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주자를 만나다> ‘성과로 말하는’ 최은석 대구시장 예비후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4.14 17:37:05
  • 호수 1580호
  • 댓글 0개

“일해서 돈 벌어본 시장 필요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최은석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대구를 청년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에 대해선 “떠밀리듯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며 “진정성 측면에서 대구시민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비비고·올리브영을 유명 브랜드로 일군 경험이 있다. 그는 “정당보다 인물이고, 말보다 실행”이라면서 “대구를 살려 다시 일으키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최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계기는?

▲저는 실물경제 전문가로서 대구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국회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직접 확인한 대구의 경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더 엄중했다. 많은 분들이 대구의 문제를 경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를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돈을 벌어본 것은 전혀 다르다. 예산을 좀 더 확보한다고 도시 경제가 살아나진 않는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외부 의존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다.

저는 시장에서 직접 성과를 만들어봤다. 임직원 3만5000명을 둔 조직을 이끈 CEO였고, 비비고·올리브영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이제 그 경영 DNA를 대구 시정에 과감히 이식해서 멈춰 있는 대구 경제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고 시장 출마를 결심했다.

-기업 경영과 2년 동안 경험한 정치의 차이는?

▲가장 큰 차이는 속도와 책임의 구조라고 느꼈다. 기업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바로 시장에서 도태된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책임이 명확하게 돌아온다. 그런데 정치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철학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책임이 분산된다.

행정도 정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저는 이 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도 기업처럼 빠르게 판단하고, 성과로 평가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제 기업가 정신·도전과 혁신의 문화·성과로 증명된 경영 시스템을 공공 영역에 접목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시대적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의 침체와 국민의힘의 혼란상이 맞물려 대구 지역 민심도 국민의힘에 비판적이라고 알려졌다. 지역구 대구 동구·군위군 갑 주민의 의견은?

▲지역에서 당내 여러 혼란을 나무라면서 혼내시는 분들이 많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당 지지율이 낮은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당에 대한 실망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도 대구를 바꿀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도 함께 던지신다. 결국 민심의 핵심은 하나다. 정당보다 인물이고, 말보다 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이어 당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대구를 공략하고 있는데….

▲각종 여론조사로 확인되는 김 후보의 지지율은 지금이 가장 높을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모두 마무리되면 지지층은 자연스럽게 한 명의 후보로 결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가 우리 당 후보가 되더라도 김 후보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시정에 경영 DNA 이식해 대구 경제 움직일 것”
“김부겸 지지율? 지금이 가장 높을 때일 것”

김 후보는 정계는 물론이고, 대구도 떠나셨던 분이다. 그러다가 떠밀리듯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이 자체로서도 이미 진정성 측면에서 대구 시민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 후보의 이미지는 경제보다는 오랜 정치 이력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도 뚜렷한 공약보다는 중앙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이 더 부각된다.

김 후보는 총리로 재임했던 지난 2021년엔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당위성을 가지고 정부를 설득하겠다면서 땡깡을 부려서도 받겠다고 한다. 여러모로 앞뒤가 안 맞는다.

-대구의 청년 인구 급갑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청년이 대구를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일자리 부족·문화 생활·주거 환경을 지목했다. 3가지 문제를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기업이 몰리고, 청년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일자리는 단순한 지원금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저는 803 대구 마스터플랜에서 대구의 미래 먹거리로 섬유·안광학·기계·바이오·헬스·물·지능형 로봇·미래모빌리티·콘텐츠 IP 등 8대 전략 산업을 선정해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설계·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구를 청년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산업 구조 고도화·기업의 혁신·스타트업을 통해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다.

또 주거 환경을 개선할 것이다. 미분양 주택을 기업 근로자 사택으로 연계해 부동산·고용·기업 유치를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묶을 것이다. 문화 수준은 동대구벤처밸리 콘텐츠 메가시티, 자연·도심·로컬을 잇는 관광 벨트, 월드 클래스 ‘대구 아레나’로 향상시키겠다.

쇠락한 공단은 혁신의 심장으로 되살리고, 청년의 아이디어는 곧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하겠다. 이를 통해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도전이 자산이 되고, 기회가 축적되는 도시로 바꾸겠다. 의료와 관련해선 어디서든 10분 안에 응급의료가 작동되는 도시를 만들겠다. 24시간 달빛 어린이병원 통합진료체계를 구축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겠다.

“대구·경북 지역 통합, 핵심은 경제 묶는 것”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돈 벌어오도록 만들어야”

교육과 관련해선 MEEM(마이맥·EBS·이투스·메가스터디) 패키지를 만들 것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온라인 강의를 공공 인프라로 연결해 사교육 부담은 줄이고, 지역 격차는 없애겠다. 이를 통해 대구를 청년이 ‘남고 싶은 도시’로 만들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통합에 대한 의견은? 반대하는 경북을 설득할 방법이 있다면?

▲대구·경북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북이 우려하는 것은 결국 재정·균형 문제다. 이에 대한 설계 없이 통합을 밀어붙이면, 갈등만 커진다. 저는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경북이 서로의 강점을 살려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움직이고, 투자·일자리가 동시에 만들어져야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통합의 본질은 행정을 합치는 게 아니라 경제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K2 군공항 이전 및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성공시킬 해법은?

▲경북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엔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간선도로·고속도로·신공항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사업까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신공항 연계 주요 도로와 철도 인프라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어디서든 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공항이 돼 지역간 교통 불균형 문제도 크게 해소될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기존의 기부 대 양여 방식은 대구 예산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빚을 내 군 공항을 짓는 구조는 기업 논리로도 말이 안 된다. 국가 안보 시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선 착공 추진도 재정적으로든, 행정적으로든 너무 위험하다.

군 공항 이전은 정부 주도로 비용과 재원 조달 방안을 정하는 게 적절하다. 다만 저는 기업인 출신이다. 그래서 돈이 들어가는 공항보다 물류·산업·배후 도시 개발을 결합해 돈을 벌어오는 공항을 만들려고 한다.

-남은 경선 기간 동안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저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현장에서 기업·사람을 키우고, 결과로 책임져 왔다. 그런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대구를 살려야겠단 절박함이었다. “이대론 안 된다”는 시민의 목소리를 수없이 들었고, 제 가슴에 남았다.

저는 그동안 출마했던 국민의힘 후보들과 다르다. 정치로 큰 사람이 아니다.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는 경제를 해왔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은 경험 많은 정치인이 아니라, 돈을 벌어보고, 일을 해본 사람이다. 저는 준비돼 있다. 대구를 살려 다시 일으키고 싶다.

<ctzxp@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