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전현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화끈한 첫 공약을 제시했다.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철거와 그 자리에 대규모 복합시설 ‘서울 돔 아레나’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공약은 정치권과 언론, 여론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서울시의 대표적 랜드마크 철거를 둘러싼 논쟁을 본격화한 모양새다.
지난 2일, 전 의원은 DDP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시성 행정의 대표 사례”라면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 자리에 K-팝 공연, 야구·축구 경기, e스포츠 등 각종 행사가 가능한 다목적 아레나를 세워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징적 가치·문화적 의미 무시돼
DDP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건축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건물은 곡선과 흐름으로 이루어진 외관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었고, 서울의 문화·디자인 허브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전 세계 건축 매체에서도 “서울의 현대적 도심 이미지”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DDP는 10여년간 1000건 이상 전시를 개최했으며, 서울패션위크·서울라이트 등을 발굴해 관광객 유입에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DDP 방문객 증가에 따라 인접 동대문 상권 매출도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접 상권 카드 매출액은 2022년 7124억원에서 2024년 8941억원으로 25.5% 증가했다. 인접 상권 외국인 카드 매출액 역시 2022년 149억원에서 2024년 976억원으로 급증했다.
물론 DDP가 지역 상권과 충분히 조화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자체의 문화적·건축적 의미를 철저히 무시하고 철거를 논하는 것은 다소 경솔하다. 한 건축 전문가는 “DDP는 서울만의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적 논쟁 속에서 DDP가 일종의 ‘전시 행정의 상징’으로 낙인찍힌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징성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도시 랜드마크의 의미는 경제성만으로 환산될 수 없는 문화적 자산이자 역사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철거 공약은 이러한 문화·상징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단기적 정치 프레임’에 지나지 않을 위험이 있다.
경제적·도시 계획적 오류 가능성
전 의원은 DDP가 주변 동대문 시장 상권과 단절돼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도시경제학적 관점에서 과도한 단순화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도시 개발과 상권 활성화는 단일 시설의 건립 또는 철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근 상권 침체는 온라인 쇼핑의 성장, 유통 패러다임 변화, 오래된 상가의 구조적 문제 등 복합적 요인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DDP가 전시 공간으로서 상권 활성화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일정 부분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거 후 거대 아레나 건립’이 반드시 지역경제를 부활시킨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교통 혼잡, 시설 유지비용 증가, 공공부채 부담 확대 등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규모 복합 아레나 시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성공 여부는 철거하는 것보다 정밀한 시장조사와 전략적 계획에 달려 있다.
역사성 문제의 단순 착취
전 의원은 DDP 철거를 옛 조선총독부 철거에 빗대며 역사적 정당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비유는 매우 부적절할뿐더러, 역사적 맥락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
조선총독부 철거는 식민지 지배의 상징을 제거한다는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반면 DDP는 전혀 다른 유형의 공간으로, 과거 식민지와의 직접적 연결이 있는 건축물이 아니다. 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과 상징을 정치적으로 도용하는 것이며, 공공 토론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도시 공간과 건축물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맥락 뿐 아니라 역사적·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필요하다. 공약이 이런 복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징적 제거’만을 과도하게 강조한다면, 도시와 시민 모두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
공공시설의 철거와 대규모 재개발은 단순한 선거공약이 아니다. 이는 시민의 삶, 예술과 문화 자산, 도시 정체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충분한 시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토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발표된 내용만 보면, 철거 공약은 마치 후보자의 정치적 주장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제시된 측면이 강하다. 도시 개발의 방향성과 공공 자산의 운명은 충분한 공개 토론과 객관적 검증을 거쳐 결정돼야 하며, 단순한 정치적 계산으로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등 야당 측에서도 이 공약에 대해 “상징 건축물 파괴 공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도시 미래는 정치적 쇼 아냐
전 의원의 DDP 철거 공약은 선거 정쟁을 넘어서 도시 전략과 문화적 비전의 문제를 불러왔다. 랜드마크 철거와 대형 시설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강렬하면서도 논의의 가치는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서울시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지에 대해선 많은 의문부호도 남는다.
도시와 공공 자산은 단일 정치인의 정치적 계산이나 상징적 메시지 전달을 위해 희생돼서는 안 된다. 도시의 미래는 성급한 철거나 재건보다, 장기적 비전과 시민 참여, 전문가의 심도 깊은 논의를 기반으로 설계돼야 한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운명을 건 중대한 선택 앞에서, 정치인들은 자극적 공약을 넘어 현실적 대안과 책임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공약 논쟁은 결국 서울시민 개개인의 삶과 도시의 정체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탓이다.
<kangjoomo@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