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3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이미 깊이 뿌리 내린 선거 산업과의 전쟁 선포로 해석될 수도 있다. 과연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야심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개혁신당 3기 지도부가 지난 11일 연찬회를 개최해 내년 6월 진행될 지방선거 전략을 설명했다. 이준석 대표 등 개혁신당 3기 지도부는 지난달 전당대회서 선출됐다. 이 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을 통해 개혁신당이 군소 정당이란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골리앗을 확실하게 쓰러트릴 새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리앗 상대
이어 “다른 당이 대선 자금 400억원을 지출할 때, 개혁신당은 28억원을 지출했다”며 “개혁신당은 극단적인 자동화의 길을 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설명한 ‘극단적인 자동화의 길’은 선거 업무 전면 자동화였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상시 점검과 피드백으로 전략을 개선하겠단 구상이었다. 이 대표가 밝힌 지방선거 전략의 핵심은 ‘선거비용 절감’이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개혁신당의 목표는 “기초·광역의원 후보들이 300만원대의 선거자금만 지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로서 지방선거 승리를 지휘했던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통상적으론 공천 관련 비용만 수백만 원이 필요해서 정치 신인과 젊은 세대의 참여가 어렵다”며 “개혁신당은 완전히 온라인으로 공천을 진행해 20만원대의 실비만 지출하게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22년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산정·공고한 지방의회의원 선거비용 한도액은 ▲비례대표 광역의원 2억200만원 ▲지역구 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 4900만원 ▲지역구 기초의원 4200만원이었다. 한도액은 선거운동 과열·금권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선정된다.
한도액 제한이 없다면, 이보다 더 큰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다.
과다한 선거비용 지출은 선거 구조가 산업화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선거 산업은 ▲유세차 대여 ▲현수막 및 홍보물 제작 ▲광고 제작 및 송출 ▲선거송 제작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유세차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수천만원대의 대여비를 내야 한다. 여기에 스피커 등 옵션을 추가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개혁신당은 지난 대선 당시 단 4대의 유세차만을 운용했다. 이 중 1대는 대구시당 당원들이 직접 특별당비를 모아 자체적으로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인원이 부족한 군소 정당 특성상 개혁신당은 당직자·당원의 역량을 극한으로 모아 대선을 치렀다.
“300만원으로 선거 치른다”
개혁신당 야심 성공할까
장당 제작비용에 5만원~40만원이 소요되는 플래카드 설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아울러 온라인·TV에 노출되는 광고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내야 한다. 선거송도 한 곡당 수백만원의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그외 선거 사무실 운영비용과 선거 운동권 관리 비용도 지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자금 전액을 선관위로부터 보전받는다. 득표율 15%를 넘기 어려운 군소 정당은 득표율 10%가 넘어야 절반을 보전받는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8.34%(약 291만표)를 득표했기 때문에, 개혁신당은 선거자금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다.
개혁신당 서진석 전 선대위 부대변인은 지난 6월 “개혁신당과 이 후보는 후원금만으로 대선을 치렀다”며 “이미 후원금으로 모든 지출이 충당돼, 흑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용 절반을 보전받는 것과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구성원 대부분이 30·40대인 개혁신당으로선 지난 대선보다 비용 지출을 더 간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혁신당의 비용 간소화 모델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제대로 현실로 구현돼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면, 선거 산업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기존 선거 산업 업체·종사자들과 유·무형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인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계층은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된 기득권 집단이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거스르는 변화를 완수하는 것을 흔히 ‘개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개혁에 대해선 “혁명보다 어렵다”는 관용 표현이 따라다닌다.
그래서 선거로 민주적 정통성을 확인하는 나라에선 특정 집단과 갈등하지 않고 이익을 주고받는 이익 유도 정치가 구조로 자리 잡는다. 이 구조에 도전하는 것은 결국 전쟁 선포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아울러 기성 양당과의 갈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성공하면 혁명이요
실패하면 포퓰리즘
이 대표는 “공천 심사 비용으로 실비 20만원만 지출하게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선거는 한편으로 정당이 재정을 확충하는 방법이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공천 심사비와 특별당비를 받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의 ‘공천 심사비 20만원’ 모델이 성공하면, 정당이 후보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공천심사비를 받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지출과 수익·효용이 일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비용 감소에만 몰두해 실질적인 내용 확보에 부실하면 “실속 없는 포퓰리즘성 허언”이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개혁신당의 선거비용 효율화 시도가 제대로 구현되면 혁명이다.
하지만 실패하면 ‘포퓰리즘성 허언’이란 비난·조롱을 당할 수도 있다.
혁명과 허언을 판가름할 기준은 결국 선거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군소 정당 특성상 거대 양당처럼 많은 선거구에 후보자를 출마시키긴 어렵다. 개혁신당도 이를 고려해 전략 지역으로 삼을 선거구를 공개했다. 개혁신당이 지정한 전략 지역은 ▲수원 영통 ▲화성 동탄 ▲파주 운정 ▲세종 ▲아산 탕정 ▲나주 빛가람 ▲대구 달성 ▲부산 기장 등 8곳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제 대선 득표를 분석한 결과, 젊은 유권자가 밀집한 지역을 선정했다”며 “젊은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고, 교육에 관심 많은 핵심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각지의 대학 인근 지역 득표가 의미 있게 높았다”며 “이 지역들을 기초의원 전략 지역으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대선 득표 결과를 토대로 ‘선택과 집중’에 큰 의미를 부여한 선거 전략을 세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몇 가지 단점·보완점을 노출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고령·여성 유권자의 높은 비호감도였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은 한편으로 “높은 비호감도를 드러낸 유권자와의 접촉은 포기한 거냐”는 비판이 따라다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대표와 개혁신당은 지난 대선 당시 서울 강남역 인근에 개방형 대선캠프를 차려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았다. 이곳에 당원·자원봉사자를 모아 유권자에게 보낼 편지를 접는 작업을 촬영해 이 의원의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하면서 선거 이벤트로 삼는 등 기발한 선거운동을 한 적도 있다.
다윗의 선택
하지만 지난 5월 제3차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 ‘젓가락’ 발언을 해서 상승세를 일부 꺾은 사람은 이 대표 자신이었다. 기발한 선거 전략도 부적절한 발언 하나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선거는 종합예술이다. 발언·처신·전략·공약 등 모든 요소가 효과적으로 맞물려야 비용 절감 시도도 혁명이 될 수 있다. 개혁신당은 과연 내년 지방선거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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