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업력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이 시장에서 검증된 기간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은 유행의 속도가 빠르고, 성공과 실패의 교차 주기가 짧다. 그런 환경 속에서 훌랄라참숯치킨 등 10여개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훌랄라그룹은 한 번도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건강한 치킨’이라는 다소 느려 보이는 선택을 30년 동안 고집해 왔고, 그 선택은 지금에 와서야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다. 신년을 맞아 만난 김병갑 회장은 올해를 단순한 새해가 아닌, 또 다른 30년을 설계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참숯 직화
김 회장은 훌랄라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성장의 숫자보다 방향의 일관성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지난 30년이 치열하게 살아남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브랜드일수록 결국 남는 것은 콘셉트가 아니라 태도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태도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훌랄라가 초창기부터 튀김 방식 대신 참숯 직화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효율과 회전율만 놓고 보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치킨을 먹는 사람의 몸과 일상을 먼저 떠올렸다.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다음 날에도 부담이 남지 않는 음식.
그는 그것이 외식 브랜드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 훌랄라참숯치킨은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들과 다른 길을 걸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한 치킨’이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 철학은 최근 젊은 세대에게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이를 유행의 변화라기보다 소비자의 기준이 성숙해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맛있으면서도 덜 부담스럽고, 일상 속에서 자주 찾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수요가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훌랄라가 말하는 건강은 다이어트를 위한 기능적 개념을 넘어, 오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생활의 기준에 가깝다.

김 회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시스템이다. 그는 건강이라는 가치는 말이나 광고로 설득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조리 방식, 식재료 선택, 유통 구조, 매장 운영까지 모든 과정이 같은 방향을 가리켜야 비로소 신뢰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훌랄라는 이런 기준을 브랜드 내부의 원칙으로 정착시켰고, 누구나 같은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이는 단골 고객을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 충성도로 돌아왔다.
훌랄라그룹이 단일 브랜드를 넘어 여러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배경 역시 같은 철학에서 출발한다. 김 회장은 이를 무리한 확장이 아닌, 역할 분담이라고 표현한다. 상권마다 소비자의 성향이 다르고, 창업자의 상황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훌랄라참숯치킨은 건강과 품질을 중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다른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소비층과 상권 특성에 맞게 설계됐다. 이 구조는 브랜드 간 경쟁을 피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냈다.
훌랄라참숯치킨 등 10여개 프랜차이즈 운영
콘셉트 아닌 태도 중점…그 중심엔 ‘사람’
불황이 장기화된 지금, 김 회장이 가장 무겁게 느끼는 책임은 가맹점과의 관계다. 그는 가맹점을 고객이나 파트너가 아닌 가족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생계형 창업이 많은 외식업 현실에서 본사의 판단 하나가 누군가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훌랄라는 초기 창업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과 함께, 운영 안정성을 높이는 시스템 개선을 지속해 왔다. 위기 상황에서는 본사가 먼저 움직이고, 함께 버티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김 회장은 가맹점이 오래 살아남아야 브랜드도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단기간 점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한 매장이 10년, 20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 같은 태도는 훌랄라가 비교적 조용하지만 단단한 성장 곡선을 유지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훌랄라의 이야기는 외식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병갑 회장과 최순남 부사장이 함께 실천해온 사회공헌 활동은 브랜드 철학의 또 다른 표현이다.
국내에서는 장애인과 청소년을 위한 장학 사업과 지역사회 후원이 이어지고 있고, 해외에서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우물 설치, 축구학교 설립, 월드비전과 함께한 식수 지원 프로젝트가 십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 활동들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20년 이상 이어진 일상의 실천에 가깝다.
김 회장은 기부를 기업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 바로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 여유가 있을 때가 아니라 가능할 때. 이런 태도는 훌랄라를 단순한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을 실천하는 브랜드로 평가받게 만든 배경이다.
그는 기업의 가치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남긴 흔적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한다. 매출과 점포 수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누군가의 삶에 남긴 기억은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치킨 한 마리가 저녁 식사가 되고, 장학금이 되고, 아프리카의 우물이 되는 구조. 훌랄라는 그 연결을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방향으로 만들어왔다.
남긴 흔적
신년을 맞은 김병갑 회장의 일상은 여전히 현장 중심이다. 그는 지금도 매장을 찾고, 맛을 확인하고, 가맹점주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음 30년에 대한 계획 역시 거창한 구호보다는 분명한 원칙에 가깝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음식,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사회에 남기는 따뜻한 기억. 훌랄라의 다음 30년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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