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같은 작가의 원작이란 공통점이 있는 <마션>에 이어 우주인의 고립을 다룬다. 여러 걸작의 요소와 개연성을 꼼꼼히 갖췄다는 게 알려지면서 벌써 걸작 대우를 받고 있다. 단조로운 이야기와 긴 상영 시간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SF 작가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화는 2015년 작 <마션>에 이어 두 번째로 추진됐다. <마션>과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공통점은 고립된 우주인을 다룬다는 것이다. <마션>은 화성 유인 탐사 중 갑작스러운 모래 폭풍 때문에 화성에 고립된 우주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소설 원작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구로부터 11.9광년 떨어진 행성 타우 세티를 홀로 찾아간 우주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꽤 그럴듯한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작중 지구가 직면한 위기는 금성으로 날아가는 적외선 광선인 페트로바 선의 힘이 점점 강해지면서 햇빛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타우 세티만큼은 광선의 영향력에 노출되고도 햇빛의 힘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현실에선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 따른 달 착륙 이후 유인 행성 탐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아폴로 계획도 미소 냉전에 따른 체제 선전을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하고 진행된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막대한 예산 투입의 어려움이다. 이 때문에 냉전 종식 이후엔 굳이 유인 행성 탐사를 진행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원작과 영화에선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를 우주로 내보내는 프로젝트 추진 기관인 페트로바 선 대책위원회 책임자 에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 분)에게 막강한 권한이 부여돼있다. 작중 지구엔 비상계엄이 선포된 수준의 위기가 이어진다.
스트라트는 군을 동원해 특정인을 강제로 가둬도 상관없는 막강한 권한을 보장 받았다. 비상 상황이란 개연성이 강조돼야 인류가 실제로 진행한 적 없는 장거리 외계 행성 탐사에 당위성이 보장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작중 타우 세티 탐색을 추진하는 계획이다.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을 노리는 도박성 전술이다. 구체적으로는 리시버 5명 모두 오로지 터치다운만을 노리고 돌진해 쿼터백이 언더 존에서 던진 롱패스를 받는 공격 전술을 말한다.
작중 지구의 상황과 그레이스를 타우 세티로 보내야 하는 절박함을 은유한 것이다.
<마션>과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공통점은 고립이다. <마션>은 원작·영화 모두 “로빈슨 크루소의 화성 버전”이란 평가를 들었다.
치밀한 설정…유인 행성 탐사 당위성 부여
<마션> 이은 고립된 우주인의 생존 투쟁기
<마션>에선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의 생존기를 다룬다. 지구에서 와트니를 구하러 가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약 4년이다. 기지에 남은 식량은 300일분이다. 이 때문에 마크 와트니는 졸지에 크루소가 돼 자급자족을 준비해야 했다.
영화 <마션> 개봉 이후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장면은 화성에 착륙한 비행선 내부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것이었다. 크루소가 섬의 자원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것을 연상시킨다. 두 주인공 모두 기록을 통해 고독을 견딘다는 공통점이 있다. 크루소는 일기를 쓰고, 와트니는 영상 로그를 남긴다.
<로빈슨 크루소>의 고립을 바다에서 구현한 영화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2000년 작 <캐스트 어웨이>다. 주인공 척 놀랜드(톰 행크스 분)는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은 후 무인도에 불시착했다. 놀랜드도 다른 주인공들처럼 똑같이 자급자족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버틴다.
<캐스트 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놀랜드가 외로움을 이겨내는 장치를 묘사한 부분이다. 그리고 그 장치를 불가피하게 놔야만 할 때 놀랜드가 절규하는 상황은 <캐스트 어웨이>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이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구현된다. 원작과 영화에선 그레이스가 외계 생명체 로키를 만나 친구가 되는 상황에 큰 비중을 둔다. 여기에 개입되는 정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미지와의 조우>와 <ET>에서 공들여 묘사한 정서와 비슷하다.
고립된 상황에서 낯선 존재를 만나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은 그레이스가 머나먼 우주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자 관객의 정서를 사로잡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앤디 위어는 이따금 작품에 미국의 전설적인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의 설정을 인용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가 <스타트렉>의 열성 팬을 일컫는 ‘트레키’일 수도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그레이스와 로키가 어렵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시리즈(1989~1994)에서 여전히 명작으로 통하는 에피소드 ‘다르목(Darmok)’을 연상시킨다.
<스타트렉> 연상 ‘미지와의 조우’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 첫 SF 정극
<스타트렉> 세계관엔 만능 번역기가 존재해서 외계인과의 대화가 어렵지 않다. 그래도 번역기가 단순 번역만 할 뿐 언어의 의미·맥락을 잘 전달하지는 모해 첫 접촉한 외계 종족과의 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르목(Darmok)’에선 그 소통의 어려움과 ‘의사소통의 기본은 이해’라는 진리를 다룬다.
앤디 위어는 원작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쾌감·만족감·정을 확대했다. 이어 영화는 이를 극대화했다. 영화의 핵심이라서 시놉시스에도 그대로 제시돼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엔 ▲그레이스가 타우 세티로 가야만 하는 이유 ▲그레이스가 고립된 이유 ▲그레이스·로키가 함께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과제를 해야만 하는 절박함 등이 꼼꼼히 묘사돼있다.
일각에선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일컬어 “<인터스텔라>와 <마션>의 뒤를 잇는 걸작”이라고 평가한다.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이 지구의 암울한 현실을 해결하는 열쇠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절박함이었다.
암울하면서도 정교한 설정이 개연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비교하는 관객도 있다. 걸작 SF 영화들이 두루 언급되는 상황은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걸작으로 남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공동 감독 필 로드·크리스토퍼 밀러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레고 무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등 애니메이션과 <21 점프 스트리트> 등 코믹 액션 영화를 연출해 명성을 쌓았다. 따라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들이 처음 연출한 SF 정극이다. 그런데도 상당한 연출력을 과시해 눈길을 끈다.
라이언 고슬링이 사실상 1인극이나 다름없는 영화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의 비중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극 전체 분위기를 바꿀 만한 변화가 없어 상영 내내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상영 시간도 156분이나 된다. 관객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터치다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한국·미국에서 모두 흥행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선 개봉 첫 주에 관객 43만명이 영화를 감상했다. 미국에선 첫 주부터 8058만달러를 거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긴 상영시간과 약간의 지루함을 이겨내게 하는 영화 속 꼼꼼함은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터치다운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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