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를 만나다> ‘여의도 서태지’ 한동훈 시대 교체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1 10:17:30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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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위한 선택 믿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금은 시대 교체를 해야 할 때”라면서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등장했던 서태지에 자신을 비유했다.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3년 안에 개헌하고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거론하면서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을 저지하려고 했던 자신의 노력을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하는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무소속 대선 출마설에 대해선 “우리 당의 경선을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한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서태지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BTS·아이유·블랙핑크를 언급하면서 “올드하다”고 비판했다. 서태지를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시대 교체는 어느 한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그 직전까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중 앞에 등장했던 1992년이 그랬다. 저는 당시 92학번, 대학교 1학년이었다. 평론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중파 데뷔 무대서 “저게 무슨 음악이냐”면서 혹평하기 바빴다. 하지만 서태지는 문화 대통령이 되면서 대중음악의 시대를 바꿨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세대 갈등이 첨예하다. 서태지에 열광했던 세대는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에 비판적이어서 논쟁이 불거진 것 같은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고 민주주의를 이루게 한 87체제는 30번의 줄 탄핵과 계엄이 보여주듯이 ‘절제’가 무너지면서 수명을 다했음을 드러냈다. 지금이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 교체’를 해야 할 때다.

물론 시대 교체가 이뤄지는 순간이 오기 직전까지도 “저게 무슨 음악이냐”고 혹평했던 평론가들처럼 구시대에 머물러 있으려는 사람과 집단은 언제나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제법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시대 교체는 이뤄지기 마련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출마 선언 당시 에너지 영역과 관련해 과도한 PC주의를 언급한 이유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운 PC주의는 오늘날 환경주의까지 포괄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에 과도할 정도로 기울어져 화석연료를 배척하는 에너지 정책 노선은 PC주의 흐름과 맥이 닿아있다. 기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저해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정책을 지칭한 것인지?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위주 정책은 우리 여건에 맞지 않다.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국토가 동서로 좁고 일조량이 많지 않아서 태양광발전과 맞지 않는다. 원전을 태양광으로 모두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 5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문정부는 “2034년까지 태양광발전을 3배 이상, 풍력발전을 14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런 식으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력 수급도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 영역서의 과도한 PC주의를 걷어내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이 또 검사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겠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본선에 진출하면, 이에 대한 야권의 공격도 예상된다.

▲우선 저는 “안 의원님의 출마를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른바 ‘검사 정치’를 말씀하시는 분들은 상명하복·줄 세우기 등을 생각하시는 것 같다. 제가 상명하복 방식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민께서 익히 봐오셨다.

대통령 배우자가 가방을 받은 문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문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회칼 발언’을 한 문제, 의대 정원 문제, 이른바 ‘한남동 라인’으로 불려온 인사 문제, 명태균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제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면서 공개적으로 직언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나.

-“줄 세우기 정치를 지양하겠다”는 약속으로 반박하겠다는 것인지?

▲상명하복식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으니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힌 것이다. 이어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달려가 계엄을 저지했다. 제 밑으로 줄 세우는 식의 정치를 했으면 그 후 당 대표직서 쫓겨났겠는가?

-지난해 7월 당 대표 당선 당시엔 약 63%를 득표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도 당시와 비슷하겠나? 의원들이 주도하는 조직표 형태로 움직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저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당심) 지지율은 62.65%였고, 일반 국민여론조사(민심) 지지율은 63.46%였다. 거의 일치했다. 당시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은 약 84만명이었다. 이 정도 숫자는 “국회의원들이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당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투표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계엄 옹호? 저지한 당 돼야”
“한 대망론은 해당·배신행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해 7월 전당대회의 일반 국민 여론의 반영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이번엔 50%다. 겸손하면서도 절박한 자세로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모아가면, 이기기 위한 선택을 반드시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확정·대통령 당선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의 관계 설정 방향은?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됐다.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계’라고 불리는 분들에 대해 말씀드릴 부분이 있다. 민주적인 정당에선 다양한 생각이 공존한다. 따라서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민주적으로 설득하고 설득되면서 함께 정치할 수 있다.

물론 계엄을 옹호하는 분들의 그 생각 자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계엄을 저지한 당이 돼야지,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 실제로도 계엄을 막았다. 물론 “제가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함께 정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선 출마와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추론해서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우리 당의 국회의원들이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당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분의 무소속 출마를 부추기는 것은 우리 당의 경선을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의 경선주자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해당 행위일 뿐만 아니라, 당과 당원의 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배신이다. 특정 정치인이 마치 부전승처럼 대진표의 한쪽에 미리 올라가는 것을 국민께서 공정하다고 생각하실 리도 없다. 당원과 국민께서 이런 점들을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안 의원과 함께 중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이끌고 올 방법은?

▲이번 대선은 계엄으로 인해 앞당겨진 것이다. 계엄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헌법재판관 8명이 파면한 사람은 윤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줄 탄핵을 일삼은 ‘이재명 민주당’의 전횡도 한목소리로 준엄하게 꾸짖었다.

-계엄 저지·반대를 위한 노력을 강조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설득하겠단 것인가?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전횡을 지적하려면, 계엄에 대한 올바른 입장을 가진 후보가 당의 대표선수가 돼야 한다. 그래야 “계엄을 한 당과 그 당의 후보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아도 “제가 계엄을 막기 위해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당신은 숲에 숨어있지 않았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또 “계엄을 한 대통령이 파면됐다고 해서, 그 자리를 30번이나 줄 탄핵을 한 야당 대표로 바꾸는 것은 공수교대에 불과하다”고 역공할 수 있다. 대선의 균형추를 맞춰 승부를 겨루는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3자 구도 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0% 이상 득표할 가능성이 있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 후보와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함께 경선을 치를 우리 국민의힘 동료 정치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는데, 그런 말을 하면 되겠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당의 후보로 선출된 후 생각해보겠다.

“개헌, 이재명과 현격한 차이”
“대선 균형추 맞춰 승부해야”

-법원이 명태균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명씨 리스트 연루 의혹은 대체로 친윤계 의원들을 상대로 제기됐다. 야권은 계속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저는 명씨를 모른다. 명씨 같은 정치 브로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당 대표 재임 당시 여론조사 개선 TF도 발족했다. 명씨 같은 정치 브로커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분들은 모두 국민 앞에 정직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재임 중 3년은 거대 야권과 마주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야권과의 관계 설정을 원활히 풀어가지 못하다가 비상계엄·탄핵소추·파면으로 이어졌다. 야권은 어떻게 상대할 생각인가?

▲이번 선거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전쟁’ 같은 선거가 끝나면 ‘정치’를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도 결국 “정치의 문제는 정치로 풀라”는 것이다. 저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복원할 것이고, 협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후 3년 안에 개헌하고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었다.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통한 개헌은 정치 복원과 협치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제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5년 후 대선보단 3년 후 다시 기회를 얻기를 원할 것이다.

당연히 개헌에 찬성하는 게 유리하다. 수명을 다한 87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개헌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지점서부터 여야의 대화도 복원되고, ‘정치’가 되살아날 수 있다.

-개헌하려면 야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야당이 원하는 개헌 방향을 일부라도 수용할 가능성은 있는지?

▲개헌은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일단 국회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이들 잊고 있지만, 개헌을 확정하는 것은 국민이다. 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여야 합의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폭넓은 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서 개헌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이 자연스럽게 수렴될 것이다. 또 야당이 거론했던 개헌 구상 중 대통령 4년 중임제·분권형 대통령제 등에 대해선 여러 공통분모도 있다. 그러나 개헌 약속 실천 의지는 저와 다른 후보들, 특히 이 전 대표와는 매우 현격한 차이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특별감찰관 임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대통령 당선 후, 가족과 친인척은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지?

▲특별감찰관 임명은 지난 정부도 약속드린 사항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제가 당 대표 시절에도 특별감찰관에 관해선 “국민께 약속드린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말씀드렸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때 드린 말씀 그대로 할 것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야당도 즉시 특별감찰관을 추천하지 않겠나?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서 시대 교체를 말씀드렸다. 그러나 시대 교체도 정치가 본래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가 국민을 보듬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극단적 대립에 빠진 정치를 걱정하게 만들어왔다. 시대 교체를 통해 그런 정치를 끝내고, 국민이 먼저인 나라,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 한 분 한 분의 평화로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켜드릴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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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이라는 사람 아는 바 없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형사 재판서 한 말이다.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는 기적의 논리에 딱 들어맞는 주장이다.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들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윤 전 대통령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모를 수 없는 정황은 곳곳서 포착된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노 전 사령관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수도권 여러 안가서 모였다. “모를 수 없다” 곳곳에 정황들 이 자리에는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군 정보·공작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은 회의서 언급된 내용을 정리해 수첩에 적은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9월부터 김 전 장관의 임기가 시작되자 노 전 사령관은 계엄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블랙요원 명단 유출 이전 900여단) 사무실인 B 연구원서 여러 차례 회의를 소집했다.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에 필요한 인원과 앞으로의 계획을 보고받고 김 전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윤 전 대통령에게 알리고 ‘계엄 시기’에 대해 고민했다. 한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마음대로 정보사를 주무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김 전 장관이 든든한 뒷배로 있었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의 힘이 컸다”며 “윤 전 대통령이 노 전 사령관의 계획에 대해 굉장히 흡족해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이 관리한 수사2단은 1·2·3대로 나뉜다. 계엄 사태에 연루돼 업무가 배제된 김모 대령이 1대장을,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모·정모 대령이 각각 2·3대장을 맡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조직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 국방부 조사본부 출신으로 예비역인 김용군 전 대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려 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와 선관위 직원 납치·감금·심문이었다. 정 대령은 앞선 조사에서 선관위 장악을 위해 직원들을 케이블타이, 두건, 마스크 등을 사용해 무력 통제한 뒤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방안을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등과 함께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들을 심문하려 할 때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가 쓴 책을 참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간부들에게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이 쓴 책을 숙지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노 미팅·정보사 플랜 윤에 수시 보고 “윤, 흡족…김이 대통령 미팅 제안한 이유” 한 정보사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만약 부정선거에 가담한다면 이 조직, 이 사람들일 것’이라는 취지로 정리해줬다”고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가 노 전 사령관에게 건넨 명단에는 임시 사무소 예산 담당 직원을 비롯해 선관위 전산 시스템 운영 직원, 전산 운영 실무자 등이 포함됐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약 한 달 전 정보사 간부들을 만나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나면 선관위에 가서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확인해야 한다”며 선관위 직원 30여명 명단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원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캠프서 공명선거·안심투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원장이 2021년에 쓴 책은 부정선거 의혹 거점으로 임시 선거사무소를 언급한다. 각급 선관위와 임시 사무소 사이 설치된 통신망을 통해 사전투표 및 개표 통신망에 접속해 득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책에는 부정선거 의혹 근거로 ‘사전투표지 QR코드 활용’에 문제가 있다고 적혀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QR코드 증거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QR코드로 사전투표지에 선거구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찍힌 사전투표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 소송에서 4만5000여장 사전투표지 QR코드를 모두 판독한 결과 가짜 투표지는 한 장도 없었다. 노 전 사령관은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 전 장관과는 달리 윤석열 캠프 외곽서 활동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외곽서 활동했기에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캠프 출신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 군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칭찬을 윤 전 대통령에게 많이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윤 커넥션 캠프서 시작?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전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 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윤 전 대통령을 사실 굉장히 보고 싶어했다. 출세욕이 강한 만큼 김 전 장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나면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도 “성범죄 문제 때문에 윤 전 대통령에게 폐를 끼칠 수 있기에 김 전 장관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말했다. 주변 인맥 활용 국방사업 개입?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18년 1월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임명된 후 같은 해 10월1일 국군의 날 교육생 신분의 부하 직원을 술자리 등에서 수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역 장성 신분으로 구속된 그는 1심 보통군사법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심서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불명예 전역 수순을 밟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모두 상실했다”는 걸 감형 이유로 댔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을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노, 윤 캠프 외곽 활동해 조언 일부 현실화 ‘김건희 비화폰’ 미스터리 “노와 교집합”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건희씨와 노 전 사령관의 소통을 의심한다. 민간인이었던 둘에게 비화폰(안보폰)이 제공됐고 무속이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 해소를 위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및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연루 혐의 등이 대상이다. 경찰청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는 이날 공지를 내고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 및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압수수색 대상은 윤 전 대통령 및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관련 비화폰 서버, 대통령실 경호처 사무실, 경호처장 공관 등이다. 또 이 전 행안부 장관의 내란 혐의 관련 대통령 집무실 CCTV도 포함됐다. 다만 경찰은 “이 전 장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대통령 안전가옥 CCTV, 비화폰 서버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3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검찰서 불청구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알았나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해 왔지만 경호처는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 등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씨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차장도 경호처 내부 반발에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조본 내부에서는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