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은’ 삼성-검찰 질긴 악연

10년 만에 족쇄 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대 때부터 시작된 악연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 아들이 대를 이어 서초동 언저리를 맴돌았다. 특히 아들은 감옥 생활을 하는 등 10여년 동안 사법 리스크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다. 2016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태부터 따지면 햇수로 10년이 걸렸다. 국·내외서 삼성이 ‘위기론’에 봉착한 만큼 이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승계 작업에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1심서도 무죄가 나왔던 혐의들이다. 재판부는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 2심서 추가된 부분을 포함해 23개 공소 사실을 모두 무죄로 봤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함께 기소된 13명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이 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는 등 부정행위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을 2020년 9월에 재판에 넘겼다. 1심 판결은 3년5개월 만에 나왔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받고 있던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고,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1심 판결과 2심 사이에 서울행정법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관련 판결이 나왔다. 삼바 회계부정 혐의는 재판 과정 내내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삼바가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삼바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 2900억원에서 시장가액 4조8000억원으로 바꾸는 과정이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삼바를 상대로 중징계를 의결했다. 증선위도 이 같은 행위를 분식회계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한 뒤 고발 조치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삼바에 내려진 금융당국의 제재를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2014년까지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봐 종속기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중심 회계 기준상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며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이 있었던 것처럼 회계처리해 투자 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 평가하고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서 삼바의 분식회계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1심 판결과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구속과 석방 반복, 500일 수감
경영일선 복귀, 위기 극복할까

검찰은 행정법원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항소심 재판서 유무죄를 가른 것은 ‘고의성’ 여부였다. 재판부는 “2015년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지만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부당합병 혐의에 대해서는 “미전실의 사전 검토는 이 사건 합병에 관한 구체적·확정적 검토라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물산 측의 검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세를 조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 매매태양을 살펴보더라도 자기주식 취득의 통상적인 모습에 포섭될 뿐, 비정상적인 거래 모습은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며 “시세조종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별다른 발언 없이 자리를 떴다.
검찰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1·2심 판결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로써 이 회장은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때부터 이어진 사법 리스크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 국정 농단 사태 때는 경영권 승계 목적의 뇌물 사건으로 구속과 석방이 반복됐다. 2017년 구속 기소, 2021년 8월 가석방, 이듬해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면서 경영 활동의 발판을 마련한 이 회장은 이번 항소심 무죄로 경영 일선에 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과 삼성의 악연이 끝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이 회장 이전 고 이건희 전 선대회장 역시 적지 않은 기간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첫 시작은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이 전 회장이 연루되면서부터다.

이 전 회장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청와대 접견실서 계열사 사장을 통해 삼성이 경제정책 등에서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를 받고자 노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총 4회에 걸쳐 뇌물 100억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았다. 1996년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7년 특별사면됐다.

2005년에는 당시 삼성 2인자인 이학수 전 부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대화가 녹음된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이 터지면서 이 전 회장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권과 검찰에 ‘떡값’ 등 금품을 줬다고 대화한 내용이 담겨 파장이 일었다.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 전 회장은 서면조사만 받았다.

2007년에는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졌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사건은 특검까지 구성됐다. 김 변호사는 당시 자신의 명의 계좌에 비자금 50억원이 있다며 삼성이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 사법, 행정부 등 사회 지도층에 전방위적 불법 로비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때 이 전 회장이 이 회장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김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이 이 회장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세습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고 강조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관련 논란이 불거진 때도 이때다.

특검은 이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재판은 파기환송심까지 네 차례 열렸다. 이 전 회장은 삼성SDS에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관련 227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다.

발목 잡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 당시에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문제는 무죄가 나왔다는 점이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 쟁점이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배임 혐의는 ‘회사에 어떤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안 된다’며 대법원서 무죄를 확정했다. 2020년 이 전 회장 별세 후 검찰은 경영권 승계 의혹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었지만 이 회장 역시 법망서 벗어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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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