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해킹 사태’ 한국인터넷진흥원 커지는 책임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9 15:02:54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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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들 설치는데 법카로 유흥업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근 KT와 롯데카드사에서 대규모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반면, 이를 감독해야 할 한국인터넷진흥원 직원들이 법인 카드로 유흥업소 접대 비용을 지출하고, 음주 운전 징계 등 일탈 행위를 보이면서 보안 사고 대응 미비뿐 아니라 신뢰성에 대한 우려까지 감수하게 됐다.

KT는 최근 자사 통신망을 통해 발생한 소액결제 해킹 사고와 서버 침해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부 보안 기업과 함께 4개월간 전수조사 끝에 침해 흔적 4건, 의심 정황 2건을 발견했으며, 이를 지난 18일 오후 11시57분경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사고

KT는 해킹 사실을 인지한 지 약 3일 만에 KISA에 신고하면서 법정 신고 의무(24시간 이내)를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초기 발표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없다”고 했으나, 조사 결과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며 파장이 커졌다.

이번 해킹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KT 서버에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거의 매년 침해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어떤 서버가 침해됐는지 외부 보안업체의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이은 피해 규모 번복과 은폐 의혹으로 비판 받는 KT가 보안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KISA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KT 서버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침해 흔적이나 의심 정황이 6건 있었다. KT가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외부 보안업체에 서버 전수조사를 맡긴 결과다.

해당 업체는 2018년과 2020년 운영 중이던 서버 2대에서 침해 의심 정황을 발견했고 2019년과 2021~2022년, 2024~2025년 서버 4대에서 침해 흔적을 포착했다. 202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서버 침해 시도가 있었고, 실제 침해 흔적까지 나온 것이다.

KISA는 침해 가능성이 있는 서버가 중복되는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침해 방법은 SK텔레콤 해킹 당시 발견된 악성코드 ‘BPF 도어’ 방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해킹 이후 KT와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도 악성코드 여부를 조사했는데, 당시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침해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KISA는 구체적으로 어떤 서버가 침해됐는지 등 조사 내용은 KT 측의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는 외부 조사 결과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의원실에 답했다. 지난 19일 KISA에 서버 침해 흔적 4건과 의심 정황 2건을 신고했다고 밝히고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테러수사대는 KT 서버 침해 정황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KT가 KISA에 신고한 서버 침해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KISA 직원 33명 비위 징계 결정
내부 기강 해이···파면·정직 속출


이정헌 의원은 “KT가 외부에 맡겨 부랴부랴 전수조사한 결과 이미 2018년부터 거의 매년 서버가 해킹당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KT는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당국은 신속 정확한 조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이미 13년 전 펨토셀의 보안 취약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도 대응 및 제도화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에 따르면 KISA는 2012년 수행한 ‘펨토셀 및 GRX 보안 취약점에 대한 연구’에서 펨토셀이 가질 수 있는 보안 위협 29가지를 제시했다. 연구 보고서가 지목한 펨토셀 보안 위협 중에는 KT 소액결제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례도 있었다.

사용자 인증 토큰 복제나 통신을 주고받는 두 주체 사이 공격자가 몰래 개입해 정보를 가로채거나 조작하는 중간자(MITM) 공격이다.

최근 롯데카드사 역시 온라인 결제 서버(WAS)를 해킹당해 200GB 규모의 고객 데이터가 탈취됐다. 피해자는 약 297만명, 이는 전체 회원의 약 30%에 달한다. 문제는 초동 대응 과정이다. 롯데카드는 초기 발표에서 유출 규모를 1.7GB라고 밝혔으나, 이후 실제 유출량이 수백GB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유출 정보에는 카드 번호, 유효기간, 주민등록번호 등 금융 사기에 악용될 수 있는 핵심 데이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보안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감독기관인 KISA 내부에서도 심각한 기강해이가 드러났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통신사, 카드사 등에 대한 해킹으로 국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을 총괄하는 KISA 직원들의 기강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이 KISA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여간 직장 이탈, 음주 운전, 겸업 등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22년 2명 ▲2023년 25명 ▲2024년 3명 ▲2025년 지난달까지 3명 등이다. 징계 수위별로는 파면 2명, 정직 5명, 감봉 8명, 견책 18명 등이었다.

보안 컨트롤타워
신뢰성 붕괴 위기

한 KISA 2급 직원은 유흥업소와 숙박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수천만원대 결제에 사용해 2023년 7월 파면됐다. 3급 한 직원은 보건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가 지난 2월 감봉 처분을 받았고, 4급 한 직원은 몰래 겸업해 온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견책 처분됐다.

2023년 11월에는 3급 3명, 4명 1명 등 4명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줄줄이 정직,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최근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 SGI서울보증, 롯데카드까지 해킹에 줄줄이 노출돼 사이버 침해 대응체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KISA에 접수된 해킹·바이러스 상담 건수도 ▲2022년 6만2471건 ▲2023년 4만8631건 ▲2024년 3만4149건 ▲2025년 지난 월까지 2만5967건에 달하는 등 사이버 침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은 매년 수만건에 이른다. KISA가 해킹이나 바이러스 대응,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한 공공기관인 만큼 업무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지만,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할 KISA는 기강해이와 소극적 업무 행태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보안 기술자들이 해킹 기술을 쫓아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KISA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감독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롯데카드 해킹 사건과 KISA 내부 비위 사태는 외부 사고와 내부 관리 실패가 동시에 드러난 이중 위기다. 기업의 보안 강화와 함께 감독기관의 내부 윤리 혁신, 구조 개편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외부 감독 이전에 내부부터 혁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KISA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피해 기업이 해킹 사실을 신고해야만 KISA가 대응할 수 있는 구조인데, 신고 지연·은폐 시 초동 대응 지연도 불가피하다.

제재 실효성도 부족하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시 과태료는 최대 3000만원 수준이 고작이다. 보안 투자보다 벌금 부담이 적어 예방할 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관할 소속도 민간 피해는 KISA, 금융기관의 해킹 피해는 금융보안원, 공공기관의 해킹 피해는 국가정보원 등으로 분리되는데, 중앙 컨트롤타워 부재로 신속 대응이 어려운 점도 있다.


법제 개편과 제도 개선 방향도 논의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 모두 대응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기업이 침해 사실을 숨기거나 신고를 미루면 정부가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응의 한계

국회는 이미 제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기업 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정부가 침해 사고 조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침해 사고 조사심의위원회’를 신설해 해킹 정황이 발견되거나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원회 판단에 따라 정부가 즉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의 은폐와 지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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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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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