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조 넘겨 신규 지정
계열사 거래 해소 관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올해 대기업 명단에서 유독 낯선 이름이 주목받고 있다. 대광그룹이 바로 그 주인공. 소리 없이 몸집을 키운 대광그룹은 포트폴리오 확대와 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주류로 올라설 수 있었다. 물론 대기업이라는 완장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강화된 규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긴 기업집단을 분류한 것으로, 이 명단에 이름에 올렸다는 건 공식적인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자산총액 규모는 대기업 서열을 나누는 척도로 쓰인다.
첫 지정
대기업집단은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71곳이었던 대기업집단은 2023년 82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92개 기업집단이 해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법인 수는 총 3301곳으로, 전년(3318곳) 대비 17곳 감소했다.
대광그룹은 ▲LIG ▲사조 ▲빗썸 ▲유코카캐리어스 등과 함께 신규 지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광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6조1100억원으로, 재계 74위에 해당한다. 그룹에 속한 법인은 ▲대광건영 ▲대광에이엠씨 ▲대광건설 ▲디케이랜드 ▲대한저축은행 등을 비롯해 총 64곳이다.
대광그룹은 1994년 4월 설립된 대광건설을 모태로 한다. 초창기만 해도 임대 주택 시공에 주력했지만, 이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금융, 레저, 물류 부문을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갖춘 상태다.
대기업집단 편입은 회계 기준 변경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광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해 “임대주택건설사업자 관련 일반기업회계기준 변경으로 자산 증가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은 아파트 브랜드 ‘대광로제비앙’을 보유한 대광건영이 맡고 있다. 대광건영은 2002년 8월 대광건설에서 분할돼 설립됐으며,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약 2만가구를 공급하는 등 건실한 시공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5445억원으로, 전년(5874억원) 대비 400억원가량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4억원에서 581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광건영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4000억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대광건영은 알짜 계열사를 직접 거느리고 있다. 금융 계열사인 대한저축은행의 지분 70%와 골프장 운영업체인 경기관광개발의 지분 100%를 직접 보유 중이다. 이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대광건영의 연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다만 대광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지 못한 관계로 지배구조상 대광건영의 영향력은 다소 제한적이다. 대신 조영훈 대광그룹 회장 일가에서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동일인으로 등재된 조 회장은 대광건영 지분 78.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외에도 대광에이엠씨 지분 100%, 디케이랜드 지분 30% 등을 쥐고 있다.
고 조왕석 창업주의 아들인 조 회장은 199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를 졸업하고 USC 마샬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0년대 초부터 실질적인 지배력과 경영권을 행사했고, 대광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강화된 규제
대광그룹의 과제는 강화된 규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그간 대광그룹은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서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으로 공인된 만큼, 규제를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집단은 의무적으로 내부거래, 지분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는 계열사 간 협업 비중이 높았던 대광그룹 입장에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요소다. 대광그룹은 시행과 시공 을 아우르는 사업 방식을 추구해왔고, 이에 힘입어 몇몇 시행 계열사는 탄탄한 재무 상태를 갖추게 됐다. 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광에이엠씨의 경우 지난해까지 쌓은 이익잉여금(연결 기준)이 24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