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허생과 쿠팡, 300년의 침묵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5.11.24 10:03:56
  • 호수 1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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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과일과 말총을 사들였다. 과일나무는 여전히 열매를 맺었고, 말총도 여전히 장마와 바람에 자라났다. 생산이 멈춘 게 아니었는데도, 시장은 한순간에 흔들렸다. 백성은 값을 탓했고 상인은 입을 다물었으며, 물건 하나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장사꾼의 욕심을 저주했다.

허생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나라를 전복할 야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허생전>의 세계관을 통해 조선의 허약한 경제와 몰지각한 국가를 보여줬을 뿐이다.

단돈 1만냥에 매점매석이 시장을 장악하고 유통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이후 300년이 지났다. 과일 상자는 택배 상자로 바뀌었고, 말총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시장의 심장은 여전히 유통이고, 그 심장을 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손이다.

쿠팡,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쿠팡은 ‘혁신의 얼굴’로 불린다. 새벽에 도착하는 상자, 자동화된 물류센터의 로봇 팔, 끊임없이 달리는 새벽 트럭들. 겉으로 보이는 속도는 세상을 바꾸는 듯하지만, 그 속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 팔린 상품의 대금은 내일 판매자에게 가지 않는다. 쿠팡의 공식 공지와 판매자 계약구조를 보면, 업종에 따라 30일에서 60일까지 결제 지연이 가능하다. 실제로 판매자들의 증언을 들어 보면, 시즌별로 45일을 넘어가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한다.


예컨대 100만원의 물건이 팔리면 계좌에 100만원이 즉시 찍히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반 동안 돈이 쿠팡의 금고 안에서 돌아간다. 100개, 1000개, 10만개의 판매자가 있다면 그 현금흐름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단순한 예로, 월 5000억원 규모의 거래액 중 단 15%만 한 달 동안 회사에 묶여 있어도 750억원의 현금이 회사 내부에서 자본처럼 굴러간다. 이 돈은 소비자가 지불하지만, 판매자가 받지 못한 돈이 된다.

이 구조는 ‘운영 효율’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하지만 효율이란 이름으로 판매자의 자금흐름이 끊어지면, 그 사이 판매자는 월세를 내기도, 재고를 채우기도, 인건비를 주기도 어렵다. 누군가는 버티지만, 누군가는 버티지 못하는데 위메프는 버티지 못한 쪽이었다.

위메프는 쿠팡과 거의 똑같은 방식을 택했다.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낮은 판매수수료를 내세웠고, 대금 정산을 미뤘으며 판촉비를 공격적으로 썼다.

그러다가 결국 올해 파산했다. 법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위메프가 납품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 금액은 58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피해 판매자는 10만명 이상. 그중에는 자금이 묶여 폐업한 소상공인도, 빚을 내서 재고를 메운 자영업자도 있었다.

한 달 이익이 몇십만원 남짓한 소상공인에게 정산 한 번 미뤄지는 것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생존의 붕괴였다.

여기서 정작 어이없는 건 사회의 반응이다. “위메프가 문제였다” “실력이 없으니 망한 거다”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된 것” 등 사람들은 위메프를 비난했고 언론은 부실 경영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아무도 ‘왜 같은 방식으로 돈을 굴리는 쿠팡은 혁신 기업으로 불리는지’는 묻지 않았다. 쿠팡도 판매자 대금을 붙들어두며, 판매자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버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현금을 무이자 자금처럼 활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둘의 방식은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위메프는 버티지 못했고, 쿠팡은 버텼을 뿐이다. 이 나라에서는 행위가 아니라 생존 기간이 도덕을 결정한다. 버티면 혁신, 무너지면 악덕이다. 그런 기준이라면, 앞으로도 같은 구조는 영원히 반복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판매자의 대금을 붙잡아 만들어진 현금흐름이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은 여러 차례다. 2021년 10월, 쿠팡 부천센터 20대 노동자가 과로 후 집에서 숨졌다. 2021년 11월, 진천센터 노동자가 야간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2022년 3월에는 고양 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끼어 숨졌다. 반복되는 죽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과로와 안전 미비’를 지적했지만, 회사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판매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돈이 노동자의 안전장비, 인력 확충, 휴식 공간, 의료 대응체계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악덕한 구조를 유지, 강화하는 데 쓰였다.

문제는 단순한 기업 윤리가 아니라, 착취의 재투자다. 약자를 희생시켜 만들어진 자본이 약자를 더 많이 희생시키고 소모시키는 데 다시 사용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게 모은 돈이 흘러가는 곳은 어딜까? 쿠팡은 매년 적자를 내는 쿠팡플레이에 수천억원을 쏟아붓는다. 근로자를 과로로 내몰고 판매자에게 줄 대금을 끌어모아 쿠팡 회원들에게 광고성 유흥비를 제공하듯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퍼준다는 얘기다.

손흥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초청하는 이벤트에만 해마다 700억원이 투입된다. 이런 사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가 죽고, 판매자가 쓰러진다면, 그것은 경영이 아니라 범죄다.

쿠팡은 ‘21세기형 3S 정책’을 기업 모델로 구현하고 있다. 노동자는 과로로 죽고, 셀러는 대금도 못 받지만, 소비자는 쿠팡이 제공하는 Shopping·Screen·Sports 중계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쿠팡의 현대판 ‘빵과 서커스’의 재해석은 매우 놀랍다. 즉각적 쾌락으로 국민을 달래는 기업, 정치마저도 무력화시키는 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은 플랫폼이 됐다. 명백히 드러난 범죄조차 검사들이 나서서 무마시켜 주는 나라에서 기업이란 도대체 어떤 짓을 더 해야 범죄가 될까?

그런데도 왜 국가는 가만히 있을까? 사람들은 위메프를 욕했지만, 쿠팡에 대해서는 침묵해서일까? ‘살아남았으니 성공한 사업’이라는 결론에 우리 사회가 동의를 한 것일까? 성공한 일탈은 혁신이 되고, 실패한 일탈만 처벌된다면 이런 문화 속에서 구조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판매자는 결제 지연에 익숙해지고, 노동자는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게 되고, 국가는 침묵을 합리화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성공은 더 많은 침묵을 요구한다. 그리고 더 많은 침묵은 더 많은 피해를 낳는다. 그건 또다시 판매자에게 돌아간다. 사업자의 가면을 씌운 노동자다.


대한민국은 지금 유통의 정점에 서 있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송, 가장 높은 전자상거래 비중, 가장 편리한 쇼핑 경험. 그러나 정점은 멈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올라야 지켜지는 자리다. 더 올라가지 못하는 순간, 정점은 한계로 바뀐다.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산은 내려올 일밖에 남지 않는다.

유통의 기술은 21세기지만, 유통의 정의는 19세기에 묶여 있다. 클릭하면 오늘 물건이 오지만, 판매자의 대금은 한 달, 두 달 뒤에 들어간다. 소비자는 편안하고 기업은 성장하지만, 그 성장의 그림자에 10만명의 위메프 피해자, 수천억원의 미정산 금액,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이 있다.

그래서 <허생전>을 옛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다. 현대판 경제 기사고, 사회 비평이고, 예언서다. 불의에 침묵하는 국가, 국민의 피해를 외면하는 국가에서 다음 피해자는 이미 예정된 미래다. 지금도 누군가의 폐업이나 파산, 죽음으로 치르는 ‘악덕의 사회 비용’을 끊어낼 올바른 정치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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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