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뇌물 선거’ 새마을금고 복마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13 15:13:11
  • 호수 1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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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꾼다고 바꿨는데 말짱 도루묵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서 부정선거 운동 정황이 노출됐다. 입후보 예정자들이 투표권을 가진 회원 다수에게 현금 등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내세운 혁신 과제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3월5일 치러지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전국 동시선거가 지난달 21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사상 처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위탁해 치러지는 데다 첫 직선제 선거인 만큼 눈길을 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예비후보자 접수가 시작됐다. 

혁신 과제
살얼음판

후보자 등록일인 이달 18~19일 이전이라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절차로,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과거 간선제서 만연했던 부정선거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부정선거가 금고의 운영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회원들이 이사장을 직접 선출할 수 있게 한 직선제와 선관위 위탁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하면서 각종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처음 도입한 이사장 직선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곳은 자산규모 2000억원 이상의 중대형 금고다. 소규모 금고는 기존처럼 대의원들이 모여 간선제로 이사장을 뽑는 게 허용된다.


직접·위탁 선거가 치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선거가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법은 누구든지 자기 또는 특정인을 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회원에게 금품 및 향응 등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장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은 위탁단체의 임직원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도내 위반 조치 건수는 고발 2건, 수사 의뢰 1건, 경고 1건 등 모두 4건으로 늘었다. 이미 전국 곳곳서 부정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실시해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자”며 혁신을 외친 김인 회장은 시작부터 험난한 길에 접어든 모양새다.

회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부정 선거운동을 한 의혹을 받는 충북지역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도내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A씨를 기부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금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20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하고, 소속 직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등 자신의 당선을 목적으로 기부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 위탁 직선제 “의도 좋은데···”
간선제 일부 지역 ‘현역 프리미엄’ 우려

충북선관위는 지난 1월부터 이른바 ‘금권선거’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우려되는 선거 과열 예상 금고 6곳을 특별관리금고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특별관리금고로 지정된 곳에 대해서는 선거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충북선관위 광역조사팀이 현장 방문·상주하는 등 특별단속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충북선관위 관계자는 “금품 제공자는 강력 조치하고, 제공받은 자에게는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입후보 예정자 및 금고 회원 모두 관행적 금품수수 행위 역시 불법임을 엄중히 인식해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 등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에서는 입후보 예정자 매수 행위가 적발됐다. 대구시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입후보 예정자에게 상근이사 자리를 제안하며 출마를 포기하도록 요구한 모 금고 이사장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는 회원과 대의원 등에게 상품권을 제공한 모 금고 이사장 C씨가 고발당했다. 부산시선관위는 C씨가 지난해 설 명절 즈음, 회원·대의원 등에게 5만원권 상품권 26장을, 추석 명절 즈음에는 대의원 7명에게 5만원권 상품권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C씨는 정기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 5명의 여비 명세서에 대리 서명하고 여비를 수령해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전북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입후보 예정자 D씨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청년회장과 공모해 회원 10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약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

청년회장은 이사장 선거 당선을 위해 회원 10여명을 해당 금고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기도 했다. 전북선관위는 D씨와 청년회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단속 역량 강화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경기 남부권 일대서도 회원 약 1만여명에게 각각 현금 9만원가량을 건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작부터
비리 얼룩

이처럼 부정·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수사당국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1월21일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을 기해 전국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불법 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금품 수수, 허위 사실 유포, 임직원 불법 선거 개입 등을 3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지난 2일 기준 도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열리는 지역 총 51곳(직선제 28곳·간선제 31곳) 가운데 11곳에서 15명만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현 이사장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현직 이사장들은 입을 닫고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누가 준비한다느니, 나오느니 하는 소문들조차 안 들리다 보니 많은 이사장이 좌불안석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도 ‘현역 프리미엄’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들보다 선거인에 대한 정보력이 우위에 있는 데다 각종 인맥과 현재 지닌 지위 등 다방면서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출마 예정자들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하고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한 달 남짓한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은 도전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첫 직선제인 데다 그간 낮았던 새마을금고 투표율 특성상 별다른 고민 없이 선거인들이 현역에 대한 관성적인 투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현역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선거인이 많고 투표율도 지역이나 금고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평소 친분이나 정보력 등의 이유로 현 이사장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선전하리란 보장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역들의
눈치게임

그러면서 “대부분 현 이사장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최대한 늦추거나 본 후보 등록 기간인 18∼19일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지역 금고 86곳의 이사장은 직·간선제로 선출된다. 지난달 30일 광주시·전남도선관위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은 지난달 21일 시작돼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중앙선관위 동시 이사장 선거 통계 시스템 집계 결과 현재 광주지역서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는 동구 4명, 남구 2명, 북구 1명 등 7명이다. 전남지역은 광양 2명, 보성 1명, 해남 1명, 무안 2명, 영광 2명 등 8명으로 양 지역 모두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초반이라 등록률이 저조했다.

광주와 전남에선 86개 금고(전남 51개·광주 35개)서 이사장을 직·간선제로 뽑는다. 이번 선거는 지난달 21일 기준 이사장 임기가 남아있는 일부 금고를 제외한 전국 1116개 금고서 진행된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사장 선거와 함께 4월 실시하는 ‘상반기 재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중점 대책 논의에 나섰다. 도 선관위는 지난달 22일 구·시·군 선관위 사무국·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도 주요업무계획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주요 목표를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선거관리’와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기반 공고화’ ‘미래지향적 조직역량 강화’로 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빈틈 없는 선거관리를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완벽한 선거 사무 관리 ▲자유와 공정이 조화되는 준법선거 실현 ▲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한 조직 쇄신 등을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기로 했다.

명절 맞물려 금품과 음식 살포
5만원짜리 1구좌 만들어도 투표

또 최근 사회 일각에서 무분별하게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도내 모든 직원이 각자의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해 올 상반기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도선관위는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더욱 깊이 새겨, 모든 선거를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하고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국민의 확고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인 회장의 경영 책임론은 지속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위탁선거를 위해 중앙선관위에 내는 돈이 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규모 단위 금고까지 선거 위탁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이 중앙선관위와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리 경비로 총 490억원을 산출했다. 이는 단위 금고가 관할 지역 선관위에 위탁선거를 위해 내야 할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각 금고들은 비용의 절반가량을 중도금으로 집행한 상태다.

또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직선제 선거를 하는 금고의 경우 선거인당 평균 799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적으로 직선제를 진행할 때 3250원인 것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으로 뛴다. 간선제인 대의원회 방식도 선거인당 7만5330원에서 20만4190원, 총회 선출 방식은 1470원에서 9780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1개 금고 평균 부담액은 직선제 5940만원, 대의원회 2450만원, 총회 3305만원이다.

좌불안석
혁신 불똥

새마을금고의 경우 선거권은 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도 많다. 금고가 대도시에도 널리 퍼져 있는 특성상 투표율도 금고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평균 5만원 수준의 출자금 1좌 이상을 6개월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선거권을 갖기 위한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 같은 ‘허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조합원 전체를 근거로 비용을 정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새마을금고의 비용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 슈퍼앱 ‘MG더뱅킹’ 첫날부터 먹통

통합 슈퍼앱 ‘MG더뱅킹’이 개통 첫날부터 접속 장애를 겪으면서 새마을금고 경영진이 진땀을 뺐다. 

지난 1월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혁신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MG더뱅킹은 기존 간편거래 중심의 ‘MG상상뱅크’와 ‘MG스마트알림’ 앱을 통합한 새마을금고의 슈퍼앱이다.

새마을금고는 앞서 MG더뱅킹의 경쟁력을 은행권 수준으로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앱 출시를 준비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이 슈퍼앱 경쟁을 펼치며 고객 확보에 힘을 싣는 상황서 새마을금고도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슈퍼앱을 구축해 은행권과 나란히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MG더뱅킹이 첫날부터 약점을 드러낸 만큼 기대치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MG더뱅킹은 지난달 13일 앱 출시를 위해 새벽 0~6시 고객 접속을 차단하고 업데이트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앱을 개시한 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접속 지연 등 현상이 나타났다. 

김인 회장은 “접속 지연 등의 문제로 회원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린 점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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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