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장 뒤에 숨은 ‘검머외’ 김범석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08 10:40:33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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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쏙쏙’ 한국은 곳간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필수재’ 쿠팡이 소비자를 배신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됐다. 충성 고객들마저 속속히 돌아서는 사이, 쿠팡은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해외 체류 중이라며, 그와 이번 사태를 별개로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사실상 쿠팡의 모든 고객의 개인 정보가 노출된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대응이랄 것 없이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다. 2015년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김범석 의장을 향해 막대한 과징금 부과 검토와 국내로의 소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 소환
요구 빗발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Coupang, Inc.)의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쿠팡의 모든 지분을 보유한 미국 모회사 쿠팡Inc 이사회는 의결권 74.3%를 보유하는 실질적 지배자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쿠팡의 국내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보안 체계 부실과 대응 지연의 책임을 기필코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김 의장은 2021년 한국 쿠팡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미국 모회사 쿠팡Inc를 통해 실질적 경영을 좌우하며, 국내 법적 책임을 ‘월급 사장’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로써 연매출 50조원 규모의 한국 1위 유통업체는 한국 법률상 책임 소재가 모호한 미국 법인 그림자 성격을 띠게 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 의장이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며 직접 출석 및 사과를 요구했다.

과방위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가 이번 사태가 단지 한국 법인 책임이라고 반복하며 김 의장의 잘못을 묵인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훈기·박정훈 의원 등이 “김 의장은 왜 숨어 있나. 직접 나와 사과하라”라고 질타했다.

박 대표는 쿠팡 지배 구조상 김 의장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한국 법인 임원이라고 해봐야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며 “모든 결정은 미국에서 내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영 전문가가 아닌 대관 전문가가 대표라는 점도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피해 보상이나 추가 조치에 관한 선언적 움직임조차 없던 것은 결국 김 의장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같은 날 김 의장에게 즉각 사죄하고 배상안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를 보호하고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최고 과징금 부과와 함께 김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이사회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978년생인 김 의장은 서울에서 출생했다. 그는 현대건설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명문 사립고인 디어필드 아카데미를 거쳐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에 진학했으나, 쿠팡 설립을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계정 ‘3370만개’
해외 체류 중…이번 사태 관계없다?

1998년 하버드 재학 시절 대학생 대상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2001년 미국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졸업 후에는 월간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설립했으나 쿠팡 창업 전에 매각했다.

두 차례의 창업 경험과 엑시트 경험, 하버드 시절 구축한 네트워크는 쿠팡 초기 미국 투자 자금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쿠팡의 주요 초기 투자사들(파운더 컬렉티브, 로즈파크 어드바이저스 등)이 모두 미국 기반인 점, 2021년 한국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글로벌 자본 확보를 노린 전략이었다. 2010년 하버드에서 친분을 쌓은 윤선주 이사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과 함께 쿠팡을 설립했다.

김 의장의 경영 모델은 미국 기업 아마존(Amazon)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창업 초기에 아마존의 기업 운영 방식과 조직문화를 쿠팡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플라이휠’ 전략을 적용해 초저가 판매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시장을 장악, 신사업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물류를 필두로 유료 멤버십, 배달앱, 영상 서비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도 아마존과 유사하다. 김 의장은 창업 초기에 아마존 출신 경영진을 주로 영입했으며, 현재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 거라브 아난드도 아마존 출신이다.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시작한 쿠팡을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한 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서비스를 도입했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전국적 물류망을 확충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2020년 쿠팡 국내 법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김 의장은 쿠팡Inc의 미국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 의장은 공식적으로 쿠팡Inc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고, 의결권 기준으로 73.7%를 행사하는 최대주주다.

김 의장은 과거 “한국인은 큰물에서 놀지 못해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며 정직하지 않은 민족”이라고 비하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전부 언론사의 요청에 의해 삭제됐다고 뜨지만, 일부는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장의 한국 비하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부분의 자본 증자를 미국 및 일본 자본으로 진행하고 미국인 대표이사를 포함해 상당수의 임원이 미국인이며 미국 증시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회장임에도 한국인을 비하했다고 볼 수 있다.

쿠팡 미국 상장 후 그는 <CNBC>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쿠팡은 언제 수익이 나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계속해 “롱텀, 롱런” 등의 대답으로 회피했다. “언제 수익화의 길로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투자자를 만난 것”과 “장기 투자와 장기 전략”만을 반복할 뿐 쿠팡의 수익 전환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책임론
불가피

앵커가 “본래 리테일 비즈니스는 마진이 박한데, 쿠팡의 수익화 시점은 언제인가? 투자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가?”라고 질문했지만 김 의장은 계속 장기 투자 가치만을 언급했다. 사실상 구체적 답변을 회피하며 동문서답하다가 갑자기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쿠팡 임원들도 논란이다. 전·현직 주요 임원이 수십억원대 자사 주식을 현금화했다.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였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증건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29.0195달러에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매도가액은 약 218만6000달러(32억원)다.

이뿐만 아니라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했고, 매도가액은 77만2000달러(11억3000만원)로 신고했다. 콜라리 전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사임했다. 앞서 쿠팡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지난달 6일 오후 6시38분(한국시각) 자사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했고, 이를 12일 만인 18일 오후 10시52분 인지했다고 밝혔다.

아난드 CFO와 콜라리 전 부사장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했다고 주장한 때보다 며칠 전이지만, 사건 이후 거래가 이뤄진 점에서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18일 이전에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한 사람이 사내에 없었는지 여부를 수사를 통해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 공동 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18일 고객 4500여명의 개인정보 유출 침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지난달 30일 비공개 정부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신 쿠팡 고객들과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너무 죄송한 말씀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질문에는 “지금은 피해 범위와 유출된 내용을 명확하게 확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다음으로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급하고, 이런 부분이 확정되고 나면 피해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쿠팡을 100% 지배하는 쿠팡의 본체 ‘쿠팡 Inc’는 미국에 있다. 김 의장 소유의 쿠팡 Inc 주식 8.8%는 주당 29배의 차등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김 의장은 적은 주식으로 쿠팡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면서, 미국 국적을 이유로 한국 규제는 받지 않는 그림자 경영을 하는 셈이다.

나몰라
회피형

올해에만 정부와 국회에서 18명이 쿠팡으로 넘어갔다. 국회 보좌관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검찰, 경찰, 공정위 직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전관’을 영입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자마자인 지난 6월 이후에만 14명을 뽑았다.

2010년 창업 당시 쿠팡은 시장 1위였던 티몬·위메프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김 의장은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운영 모델을 가지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은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쿠팡은 2011년 국내 업계 최초로 주말·공휴일 무휴 365일 고객센터를 도입하며 고객 응대 체계를 혁신했다. 쿠팡에 따르면 당시 전체 직원 1000명 중 절반 이상이 고객센터 인력으로 배치된 비중 높은 구조로, 비효율성 논란 속에서도 고객 만족 최우선 원칙을 지키는 상징적인 선택이었다.

쿠팡이 소비자로부터 빛을 발한 순간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춘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의장은 쿠팡을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통의 핵심은 물류라고 판단했다.

그는 소비자 친화적인 물류 환경이 조성돼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회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김 의장은 국내 커머스 기업 최초로 직접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자체 배송 차량을 운영하며 문 앞까지 배달하는 배송을 시작했다.

김 의장의 주도로 49일 만에 개발된 이 서비스는 ‘와우 딜리버리’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결과로, 오전 주문·오후 배송 테스트를 거쳐 지방 도시부터 시범 운영됐다.

그러나 쿠팡의 로켓배송 도입은 단기 성과보다는 미래 성장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켓배송을 도입한 2014년, 쿠팡은 1215억4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배가량 늘어난 수치로,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쿠팡은 이 같은 손실을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후 쿠팡은 2015년 매출액 약 1조13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매출액 대비 3.3배 늘어난 결과였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로켓배송을 통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2018년 월 정액제 상품인 ‘와우 멤버십’을 출시해 2025년 기준 월 7890원의 구독료로 다양한 혜택과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멤버십 가입자들에게는 모든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신선식품 배송이 무료며, 금액 제한 없이 로켓 직구 상품도 무료배송이 가능케 했다. 또 30일 이내 무료 반품 서비스가 기본으로 포함돼있다.

쿠팡은 또 2019년 1월부터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 배송하고 있다. 오전(00:00~11:59)에 주문된 신선식품을 당일 오후 6시까지 배송하도록 했다. 2020년 2월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쿠팡을 찾는 고객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5000억 현금화
8000억 물어낼 가능성

하루 평균 주문량이 평소 180만건 안팎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300만건으로 급격히 불어나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수도권 위주의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과 차별화된 쿠팡은 대규모 투자로 전국 물류 인프라를 완비해 마스크와 생필품 수요 급증 시 고객 유입이 폭주했다.

김 의장은 당시 “돌발적 위기 상황에서 이익 계산보다 소비자 곁에 서는 것이 우선”이라며 직매입 생필품 가격 동결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단기 수익 추구 대신 ‘필요하다면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유통 파트너’라는 브랜드 신뢰를 각인시킨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2020년 12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며 콘텐츠 분야로도 진출했다. 이는 로켓배송의 대성공 이후 사업 운영 초기에 적용했던 플라이휠 전략에 따른 확장으로, 2024년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으로 성장이 가속화됐다.

그러던 2021년 3월, 김 의장과 쿠팡은 뉴욕 증시에 입성해 상장 오프닝 벨을 울렸다. 지난달 28일 28.44달러를 기록했으나 해킹 사실이 알려진 후인 지난 1일 25.7달러로 10% 가까이 하락했다. 쿠팡 주가는 현재도 26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쿠팡은 2027년까지 국내 전역을 100%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대체 불가능한 유통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아시아의 아마존’ 청사진을 그렸다.

에릭 차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쿠팡은 한국에서 전국적 자체 물류 및 배송 네트워크를 통해 직매입 위주의 전자상거래 모델을 중심으로 상당한 경제적 해자를 만들었다”며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2023년 28%, 2030년 47%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켓배송 서비스 출범 이후 국내 물류 인프라 확장에 총 6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3월에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 추가 투자’를 공식 발표하며 전국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를 포함한 물류시설을 확충, 전국을 ‘로켓배송 가능 지역(쿠세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까지이 투자 규모가 무려 1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가 지난 3월 선정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유통 부문에서 쿠팡은 아마존(8위)을 제치고 2위에 올랐으며,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상장 신고서에서 7개 지역에 물류센터 구축에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쿠팡의 혁신적 투자와 운영 전략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며, 전국적 물류 네트워크 확장과 신속 배송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워지는
투자 계획

이로써 물류 구축에만 누적 10조원을 집행하는 전례 없는 행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국내에 부재했던 ‘신속 배송’ 가치를 상용화한 것에 대해, 전용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자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은 쿠팡이 가져온 새롭고 편리한 패러다임에 빠른 배송 없는 시장을 상상할 수가 없게 됐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고객 우선 원칙’을 배달 서비스 등 타 사업 부문으로 확대 적용하며 시장 점유를 놓치지 않았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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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