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주목 프랜차이즈> 한 그릇이 하루를 바꾼다

한 그릇의 온도가 하루를 바꾼다. 금빛 그릇에서 피어오르는 맑은 김, 나무 뚜껑의 양념 단지와 통후추 그라인더, 그리고 작은 절구와 미니 맷돌. 손님은 들깨를 직접 갈아 국물에 톡 떨군다. 참깨 못지않은 고소한 향이 퍼지고, 한 숟갈이 기억이 된다. 정백선순대는 이런 디테일을 시스템으로 만든 브랜드다. 하루 100그릇만 판매하고,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이 단호한 규율은 품질을 지키는 약속이며, 점주의 삶을 지키는 방패다.

정백선순대의 아침은 삶기에서 시작된다. 순대와 머릿고기를 매장에서 직접 삶아 당일에만 판매한다. 삶는 시간과 염도, 세척 기준과 숙성 단계가 수치화돼있어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다. 많은 순댓국집이 본사에서 공급받은 내장을 대량 사용하지만 잡내 리스크가 남는 것이 업계의 고질병이었다. 정백선순대는 이 고정관념을 거꾸로 세웠다.

숙성 수치화

매장 내 삶기 표준화를 통해 냄새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당일 생산·당일 소진 원칙으로 신선도와 식감을 끌어올렸다. 이 철학은 곧 품절의 미학으로 연결된다. 하루 생산량을 100그릇으로 고정하면 재고와 폐기가 사라지고, 손님은 언제나 같은 맛을 만난다.

더 많이 팔 욕심 대신 정확하게 팔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더 벌고 싶으면 같은 셀을 하나 더 여는 것이 이 브랜드의 성장 공식이다.

정백선순대 콘셉트는 자영업 퍼플오션 시장 창출을 목표로 한다. 레드오션의 가격 경쟁도, 블루오션의 공상도 아니다. 시스템 혁신으로 기존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매출·수익 공식을 만든다. 본점은 그 퍼플오션의 실증 사례다.


20평 남짓한 매장에서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매일 100그릇을 마감한다. 오픈 직후부터 대박 점포로 자리 잡았고, 손님은 들깨를 직접 갈아 넣는 경험과 잡내 없는 맑은 국물, 푸짐한 토핑에서 신뢰를 얻었다.

이 기세에 힘입어 본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직영점 10개 추가 오픈을 예고했다. 이미 예비 가맹 희망자가 10곳 이상 입지를 찾고 있다. 한정 수량, 스몰 배치, 다찌식 2인 운영이라는 간결한 모델이 현장에서 의외의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뉴욕에서 한 그릇 국밥을 미식의 언어로 번역해 낸 인기 브랜드들이 그러했듯, 정백선순대도 품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한 매장을 복제 가능하게 설계했다.

정백선순대의 홀은 긴 다찌 좌석이 중심이다. 좌석마다 보온 포트와 금빛 식기, 함초 소금·국산 통들깨·새우젓·청양고추 가루·다대기·통후추가 정갈하게 놓인다. 먹는 법을 안내하는 리플릿이 말없이 접객하고, 손님은 취향대로 간을 맞춘다.

주방은 삶기 스테이션과 마감 스테이션의 두 축으로 단순화돼있다. 오전에 삶아 소분한 재료가 피크 시간대에는 40초 내 한 그릇으로 완성된다. 접객 동선이 짧아 직원 두 명이면 충분하다. 별도 서빙이 거의 필요 없으니 체력 소모와 인건비 변동이 작다. 이 간결함이 오토 매장 기준 영업이익률 약 20%를 지키는 힘이다.

정백선순대의 1만5000원은 한 그릇이 아니라 한 상의 가격이다. 기본 구성은 순댓국과 공깃밥, 테이스팅용 수육·순대 한 접시, 깻잎과 소금·초장, 깍두기와 김치까지 정갈하게 차려지는 풀세트다. 좌석마다 절구와 미니 맷돌이 놓여 있어 손님이 통들깨를 직접 갈아 넣고 함초 소금·새우젓·다대기·청양고추 가루·통후추로 간을 맞춘다.

머릿고기의 탄력, 순대의 담백함, 들깨의 고소함과 통후추 향이 층위를 만들고, 반짝이는 금빛 그릇과 나무 뚜껑의 컨디먼트가 공간 경험을 완성한다. 푸짐하지만 과장되지 않은 맛, 전통적이되 낡지 않은 미감이 한 끼를 기억으로 남긴다. 육수는 보온 포트로 수시 리필이 가능해 만족감을 높이면서도 회전에는 방해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하루 생산량 100그릇을 기준으로 기본 하루 매출은 150만원이다. 여기에 잔술 중심의 소주와 갓김치와 깍두기 포장 추가 주문이 더해지면 체류 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 일매출이 160만~175만원 구간으로 자연 상승한다. 한 달에 26일 영업 시 보수 선은 약 3900만원, 무리 없는 상향 선은 4200만~4500만원이며, 다찌식 2인 고정 운영과 당일 삶기·슬림 메뉴로 폐기를 최소화하면 오토 기준 영업이익률 20% 달성이 가능하다.

매출 상한을 스스로 정한 한정 판매는 재고와 인력 변동을 제거해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배달 수수료 리스크를 회피한 홀 회전 중심 구조가 마진을 지킨다. 가격 인상이 아닌 한 상의 가치와 잔술 매출이라는 합리적 보조 축으로 객단가를 안정적으로 방어한다.

참깨 못지않은 고소한 향
하루 딱 100그릇만 판매

결과적으로 매출은 고정돼도 이익은 구조적으로 방어되는, 정백선순대만의 수학이 완성된다.

창업 비용은 15평 기준 총 1억원 가이드. 점포 관련 비용과 보증금, 인테리어와 설비, 주방 장비와 집기, 간판과 오픈 마케팅 자금까지 묶은 현실적인 숫자다. 과잉 설비를 덜어내고 삶기·보관·마감에 집중한 표준화 장비 구성이 비용 효율을 만든다. 좌석은 다찌 14~18석이면 충분하다.

상권은 3040을 주 타깃으로 한 역세권 2선, 신흥 주거 벨트, 학원가와 오피스가 겹치는 생활 동선이 적합하다. 점심과 이른 저녁을 강하게 만들고, 품절 시 품격 있게 마감한다. 더 벌고 싶다면 한 매장을 키우기보다 동일 포맷의 두 번째, 세 번째 매장을 연다. 교육과 장비, 동선, 레시피가 복제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셀 확장이 빠르다.

정백선순대의 삶기 시스템은 초보자 친화적이다. 전처리 솔트와 세척 가이드, 염도와 온도, 시간 타이머가 원클릭으로 묶여 있다. 배치별 체크리스트와 QC 표도 간단명료하다. 후드 용량과 배수, 그리스트 트랩 용량을 넉넉히 설계해 돼지 비린내 민원을 사전에 차단한다. 사람의 감에 기대지 않는 표준화가 브랜드의 품질과 점주의 일상을 동시에 지킨다.

정백선순대의 가맹 정책은 한정 판매를 규율로 삼는다. 매장당 100그릇 한정은 본사와 점주의 공동 약속이다. 본사는 상권 분석, 개발, 공사 사양, 오픈 리허설, 초기 발주, 위생 점검, 리뷰 관리 템플릿까지 전 과정을 동행한다. 멀티 점포 운영은 적극 권장한다. 두세 개의 소형 매장을 소유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인력 풀과 교육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한정 판매는 양날의 검이다. 반복되는 조기 품절은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만든다. 정백선순대는 익일 예약 20% 운영, SNS 품절 안내, 대기 명단 관리로 고객 경험을 설계한다. 원육 가격 변동에는 토핑 중량의 미세 조정과 사이드 판매 비중 확대로 마진을 방어한다. 배달은 하지 않고 포장만 운영한다.

포장은 깍두기·갓김치 등 저장성이 높은 아이템으로 구성해 품질과 회전을 동시에 잡는다. 무엇보다 품질을 해치는 확장은 하지 않는다. 직영 10개 확장 계획 역시 동일 포맷의 복제라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본사 관계자의 말은 간결하다. “우리는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정확히를 선택한다.” 당일 삶기, 100그릇 상한, 다찌식 2인 운영, 초보자도 가능한 매뉴얼. 이 네 가지는 가맹점주가 시장에서 이길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손님은 고급을, 가맹점주는 예측 가능성을 얻는다. 이것이 정백선순대가 약속하는 프랜차이즈의 기준이다.

더 정확히


불확실성이 커진 외식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세가 아니라 기준이다. 정백선순대는 당일 삶아 당일 판매, 품절 시 마감, 다찌식 2인 운영, 오토 기준 20% 영업이익, 15평 1억원 창업 포맷이라는 다섯 가지 기준으로 브랜드를 정의한다. 본점은 이미 매일 오후 3시 이전 100그릇 마감을 기록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10개의 직영점 확장, 10곳이 넘는 예비 가맹 문의는 이 기준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정백선순대는 더 많은 그릇을 쌓는 대신 더 정확한 그릇을 반복한다. 품질을 지키는 단호함이 내일의 손님을, 내일의 가맹점을 불러온다. 퍼플오션의 문이 열려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한 그릇을 자신의 상권에서 반복해 낼 점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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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