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노무현과 10년 후 문재인 전격 비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06 11: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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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노무현에겐 문재인 있고 지금 문재인에겐 노무현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을 또다시 안갯속으로 몰아넣었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사퇴 선언에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떠오른다. 10년 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이별'이 그것이다. 당시 노 후보는 갑작스러운 단일화 파행에도 당당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안 전 후보를 놓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10년 전 노무현에겐 있었고, 10년 후 문재인에게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10년 전으로 돌아가 노 전 대통령에게 있는 ‘그 무엇’을 찾아보았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2년 12월18일.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김행 국민통합21 대변인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라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근래에 있었던 안 전 후보의 '후보사퇴'보다 조금 더 공격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지지철회'였다. 때는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밤 10시30분이었다. 한나라당은 환호했다. 반대로 야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권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진짜 '통큰 형님'은 노

초반 문 후보의 지지율이 안 전 후보에게 뒤쳐졌던 것처럼, 당시 노 후보도 정 후보에게 한참 뒤져 있었다. 2002년 9월23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정몽준, 노무현 대선후보는 각각 31.3%, 30.8%, 1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노 후보는 등장과 함께 '노풍'을 일으켰지만, 이것은 보수진영의 이 후보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힘입은 정 후보에게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1월12일에 이르러 노 후보는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지지율 22.1%로 22.8%인 정 후보를 바짝 추격한 것. 우여곡절 끝에 11월25일 단일화가 성사되며 '창' 대 '정-노' 구도가 짜여졌다.


때를 잡은 노 후보는 과연 '통큰 형님'다웠다. 정 후보가 주장한 여론조사 방식을 노 후보가 전격 수용하면서 단일화의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였다.

문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통큰 형님'으로 안 전 후보를 압박하면서도, '유리한 방식'을 고수하며 안 전 후보를 질타하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정치권은 노-정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탓이다.

조사방법을 둘러싼 진통 끝에 노 후보가 '완전히' 양보하면서 정치권의 이 같은 우려는 한 방에 날아갔다.

가까스로 합의를 도출한 양측은 TV토론을 거쳐 11월24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노 후보의 승리였다. 노 후보는 46.8%, 정 후보는 42.2%를 기록한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노 후보의 승부수다운 기질은 여기에서 익히 엿볼 수 있다. 노 후보는 협상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고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막판에 정 후보의 주장을 모두 수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려 역전에 성공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수익'을 챙긴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현재의 문 후보와는 확실히 다른 면모다.


승부수 자질’ 부족, 극적 효과도 없어
안철수 사퇴 후 '조용~', 오로지 '안전'

추미애 민주통합당 의원이 언론을 통해 "노무현은 '돌직구', 문재인은 '우회스타일'"이라고 표현한 것도 당시 노 후보와 현재 문 후보의 차이점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단일화는 성사됐지만 결국 깨졌다. 이 전철 또한 문 후보가 비슷하게 밟았다.

노 후보는 한마디 '말'로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렸다. 노 후보는 선거 전날 종로에서 저녁 7시55분 유세를 시작해 8시5분께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선배들이 하지 못했던 후보단일화를 해냈고, 또 승복했으며 또 협력하고 있지 않은가"

이때 노 후보는 지지자들 뒤쪽에서 '차기 대통령 정몽준'이란 내용의 피켓을 발견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것을 보고 "너무 속도위반 하지는 말아 달라. 우리에게는 대찬 여성, 아니 여자라고 하자. 추미애 의원이라는 여성지도자가 있다. (중략) 그리고 국민경선을 끝까지 지키고 함께 해 온 정동영 최고위원도 있다"라고 연설한다.

정 후보 측은 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정 후보를 '여러 후보군 중의 하나'로 격하시키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성토했다. 후보단일화의 암묵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차기 지위 보장' 문제를 일거에 묵살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민주당은 참담한 분위기였다. 노 후보는 측근들과 함께 11시30분 당사를 나섰다. 정 후보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정 후보의 자택 앞에는 이미 20여 명의 취재기자가 몰려있었다.

투표 당일인 19일 0시5분, 노 후보 일행이 정 후보 자택에 도착했다. 2분여간 기다렸지만 정 후보 측은 반응이 없었다.

자택 안에 있던 정 후보 측 인사가 나와 노 후보에게 "정 후보가 술을 많이 드시고 주무시고 있다. 결례인지 알지만 지금 만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다리던 노 후보 일행은 발길을 돌렸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후보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 모든 과정은 전파를 통해 안방으로 여과없이 전달됐다. 국민은 노 후보의 기다림과 초조함에 공감했고, 허탈하게 되돌리는 발길을 목격했다. 노 후보는 이처럼 자신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 민심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정 후보는 무릎을 꿇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단 2.2%차, 57만표 차이였다.

10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문 후보는 아직도 '적절한 대처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선언 당시 문 후보는 조용했다. 멀리서 "미안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잃을 것도 없지만 얻을 것도 없는 그의 전략은 여전했다.

노 후보는 정 후보에게 확실히 병 주고 약도 줬다. 그는 정 후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자기 힘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일거에 털어낼 것 다 털고, 챙길 것은 다 챙긴 셈이다. 노 전 후보는 임기 내내 정 후보에게서 자유로웠다.

하지만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에게 병 줄듯 약주고, 약 줄듯 병을 줬다. 혹여나 자신이 '다칠까' 승부를 피하며 '보신주의'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의 이 같은 '안전제일주의'는 안 전 후보에 대한 ‘빚’을 불렸다.

결국 문 후보는 대선까지, 그리고 대선 이후에도 안 전 후보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노 후보는 자신의 참모들을 설득하고 이끌었다. 문 후보는 주변에 의해 설득당하고 이끌렸다. '노'는 능동적이었고, '문'은 수동적이다.


사실 이들은 애초부터 서로에게 늘 그랬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조화는 참여정부에서 부작용을 방지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집권 후 노 전 대통령의 승부수다운 '한 수' 이면에는 문 후보의 '신중함’이 뒷받침됐다.

노 '능동적' 문 '수동적'

이처럼 노 전 대통령에게는 자신이 써 내린 답안지 중 가장 안전한 하나를 선택해줄 문 후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문 후보에게는 기가 막힌 답안지를 제시했던 '주군'이 없다.

즉 '노무현에게 문재인이 있었지만, 문재인에게는 노무현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이들을 이토록 다르게 만들었다. 이제는 주군을 모셨던 문 후보가 주군이 되기 위해 직접, 답안지를 써야 할 때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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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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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