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선고’ 엄중한 시국인데…안철수 왜 MB 찾아갔나?

오세훈·홍준표 등 여권 잠룡 의식?
대권 광폭 행보…친이계 등 세 규합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촌각을 다투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전격 예방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안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이명박재단 사무실을 찾아 이 전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이날 안 의원의 예방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은 너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여야가 협조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이라도 빨리 결론내려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을 기각)했는데, 한 총리도 안 해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하려면 한덕수 총리라도 와서 있어야 대응을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런 위기 때일수록 당이 화합해야 한다. 위기 때에는 하던 싸움도 중지해야 하는 것”이라며 “안 의원도 당이 화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현 국민의힘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통과의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 통합만이 우리나라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국민 통합이 되지 않고 위기를 헤쳐나간 나라는 없었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그 앞에서 시위한다고 결과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국회로 돌아와 심각한 민생, 외교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는 게 국회의원들의 할 일”이라고 헌재 앞 시위 중인 자당 내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을 두고선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따른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헌재 판결이 나오고 정상적인 저부 형태를 갖추면 리스트서 빠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안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배경엔 대권 행보의 보폭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가 인용될 경우, 바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만큼 이를 대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막판까지 경쟁하다가 단일화해 윤 후보의 당선에 일조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직에 올랐으나 내각 인선 조언 문제 등으로 대통령 당선인 측과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결국 물러났다. 당시 안 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수위 측 인사가 내각 인사에 포함되지 않자 불만을 표출했다. 이 과정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돌연 인수위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안 의원에게 있어 이번 21대 대선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켰던 그는 결국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중도 사퇴를 택했다.

2017년 19대에선 완주에 성공하긴 했지만 문재인(41.08%), 홍준표(24.03%)에 밀려 3위(21.4%)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네 번째 도전에 나서는 그에겐 국민의힘 내 친이(친 이명박)계의 지원사격도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으로 친이계의 환심(?)을 살 수 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선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수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는 안 의원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당장 당내 여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보폭을 넓히고 있는 까닭이다.

오 시장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 재건축 현장 방문(지난 17일) ▲SBS 인터뷰(지난 14일) ▲국회무궁화포럼 토론회(국회, 지난 11일) ▲지방분권형 헌법개정 토론회(국회, 지난 6일) 등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서도 국제 정세 및 국내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엔 ‘동맹에도 협력과 경쟁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정하는 민감국가(SCL)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위험 국가’, 북한과 이란이 ‘테러 지원국’, 인도, 이스라엘, 대만 등이 ‘기타 지정국가’로 포함돼있다”며 “이스라엘, 대만, 인도 모두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민감국가 지정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즉각 외교력을 총동원해 한국이 SCL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미국 역시 SMR 협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한미 간 상호 이익을 고려한 전략적 협상을 통해 한국의 원자력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15일엔 ‘제왕적 다수당의 불법 천막, 공당이 맞느냐’는 글에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과 민노총이 탄핵 촉구 집회를 이유로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에 천막을 설치했는데, 현행법상 지자체 허가 없이 도로에 설치한 천막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탄핵에 중독된 제왕적 다수당이 이젠 법을 비웃으며 헌재를 겁박하고 있다. 서울시·종로구가 협의해 두 차례 구두로 철거를 계고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데, 정파의 이익을 위해 공권력과 시민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달 14일에는 ‘탄핵 폭주족 이재명의 예견된 결말’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오늘 감사원장(최재해)와 중앙지검장(이창수) 등 4명에 대한 탄핵 심판이 모두 기각된 것은 이재명 민주당 탄핵 폭주의 예견된 결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로지 나 살겠다는 이유로 탄핵의 칼을 마구 휘두른 이재명 대표는 이제라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무소불위 국회 권력을 무기로 국민 위에 군림하려 했던 독재자 이재명의 헌정 질서 문란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최근 명태균씨와의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홍 시장은 SNS 정치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라도 카톡 오면 의례적 답장을 하는 게 통례인데 민주당서 공개한 그게 무슨 죄가 되느냐? 내가 명태균을 모른다고 한 일이 없다. 그런 사깃꾼은 곁에 둔 일이 없다고 했다”며 “내가 먼저 보낸 것도 아니고 그렇게 뜸들이다가 겨우 찾아낸 게 그거냐? 계속 공개해 봐라”고 반박했다.

전날엔 “탄핵 결정이 나지도 않았는데 이재명(민주당 대표) 띄우기 ARS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불과 2~3% 응답률을 보이는 팬덤 계층 여론조사가 국민 여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데 벌써 일부 ARS 업체가 이재명 띄우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에 검찰이 즉시항고하지 않자 천대엽 법원 행정처장(대법관)이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선 “법관의 재판을 비판하고 검찰을 수사 지휘하는 전대미문의 해괴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나 검찰총장이 우습게 보이면 법원 행정처장이 수사지휘하는 그런 말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나 동료 법관이 우습게 보이면 재판 독립도 침해야 하는 그런 말을 할까요? 법원 행정처장 지휘에 따라 대검이 신속히 움직이는 것도 코메디 중 상 코메디”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같은 달 9일엔 “다시 한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검찰총장, 서울고검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며 “사정기관의 장이란 자들이 특정인의 끄나풀이 되어 대통령을 불법 구속하고 기소한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지르고도 어떻게 그 자리에 계속 눌러 앉아 뭉개고 있느냐?”며 “후안무치한 짓 그만하고 내려오너라. 어쩌다가 대한민국 사정기관이 이토록 타락했느냐”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번 달 내로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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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