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해킹 코인 판매 후폭풍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08 10:56:51
  • 호수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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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렸는지도 모르고 ‘멍∼’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흔히 가상자산은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구매한다. 그런데 이 가상자산이 해킹당하면 어떻게 될까? 블록체인 기술의 해킹 문제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하다. 이런 상황서 해킹된 코인이 거래소에 판매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탈중앙화 시스템이다. 일련의 순서로 연결된 데이터 단위(블록)로 구성된 기술로, 각 블록에는 이전 블록의 고유번호가 담겨있는 체인을 형성한다. 일종의 데이터베이스 역할이며, 암호화폐에 활용되는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다량 덤핑

블록체인 기술은 안전하다는 장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해킹하려면 블록체인의 해시(입력 데이터를 고정된 길이의 데이터로 변환된 값)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숫자보다 작은 숫자를 찾아야 하는데, 그 숫자보다 작은 것을 찾기 위해서는 임의의 숫자로 계속 테스트를 해야 한다.

이 숫자를 바꿔가면서 낮은 숫자가 나오면 블록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블록이 생기는 10분 이내에 진행하기 어렵고 고성능 컴퓨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은 기존 내용을 모두 대조하면서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위‧변조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을 해킹하려면 시간 내에 전체 블록체인을 고쳐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다.


이런 정보와는 달리 블록체인 기술로 이뤄진 가상자산의 해킹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 개발 플랫폼인 플레이댑은 지난 2월10일, 해킹 공격으로 동명 토큰인 플레이댑(PLA) 2억개가 무단 발행됐다. 해킹은 13일까지도 계속돼 15억9000만개가 추가로 무단 발행됐다.

플레이댑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추산 중이다. 지난 1월27일에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인 썸씽서도 해킹으로 180억원에 해당하는 토큰 7억3000개가 탈취됐다. 같은 달 1일 오지스는 오르빗 브릿지 이더리움 볼트 내에 있는 1040억원에 달하는 자산이 유출됐다.

모두 미유통 물량이 허술하게 관리되면서 결과적으로 유통량이 계획보다 초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니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코인 발행기업도 의무적으로 보안 조치를 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도 또 해킹당한 가상자산이 생겼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엔에프 프롬프트(NFP)의 암호화폐가 일부 탈취된 가운데 입출금을 막지 않은 코인원(가상자산 거래소)서 탈취된 물량이 덤핑(저가 투매)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에서는 1200원 선에서 거래되는 NFP코인이지만, 코인원에서는 탈취된 물량이 다량으로 덤핑 되면서 75%나 싼 300원 선에 거래됐다.

블록체인은 접근 안 된다며?
1200원서 300원으로 거래

바이낸스를 포함한 글로벌 거래소들이 탈취된 물량의 입금을 받지 않기 위해 입금 정지 조치를 요구했지만, 코인원은 입금 정지를 위한 충분한 판단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탈취된 물량이 코인원으로 입금되면서 이 같은 덤핑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피해 투자자들은 “이거 들고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난다.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국내 피해자만 발생하는 것 같다” “어떻게 거래소가 갑이 될 수가 있냐” “프로젝트가 해킹이라고 하는데 왜 거래를 막지 않냐” 등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코인원에 따르면 NFP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11시32분 기준, 296원을 기록했다. 전일 덤핑 사건으로 인해 코인원서만 43%가량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300원 선에서 거래됐다.

반면 바이낸스에서는 같은 기준, 0.889달러(12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 거래소가 같은 가상자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코인원서 75%나 저렴하게 거래됐다. 이 같은 심한 가격 차이가 전일 발생한 코인원 덤핑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15일 NFP 프로젝트는 해킹 사실을 알리고, 중앙화거래소(CEX) 측에 입출금 정지 요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건과 관련해 FBI 측에 수사 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안 조치 요구도 못 해
미유통 물량 대충 관리?

이에 바이낸스를 포함해 비트겟, MEXC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NFP코인의 입출금을 막았다. 탈취된 물량이 거래소로 투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코인원은 입출금 정지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해당 물량이 코인원으로 덤핑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코인원이 NFP코인을 비협의로 상장하다 보니 프로젝트 측으로부터 입금 정지 요청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인원 측은 “사실이 아니다. 입금 정지 요청은 받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코인원 관계자는 “입출금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내부 정책상(코인) 발행사의 공식 요청 등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프로젝트로부터 해킹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를 받지 못해서 함부로 입금 정지를 시킬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젝트의 요청에도 이를 입증할만한 자료를 받고 나서 입출금 정지를 취하는 것은 앞으로 시행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며 “현재는 프로젝트 측과 계속해서 연락을 소통 중에 있다. 함께 대응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매체 <뉴스1>은 탈취된 자산과 관련된 가상자산의 쓰임새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이에 바이낸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의 컨트랙트 스왑을 지원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코인원은 공지로 입출금 중단과 토큰 스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원도 입출금 정지 조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여전히 재단의 자산 유찰이 해킹으로 인한 사고인지는 불분명하나 해당 이슈의 해소를 위한 협조 요청에 따라 NFP 토큰 스왑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75% 하락 

이런 상황서 오는 7월 가산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돼도 금융당국이 코인 발행기업을 규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가상자산 1단계 입법으로 불린다.

해당 법은 가상자산의 정의와 가상자산서 제외되는 대상을 규정하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데, 코인 발행기업은 규제 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해당 의무가 없다. 당연히 당국은 코인 발행 기업에게 보안 조치를 요구할 수도 없게 되는 셈이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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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