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왕좌왕 707특임단 ‘계엄의 밤’ 추적

TV 보고 알았다더니… 통신 기록 발견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의 오락가락 태도가 결국 제 발목을 잡았다. 두 달 만에 핵심 증언을 손바닥 뒤집듯 엎으면서 혼란만 키우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3일, 그날 밤을 <일요시사>가 되짚어봤다.

707특수임무단(이하 707특임단)은 대한민국 육군특수전사령부의 직할 특수부대다. 평상시에는 대테러 임무를, 전시 상황에는 극비 임무를 비롯해 각종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이런 특수부대가 12·3 내란 사태 당시 무장한 채 국회의사당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 점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려던 것으로 추정된다.

꼬이는 진실

707특임단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당일 제1공수특전여단과 함께 국회에 투입돼 국회 본청을 봉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부대를 이끄는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특수작전 항공단 UH-60 12대가 전개하면 탑승을 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테이저건과 공포탄 등 비살상무기를 휴대해 출동하는 훈련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50분경 김 단장은 “비상소집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예령을 걸고 비상소집 훈련을 실시했다. 오후 9시쯤 자체 소집 훈련은 완료됐고 김 단장은 지휘통제실에서 40여 분간 사후검토를 실시했다. 그러던 중 사령관으로부터 헬기를 대기시키라는 지시를 받았고 오후 10시경 훈련이 제한될 것 같다는 생각에 부대원의 복귀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TV 뉴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하던 김 단장은 “나와 부대원들 모두 계엄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출동 지시를 거부한다는 판단을 내릴 경황이 없었다”고도 토로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707특임대가 첫 통신을 시행한 시간은 오후 8시20분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오후 10시23분보다 약 두 시간 앞선 시점이다.

이는 특전사령관과 계엄사령관, 그리고 707특임단 간의 통신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 기기 작동을 확인하기 위한 통신으로 보기는 어려운 만큼 사전에 계엄 정황을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장 진술 번복에 기기 오작동까지?
6개 부대 중 5개만 확인된 이유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약 10분 뒤 곽 사령관의 출동 지시를 받았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헬기 이륙 직전인 오후 10시43분, 김 단장은 티맵 지도를 이용해 국회 일대를 확인한 뒤 각 부대원에게 건물 차단 구역을 설명하고 11시22분 헬기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오후 11시50분경 김 단장이 탑승한 헬기가 국회 운동장에 도착했다. 이때도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국회로 모여들었다. 4일 오전 0시30분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의원이 모이고 있다는데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 막아라. 안 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느냐”라는 지시를 김 단장에게 하달했고 707특임단 부대원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 도착한 707특임단 부대는 6개다. 그러나 이 중 하나의 부대가 위치추적 장치의 수신자 주소를 잘못 설정해 원활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은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한 채 임무를 수행했다. 부대의 이동 경로는 특전사령관과 계엄사령관의 공통작전상황도(COP)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데, 비상계엄 당일 707특임단 6개의 부대 중 5개만 위치가 확인된 것이다.


707특임단과 함께 국회로 이동한 김 단장은 부대의 움직임을 알 수 있지만 원격으로 지켜보던 상황실에선 사태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계엄이 아닌, 실제 전시 사태였다면 임무 수행에 큰 차질이 생겼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계엄 사태 이후 김 단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점 역시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단장은 계엄 해제 후 일주일도 안된 시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707부대원들은 김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밖에 없다. 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으로,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전투 상황이었다면 대원 전원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 포박’ ‘케이블타이’ 미궁
결국 직무 정지…보직 해임 수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것을 들었다” “낮에 이미 현장 훈련 검사에서 방패라든지 인원을 포박할 수 있는 케이블타이 이런 걸 잘 챙기라고 강조했다” 등 내란을 입증할 핵심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김 단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입장을 번복했다. 김 단장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거나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첫)기자회견 때 모든 질문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해서 본회의장 창문을 깨고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질문으로 매몰됐다”며 “그러다 보니 기자에게 해명하는 차원서 중간에 들었던 뉴스를 종합해 표현했는데 잘못 전달됐다”고 거듭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증언의 일관성을 지키고 있는 곽 전 사령관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180도 말을 바꾼 김현태 단장은 보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단장은 12월9일 ‘케이블타이는 인원 포박용이었다’고 했다가, 2월6일에서는 ‘문을 잠그는 용도였다’고 말을 바꿨다. 또 같은 날 ‘김용현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했지만 2월6일에는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을 번복했다”며 “정작 증언이 180도 바뀐 건 김현태 707특임단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28일 김 단장을 비롯한 군·경 책임자 9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체포조 운영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이다.

자승자박

이후 지난 4일에는 김 전 단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 육군 소장 박헌수, 제1공수특전여단장 육군 준장 이상현 등을 대상으로 직무 정지를 위한 분리 파견을 조치했다. 매번 진술이 달라지는 만큼 직을 유지할 경우, 타 진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추가로 보직해임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서 “이전에 여러 직책에 있던 분들에 대한 직무 정지나 보직해임 등의 인사 조처가 진행됐던 과정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아마 동일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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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