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 수장’ 정청래 100일 성적표

일단 존재감은 키웠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9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짧은 시간 안에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3대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는 등 이룬 성과만큼 뒷말도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며 예견된 결과라고 입 모아 말한다. 풀액셀을 밟으며 달려온 지난 100일, 정 대표가 걸으며 남긴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서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정 후보가 승기를 거머쥐었다. 최종 득표율은 61.74%, 양 후보간의 득표차는 32.96%p로 당심이 의심을 넘어서는 기록을 보였다. 온건파와 강경파의 프레임 전쟁에서 당원들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 엇박자
통제 불능?

지난 9일 100일을 맞은 정청래 대표는 개혁 완수를 목표로 쉼 없이 달려왔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통과시켜 검찰청을 해체한 민주당은 사법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 대법원을 정조준했다. 언론개혁 역시 12월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내내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라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당원 역시 개혁을 빠르게 끝낼 정 대표를 택했고 “정치 효능감을 느낀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런 정 대표를 따라다닌 꼬리표는 ‘자기 정치’다. 특유의 화법과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 스타일로 대통령보다 여당 대표가 더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통상 여당 대표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그림자’처럼 움직여왔다. 정 대표는 이 같은 관례를 엎고 정치 1선에 나서 내란 세력 척결과 개혁 완수를 외쳤다.


정 대표는 주저하지 않았다. 당선 나흘 만에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위를 가동하고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며 추석 전 검찰개혁을 마치겠다고 자신했다.

대통령실은 “민감한 쟁점의 공론화 과정 필요하다”며 사실상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대통령실을 누르고 투사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대통령실은 “당정 갈등은 없다”며 연일 진화에 나섰다.

다음으로 이루어진 사법개혁 역시 잡음이 일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 수석은 KBS라디오에서 “당 입장과 운영 방향에 대해 취지는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속도나 온도의 차이가 날 때가 있지 않느냐”며 “(당에) 대통령의 생각을 잘 전달했을 때 당이 곤혹스러워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각종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이 달랐다는 점을 에둘러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내내 이어질 ‘자기 정치’ 프레임
“모든 건 당원의 뜻” 벌써부터 공천 잡음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발표하는 각종 민생 정책보다 정 대표의 강경 발언이 더욱 눈에 띄었다는 점에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경주 APEC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며 정부의 외교 성과가 두드러지나 싶더니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띄우면서 시선을 빼앗자 또다시 엇박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대통령 재판중지법인 이른바 ‘국정안정법’을 띄웠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서 핵심 관계자들이 유죄를 받자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재점화했고,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이 사전 차단에 나서면서 ‘이재명 지키기’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권력의 범죄를 덮기 위한 맞춤형 입법을 즉시 중단하라”며 이 대통령을 정치판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 추진에 대해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관세 협상과 APEC 정상회담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 등 당이 집중해야 할 사안이 많으므로 시선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아울러 박 대변인은 “(입법을)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회의 부의 상태로만 유지하고 더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PEC 성과 발표 이후에도 국정안정법 추진 계획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정 대표는 자기 정치할 시간도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치고 나가려는 당 대표와 이를 제지하려는 대통령실의 모습이 반복되면서 뒷말이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강경파인 정 대표의 성향과 그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를 지지하던 이들은 빠르고 강하게 치고 나가는 정 대표의 스타일을 선호한다. ‘조용한 개혁’으로는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불안감이 있어 잡음이 일더라도 개혁은 완수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자신을 대표로 만들어준 지지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당원을 위한
당원에 의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누구를 선출하든 위에서 한 명을 골라 뽑는 게 아니고 밑에서 받쳐 올리는 구조”라며 “당원의 힘은 계속해서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정 대표가 당선 후 당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여야 할 것 없이 앞으로 정치는 더욱 당원 중심 위주로 갈 것”이라고 봤다.

당선 직후 정 대표는 당원권 강화를 위해 당원주권정당 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특위는 ‘대의원 1인 1표제’ 등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시 정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 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정 대표와 당원의 권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이번 선거는 권리당원 참여가 100%로 전면 확대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지도부에서 옛날 방식으로 (후보를) 내리꽂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민주당은 당의 방향성과 이에 따르는 부수적 결과를 전적으로 당원에게 맡기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 티켓 또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도, 청심(정청래 대표의 의중)도 아닌 당심에 달려 있으므로 “당심을 거스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능해진다.


결국 ‘친명(친 이재명) 컷오프’ 논란이 불거지면서 취임 100일을 코앞에 두고 정 대표가 처음으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정치인들이 앞다퉈 자신을 친명으로 소개했지만 정 대표가 사실상 공천권을 쥐면서 계파 파동이 생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7일 부산 시당위원장에서 컷오프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정 대표를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유 위원장은 지난 총선 때 이 대표가 영입한 인사로 친명계 조직 ‘더민주혁신회의’의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는) 당원이 진정 당의 주인인 것을 증명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 위원장은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독재다. 정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라”며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싸우다
끝났다

유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후보 면접’이라는 절차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돼 부당한 컷오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면접에서 자질이나 정책은 검증하지 않고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가지고 인신공격성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면접을 주도한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조강특위 부위원장)은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처럼 몰아붙이며 ‘(제가)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로 불이익을 예고했다”며 “그 소문이라는 것은 특정 인물이 제 당선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다는 것이었고, 그 소문을 부산시민 모두가 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당하기에 그지없었다.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이야기였다.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답했다”며 “이튿날인 27일 당으로부터 컷오프됐다는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지인들로부터 컷오프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친명계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엔 “지금 주위에 친명계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저는 그런 추측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만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원칙과 규정에 따라 엄밀하게 심사했다는 입장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내에 친명, 비명(비 이재명), 반명(반 이재명) 등으로 언급되는 별도의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당은 당원 주권 시대를 맞이해 모든 권한을 당원들에게 돌려드리고 있고 부산시당위원장 선출 역시 그런 기조에서 치러졌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에게서 안정적인 여당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 100일 동안 투사의 면모는 아낌없이 보여줬지만 여당 대표로서 안정감 있게 당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이 대통령이 여당 내부 사정까지 일일이 제어해야겠느냐”며 “알아서 센스 있게 정 대표가 민주당을 돌봐야하는데 자꾸 잡음이 새어 나오고 야당과의 관계도 계속 틀어지고 그러다 보니 불안하다는 평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전쟁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도 정 대표가 있다.

안정감 있는 여 대표 기대했지만…
“강성 팬덤과 국민 여론 같지 않아”

정 대표는 지난 8월 당선 직후 정견 발표에서 국민의힘 해산을 공식적으로 말했을 정도로 이를 꾸준히 언급해 왔는데,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내란에 직접 가담한 국민의힘은 10번이고 100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집결 장소를 번복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죄만으로도 헌법재판소에서 해산된 만큼 추 의원이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를 정당해산의 정당성으로 삼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제 전쟁”이라고 선전포고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을 때”라며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당해산 역시 ‘명청 갈등’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에게 힘을 과시하기 위한 자기 정치일 뿐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의 지난 100일간의 리더십은 엉망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제일 섭섭한 건 대통령실”이라며 “이렇게 취임 초기에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아닌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당 대표에게 ‘제발 대통령을 정쟁에 그만 끌어들여라’라고 얘기를 하는 건 처음 봤다. 대놓고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에 의해 민주당이 추진하던 재판중지법에 제동이 걸린 일을 비판한 것이다.

당정 엇박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는 ‘정청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권력이 정점을 찍은 다음 8월 임기를 마치면서 곧바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이재명의 시간’인 만큼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발판이 사라지게 된다.

묘연한
다음 스텝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이재명의 시간을 뺏으면서까지 자기 정치하는 것으로 비치는 상황”이라며 “자신에 열광하는 팬덤의 화력을 이어가기 위해 당 대표 임기 동안 한번씩 강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팬덤의 목소리가 모든 여론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 정 대표뿐만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정 대표가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면 대통령실에서도 더 세게 브레이크를 거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김 운명 공동체? 걷어내지 못한 김어준 그림자

민주당이 정청래 대표 체제로 출발하면서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민주당은 선을 그었지만 이번 전당대회서 김어준씨의 영향력이 크게 개입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당이 정청래-김어준 투톱 체제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이 되던 날 “용산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 ‘삼통 분립’의 시간”이라며 “보이는 한 명의 대통령과 보이지 않는 두 명의 대통령, 세 명의 대통령에 의해 권력이 나눠졌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동안에는 여당 최대 스피커인 김어준씨와 접촉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실은 “김어준이 용산을 휘두른다”는 평가가 부담스러운 만큼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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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