 하고 내린 결론이다. 이걸 무시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최소한의 공식적은 사과와 해명은 있어야 한다.

- 제명안 부결 결과를 예상했나?

▲ 솔직히 많이 걱정했다. 민주당 의총에서 제명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명이 됐구나’ 라고 생각했다. 신상발언할 때도 마음을 정리하고 들어갔고, 할 말은 하고 나올 생각이었다.

- 부결처리에 대한 입장은.

▲ 부결돼서 좀 놀랐다. 그래도 몇몇 동료의원님들이 제명에 찬성한 거라 결과에 대해서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근데 한번 마음의 정리를 하니까 가결이든 부결이든….


- 제명안에 반대와 기권의견도 있었는데.

▲ 일단은 제명안에 대해서 대단히 부담스럽게 생각하신 분들이 계셨다. 실제로 제명안이 통과됐을 때 다가올 후폭풍 같은 거…. 민주당 이외의 의원들에게 가해질 것들. 과연 제명할 사안이었는가 하는 여론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박 지사의 사과가 선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 분도 계셨다.

- 안 의원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 호남의 정신과 자존심이 훼손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현재 상황에서 전남도민을 모으고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전남도의회만이 현 사태를 바로 보고 있지 못 하는 것 같다. 박 지사가 전남도민에게 먼저 사과한다면 어떠한 징계라고 받아들이겠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의원 징계만 서두르고, 이런 제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어쨌든 당장 도의회가 사과촉구결의안이라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앞으로 계획은.

▲  물 한잔 뿌릴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판이 커졌다. 사회적 문제로 정점에 서버리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안주용 전남도의원 프로필>

▲ 고려대학교 졸업
▲ 민주노동당 나주위원장
▲ 통합진보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 전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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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