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여의도의 한 해가 저물었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정치판을 흔들 변수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지금부터는 선택의 연속이다. 여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순간들을 <일요시사>가 모아봤다.
2026년 가장 눈에 띄는 이벤트는 권력구도를 재편할 선거다. 6개월 단위로 크고 작은 선거가 예고된 만큼 의원들은 저마다 수면 아래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먼저 1월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유동철·문정복·이건태·이성윤·강득구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이 중 세 명만이 민주당 정청래 지도부 2기에 합류한다.
힘겨루기
이번 보궐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 대표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친명(친 이재명)과 친청(친 정청래)의 주도권 싸움이 예상되는 만큼 누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지도부 색채가 바뀌게 된다.
유동철·이건태·강득구 후보는 친명, 문정복·이성윤 후보는 친청으로 분류된다. 친명계로 분류된 인사들은 ‘당정대 원팀’을 내세우며 대통령실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친청계는 원팀을 강조하면서도,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를 띄우며 당원 주권 정당에 방점을 찍었다.
누가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당의 주도권은 물론 방향성까지 좌우된다. 두 명의 친청계 후보가 모두 당선되고 1인1표제까지 관철될 경우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커진다.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공천권까지 쥔다면 견고한 친명 울타리를 허무는 등 계파 물갈이까지 일어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명청 갈등에 선을 그었지만 잡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출신의 한 관계자는 “통상 대통령들을 지켜봤을 때 그들은 후계자를 양성해 정치적 자산을 물려주기보다 믿을만한 사람을 찍은 뒤 몸집을 키울 수 있도록 공간을 넓혀주는 방식”이라며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시계는 잠시 멈췄을 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과연 누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청 갈등을 프레임이라고 치부하는데 당원들이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을 것 같나. 임계점에 도달하면 개딸이든, 청래당이든 지지자들끼리 싸움이 날 것”이라며 8월 정 대표의 연임 여부를 주목했다.
1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도 이뤄진다. 1월16일 ‘체포영장 집행 방해’ 사건과 더불어 내란 관련 혐의 종사자들에 대한 법정 판결 역시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 판결인 만큼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보선에 지선까지
꼬리에 꼬리 무는 선거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탄핵되기 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는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우두머리 사건이 먼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두 사건의 쟁점이 다르다며 예정대로 결심공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1월 초 변론 종결을 목표로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예정대로 결심 공판이 이뤄진다면 재판은 내년 2월에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나온 시점은 6·3 지방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은 때다. 1심 선고 형량에 따라 민주당은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추진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내란 프레임을 재점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 전후로 국민의힘이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선고가 유력한 2월 전, 또는 지방선거를 치른 6월 이후가 최대 고비다.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설은 올해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은커녕, 강경 우파 노선을 고집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불만을 가진 국민의힘 중진들이 군불을 때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김문수 전 대선 후보의 ‘러브샷’ 사진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합리적 보수라는 가치를 내세워 보수-중도 결집을 유도했다고 해석했다. 장 대표가 중도 확장에 실패한 점을 파고들어 비대위 전환 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장 대표 체제에 힘을 싣는 강경 TK(대구·경북) 의원과 내란 프레임을 벗고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맞붙으면서 당이 둘로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다만 한차례 낙인이 찍힌 한 전 대표와 대선에서 패배한 김 전 후보 두 사람이 보수에 새바람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가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그랬듯 국민의힘에서는 한번 배신자로 찍히면 어떤 명분이 있어도 다시 당권을 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당에서 축출됐을뿐더러 당내 세력도 마땅치 않다.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을 꾸리려면 당내 의원부터 포섭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동혁 책임론’ 쪼개질 위기의 국힘
7월 ‘충청-대전 통합설’ 가능할까?
지방선거는 2028년 총선이 치러지기 전 열리는 마지막 정치 이벤트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여야가 또다시 격돌하는 등 정치권의 시선은 다시 국회와 청와대로 쏠리게 된다. 이 기간에는 출범 1년을 넘긴 이재명정부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안건은 내년 7월 출범을 목표로 한 충청-대전 통합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지역 국회의원들을 대통령실로 초대해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서 이 대통령은 대전·충남 지역 여당 의원에게 대전·충남 통합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방정부의 통합이 쉽지 않지만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문제이자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이 직접 통합론을 띄우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국민의 관심도도 단숨에 높아졌다. 행정안전부는 부처 산하에 대전·충남 행정통합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내년 7월1일 통합을 목표로 각종 절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 “대통령의 선거 개입” 등 논평을 쏟아내며 일찌감치 제동을 걸었다. 내년 7월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부터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 책임론을 띄우며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
지방선거를 마친 이후 정치권의 시선은 2028년에 치러질 제23대 총선으로 향한다. 한 번 더 배지를 달기 위해 의원들은 개헌, 연금개혁, 선거제도 등 단골 공약을 관례처럼 띄운다.
2026년 하반기에는 이슈 선점을 위한 여야 간의 입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23대 총선은 정권교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규모 선거이자 이정부에 대한 민심 바로미터인 만큼 양측 모두 팽팽한 기싸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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