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망명설' 나도는 MB 앞날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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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문재인보다 박근혜가 더 무섭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대권을 잡았다. 이로써 임기 내내 수많은 의혹에 시달렸던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에 유폐시키고 청문회장에 세운 사람은 친구이자 후계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이 박 당선자를 바라보며 불안에 떠는 이유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임기 말 '망명설'까지 나도는 이 대통령의 뒤숭숭한 앞날을 예측해봤다.

지난 2009년 검찰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로 이른바 '친노' 진영은 쑥대밭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을 비롯한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됐고 수사망은 최종적으로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자녀들에게까지 좁혀왔다. 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과도하게 공표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겼다. 이러한 전방위 압박을 견디다 못한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

시작은 창대
끝은 비굴

반면 수사과정에서 함께 의혹을 받은 현정부 쪽 인사 중 처벌된 이는 별로 없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특정인을 겨냥해 가족의 계좌까지 샅샅이 뒤지는 저인망식 수사와 범죄자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묻지마 수사,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보복수사'의 전형이다. 이러한 보복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은 별로 없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 정권초기에는 검찰 내부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단지 이름만 적혀있는 살생부가 돌았다. 검찰은 얼마 후 명단에 적혀있던 이들 대부분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전직 대통령의 운명은 전적으로 후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 새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다. 이와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앞날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상황이 이러한데 하물며 임기 내내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박근혜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제18대 대선의 최종 승자인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줄곧 이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직접적인 원한관계인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피한 것만으로도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가 심상찮게 나돌고 있다.

정권연장 성공했는데 벌벌 떠는 MB '왜?'
제 식구 감싸기? 이왕 할거라면 확실하게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당선인은 그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출마,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석패했다. 경선방식 등에 논란은 있었지만 박 당선인은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에서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하지만 이듬해 제18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때 박 당선인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후 박 당선인은 친박계 의원 60여 명의 복당을 관철시켰지만 이 대통령과는 끊임없이 대립하며 '여당 내 야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여당 내 야당 이미지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한편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의혹들은 무척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BBK주가조작 사건이다. BBK사건이란 김경준씨가 지난 1999년에 설립한 회사인 BBK를 통해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이 돈을 횡령한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경준씨는 이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한국 검찰에서는 이 사건이 이 대통령과 관련이 없고 김씨와 그 가족들의 범행이라고 결론을 냈다.

BBK사건 의혹
드디어 풀리나?


수사과정에서는 2000년경 여러 언론이 이 대통령이 BBK를 창업했다는 인터뷰를 보도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 대통령이 BBK의 대표이사로 적혀 있는 명함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한 강연회에서 이 대통령이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까지 공개됐지만 검찰은 객관적인 정황을 번복할 만한 증거는 안 된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마무리 했다.

지난 2007년 불거진 BBK와 관련한 논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복역 중인 김씨는 최근 자서전을 내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완료되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들을 추가로 밝히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두 번째는 대선자금이다. 올 여름 이 대통령은 측근비리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임기 중 여섯 번째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했다. '영일대군'이란 별칭을 얻으며 정권 내내 의혹을 몰고 다녔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최 전 위원장은 법정에서 "(불법수수한 자금은) 대선여론조사비용으로 사용했다"며 대선자금으로 받았음을 시인했다가 번복했으며,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쓰라며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앞두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준 돈봉투도 대선 때 사용하고 남은 잔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건을 무마시키기에 급급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및 횡령,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등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망명할 것이라는 과격한 예측까지도 난무하는 이유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이 대통령이 얼마든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권차원에서의 의도적 보복수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2008년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 공천학살로 충분히 보복한 것 아닌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미 (정치보복에 대한) 필요성조차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의 의혹들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나 증언 등이 나왔을 때 이를 정권차원에서 덮고 가느냐, 아니면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확실히 선을 긋고 가느냐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덮고 갈까?
선 긋고 갈까?

특히 이 대통령의 의혹과 관련해 야권과 시민단체, 진보언론 등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인사들이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예상보다 빨리 선택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일례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전 정권을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전 정권은 정치적 선배이자 동반자적인 관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압박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 대통령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할 경우 당내 친이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선거기간 내내 대통합을 부르짖었던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아무리 선 긋기에 나선다 해도 전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박 당선인에게 옮겨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엔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자칫 이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구태의연한 보복수사로 비춰져 정치검찰 논란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 역시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의혹 사실로 밝혀지면 최대 10년 구형 가능
박근혜 정권도 전직 대통령 잔혹사 이어갈까?

그렇다고 무작정 덮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 이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이 더 큰 부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경우엔 문재인 전 후보보다 박 당선인 측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오히려 보복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문 전 후보 주변에는 집권하더라도 정치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온건파도 많았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자칫 제 식구 감싸기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이왕 수사에 착수할 거라면 매우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쇄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과 지금까지 거리를 둬 온 만큼 퇴임한 이 대통령을 굳이 공격할 이유도 없지만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감쌀 이유도 없다”고 분석했다.

또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영남권과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삼 정권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22년의 형을 내리고도 불과 2년 만에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이들 모두를 특별사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읍참마속?
토사구팽?

반면 영남권과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잡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러한 점들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소 5년에서 10년 사이의 구형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출범과 함께 전직 대통령 잔혹사가  또 다시 재현될까? 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요즘, 벼랑 끝에 선 듯한 이 대통령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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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