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천기누설> 재계총수 5인 계사년 운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4: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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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이끌 황제들 "하늘은 누구 편?"


[일요시사=경제1팀] 60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검은색 뱀의 해 계사년(癸巳年)이 밝은 지 어느 덧 두 달. 올해 재계의 화두는 위기관리와 성장동력 확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고, 그 여파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이 점친 재계 총수들의 신년운세를 통해 올 한해 우리 경제를 점쳐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
"맹공격에도 끄떡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톱10'에 오르는 등 행복한 한해를 보냈다. 2012년 한 해 매출만 201조1000억원, 영업이익 29조5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유로존 경제불안, 미국 재정절벽 우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계속된 여건하에서도 고부가·차별화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트 사업 매출 증대와 모바일 AP 판매 확대를 달성했다.

이 회장의 올해 운세도 좋다. 백운비 원장은 "유의유덕(有義有德)"이라고 운을 띄운 뒤 "평소에 생각했던 바가 이뤄지고 지난해에 못한 일이 이뤄지며 지난해에 잘못되고 무너졌던 부분을 새로 고치고 재정비 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강한 운 들어와 보호막 형성


백 원장은 "다만 운이 중간중간에 끊기는 형상이 오기 때문에 의견전달이 충분히 되지 않아 오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사업을 진행할 때 직접 거래보다는 중간 대행을 시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임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또 백 원장은 "대내분쟁은 이번 해까지는 겪어야 한다"고 점쳤다. 여기서 '대내분쟁'은 맏형인 이맹희씨와의 상속분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상속소송 선고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별 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한 운이 들어오는 해이기 때문에 보호막을 형성, 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래 중장기적 경쟁력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내실 경영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잔 밑을 챙겨라"

"도고명립(道高名立). 성장하고 발전하며 명성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백 원장이 밝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2013년 운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41만357대의 차를 판매했다. 전년 판매대수 405만9438대보다 8.6% 증가한 실적이다. 내수시장에서는 시장 불황과 수입차에 밀려 판매가 부진했지만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판매호조를 보인 결과다.


지난해 10월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2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전년보다 8계단 상승한 53위를 기록, 아우디를 제치고 자동차 브랜드 7위로 올라섰으며 기아차는 87위로 처음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백 원장은 "외부 사업은 지속적으로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최근 정 회장으로써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정, 해외시장서 최고될 좋은 기회

정 회장은 지난해 말 전세계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장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어렵겠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동력을 잃으면 안 된다"며 "현대·기아차의 살 길은 여전히 해외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대형차를 수출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에쿠스와 제네시스로 미국럭셔리시장 점유율 9%를 달성하자는 캠페인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운이 절반으로 나눠질 수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손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외부내실(外富內失)할 수 있다는 것. 백 원장은 "내분이 많으니 투쟁·분쟁 등을 잘 다스려야 한다"며 "애매한 거래를 삼가고 가능한 직접 관여하고 상대하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한파가 몰아친 지난달 28일 오전 6시30분에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으로 출근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백 원장은 "뚝심이 대단해 내분이 있어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무 LG 회장
"사람이 재산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임진년은 도약의 한 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9조원대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9100억원 규모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 신화' 재연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다.

이 기세는 201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장선도'에 나섰다.

백 원장은 "구 회장의 올해 운세가 1년 내내 전반적으로 평행하다"며 "가활만인(可活萬人). 즉 외부에서 안으로 사람이 모이고 더불어 덕을 많이 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나아가 구 회장이 다른 사람의 위험도 본인이 도와줘서 큰 덕을 남긴다고 지목했다. 인간관계를 넓게 활용할수록 큰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구, 인재 모으면 복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해 말 LG인재개발대회에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삼고초려하는 것과 같이 최고경영자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며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힌 후 8개 계열사 사장들을 이끌고 미국행에 나섰다. 인재 모으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또한 LG그룹은 시장선도 사업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인재 확보를 위해 올해에도 지난해 채용 규모인 1만50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 회장이 단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백 원장은 지적했다. 건강이다. 백 원장은 "부분적 건강운이 안좋으니 평소에 약점을 보완하고 가능한 7월이나 11월은 40km 이상 원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SK 회장
"마지막엔 웃는다"

시작은 좋지 않다. 하지만 백 원장은 "최 회장의 올해 운세는 구원의 해"라고 전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 31일 SK그룹 계열사 자금 횡령 등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최 회장은 2008년 말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공모해 SK텔레콤, SKC&C 등 SK그룹 계열 18개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리고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과다지급한 것처럼 속여 비자금 139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시작은 미약…결국 끝은 창대 

최 회장은 법정 구속이 결정된 직후 "제가 무엇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사건 자체를 알게 된 것은 2010년이다"며 "이 사건 자체를 잘 모른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거 하나다"고 호소했다.

백 원장이 진단한 최 회장의 올해 운세는 한마디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일이 많은 해'다. 백 원장은 "관약이 중중하니 송사에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다행이 운이 살찌는 형상이라 약한 부분이 보완되고 병든 부분이 치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2013년의 시작은 우울했지만 결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룹 사업도 성장이 기대된다. 백 원장은 "내수도 좋지만 운이 외부로 강하게 뻗어 있어 해외 쪽에 큰 성장과 결실이 기대 된다"며 "잠시 스쳐가는 위기에 그룹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과욕은 금물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용띠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지 않은 임진년을 보냈다. 회사에 수천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경영공백을 맞은 그룹은 ING생명 동남아 법인을 인수하는데 실패하는 등 일부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에 성공한 한화건설은 최근 김 회장의 건강상태까지 급속히 악화돼 재판마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백 원장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걱정과 근심은 여기까지로 보인다. 백 원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인간관계 개선과 수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화답하듯 한화그룹은 올 해 초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줬다. 한화그룹은 호텔, 리조트 서비스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 시설관리인력, 고객상담사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종사하는 계약직 직원들에 대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 부동산 투자·개발 시 큰 성장

오는 3월1일부터 시행되는 정규직 전환의 대상자는 무려 2043명이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들에 대해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및 정년 보장과 함께 승진의 기회도 약속했다.

백 원장은 "김 회장의 올해 운이 부동산 투자·개발 쪽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그룹이 진행 중인 부동산 관련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라는 전언이다. "욕비불귀(慾非不起). 정도와 한계를 지킨다면 더욱 튼튼한 결실을 맺게 되지만 욕심을 부린다면 무너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건강악화에 대해서는 "운명적으로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외길 역학 인생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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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