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5적' 경계령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27 1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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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딴지 걸 최대의 적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지만 정치는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신임 대통령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펼치기 위해서는 측근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도 측근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무서운 적은 언제나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18대 대선의 주인공인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내부의 적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이른바 '박근혜 오적'을 살펴봤다.

드디어 제18대 대선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벌써부터 정권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단꿈에 젖어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박근혜 5적'이다.

박근혜 5적
그들은 누구?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기간동안 대통합을 기치로 엄청나게 세력을 불렸다. 이는 대선승리에 큰 도움이 되긴 했지만 박 당선인이 앞으로 국정운영을 함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5년간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내부의 적이었다. 2007년 대선기간 동안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왔던 박 당선인이 돌아서게 된 것은 권력분배 문제 때문이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친이계는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친박계를 완전 배제하는 이른바 '친박 공천 대학살'을 주도했다. 아무리 박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적극 도왔다고 하더라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사람이 먼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 당선인의 경우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세력을 크게 불렸다. 나눌 것은 정해져있는데 나눠 가질 사람이 많아진다면 갈등은 필연적이다. 아무리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고 해도 불만을 가지는 세력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박 당선인의 가장 큰 걸림돌로 '내부의 적'을 지목하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앞으로의 정국운영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발목을 잡을 이른바 '박근혜 5적' 리스트가 거론되고 있다.


'외부의 적' 1만보다 무서운 '내부의 적' 1명
나눌 자린 한정적인데 나눌 사람은 '바글바글'

박 당선인의 첫 번째 적은 이재오, 정몽준,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 등 당내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맞붙었던 상대들이다. 이들 모두 결국 대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을 돕는데 동참하긴 했지만 향후 국정운영에도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재오 의원의 경우 룰 갈등으로 경선에 불참한 후 대선기간 내내 박 당선인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마지막까지 박 당선인의 애를 태우다 대선을 2주 가량 남겨둔 지난 2일에야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당내 대권주자들인 정몽준, 김태호 의원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박근혜 정권에서 자기 목소리를 확실히 낼 가능성이 크다. 2014년까지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겠지만 김문수 경기지사의 움직임도 주목 대상이다.

이들이 아직까지도 대권에 뜻을 품고 있다면 박 당선인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에게 협력할 경우에는 정권의 2인자 또는 하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지만 박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엔 라이벌이 된다. 대중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2인자 될까?
라이벌 될까?

두 번째 적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을 위시한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상도동계다. 이번 대선은 박정희 전 대통령 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싸움이라고 불렸다. 박 당선인은 이러한 프레임 싸움에서 일단 승리하긴 했지만 국정운영과정에서도 전 대통령들과의 싸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 부위원장의 경우 전라도 공략을 위한 박 당선자의 가장 중요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자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무리 박 당선자가 대탕평책을 약속했다고 해도 한 부위원장에게 중책을 맡길 경우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다.


또 초라한 호남지역 지지율이 보여주듯 동교동계와 새누리당의 이념적 색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공통의 적이 사라진 지금 이들이 과연 새누리당 내에서 제대로 융합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상황에 따라선 당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만드는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도 박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박 당선인을 '칠푼이'로 지칭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한 몇몇 상도동계 인사들은 대선 막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세 번째 적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외부영입인사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람을 곁에 두는 첫 번째 기준으로 '충성심'을 꼽게 됐다. 때문에 평소 인선과정에서 '직언파' 보다는 '충성파'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박 당선인에 대한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은 처음부터 박 당선인과는 상극이라 할 수 있었다.

우선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의 영입은 당초 박 당선인의 '신의 한수'로 평가됐지만 김 위원장은 대선과정에서 여러 차례 박 당선인과 대립하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 정치권에선 대선기간 내내 박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결별가능성이 거론됐을 정도다.

박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순환출자 등 재벌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두 사람은 아직까지도 이러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의 국정운영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갈등은 이미 예견된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박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김 위원장과 거리두기에 나설 경우 대선과정에서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외쳤던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가장 골치 아픈 상대다.

대통합의 한계
우리 식구부터?

안 위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 위원장은 박 당선인이 한광옥 부위원장을 영입하려 하자 과거 부정부패 전력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대통합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한 부위원장은 한 단계 강등된 부위원장을 맡게 됐다.

안 위원장과 박 당선인 간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인식차이를 확연히 보여준 사건이다. 박 당선인은 취임 후 대대적인 인선에 돌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안 위원장은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들이대며 박 당선인과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네 번째 적은 당내 쇄신파다. 남경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은 친박 2선 퇴진을 요구하면서 박 당선인과 갈등을 빚었었다. 선거과정에서도 박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돕기보단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데 그치는 소극적 활동을 펼쳤다. 앞으로 정국주도권을 잡게 될 친박계 의원들 입장에선 이들은 눈엣가시다.

비록 박 당선인의 대선승리로 입지는 좁아졌지만 이들은 현재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을 꾸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우향우 논란이 벌어지자 박 당선인에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소외되느니 딴지 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내부의 적조차 다독이며 이끌어갈 새 리더십 요구


또 당내 입지가 좁아진 만큼 박 당선인과 더욱 더 대립각을 세우며 저항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새누리당 내에서 쇄신파로 활동했던 김성식 전 의원의 경우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했으며, 야권후보단일화 이후에는 문 후보 측에서 상도동계 인사를 영입하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적은 바로 친위부대인 '친박계'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권력형 비리 근절을 여러 차례 천명해왔다. 하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역대 대통령 중 단 한명도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7월 연이어 터진 측근 비리로 대국민사과를 해야만 했다.

측근 비리가 한번 불거지고 나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크게 약화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이뤄낸 성과들도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박 당선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세력은 바로 친박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의 가장 큰 적은 친박"이라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박 당선인의 친박세력은 그동안 무리한 충성 경쟁과 일부 핵심 인사들의 '전횡'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환관 권력' '인(人)의 장막'이라는 비판도 늘 박 당선인을 따라다녔다.

두려운 측근비리
최대 적은 '친박'

또 같은 친박계 내에서도 다소 소외된 세력의 경우 박 당선인의 적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선 "친박이라고 해서 다 같은 친박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거의 모든 의원들이 친박으로 흡수되다보니 같은 친박계 내에서도 박 당선인과의 거리에 따라 계급이 나뉜다는 설명이다. 특히 박 당선인이 대탕평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소외된 친박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당선인은 지금까지 제왕적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며 "여러 반대세력들을 아우르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하는 대통령의 직책을 맡게 된 만큼 내부의 적조차도 잘 다독여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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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