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대선후보 연쇄대담>'국가뿌리개혁운동가' 이건개 무소속 후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9 20: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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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헌법, 불법 맞지만 위헌은 아냐"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빅3'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박빙의 지지율 전쟁으로 누가 대권의 주인공이 될지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여기에 이건개 변호사가 지난 9월25일 '군소후보'라는 타이틀을 거부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일요시사>는 법무법인 주원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건개 후보는 서울 경기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하버드대, 제1회 고등고시(현 사법고시) 합격 등 화려한 엘리트 이력의 소유자다.

또한 31세에 수도서울경찰청장을 역임해 건국 이래 최연소 경찰청장 기록도 가지고 있다.

지난 15대 국회 때 JP(김종필)가 이끄는 자민련에서 국회의원을도 지냈던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대담에서 자신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한 일화를 강조했다.

이제 그는 국민을 상대로 일침을 가하려는 모양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국가정신을 찾기 위한 ‘국가뿌리개혁운동’이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 언제부터 고민했나.

▲ 1996년에 나라미래준비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사실상 이 때부터 구상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지금 대한민국은 잃어버린 국가 정신으로 표류, 방황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의) 분권이 시대정신이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대선 유력 후보들을 보면서 '대한민국호'를 구원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라에 대한 성실한 태도, 조국에 대한 가슴 뛰는 사랑, 이것이 국민 여러분 앞에서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다.

-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일화가 있다고 들었다.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 달라.

▲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여론을 알기 위해 자주 나를 부르셨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보고거리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나도 남들과 같이 어떠한 부분이 좋다고 말하면 대통령께서 "박 대통령이 잘하고 현 정부 잘한다는 얘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어. 자네 같이 젊은 사람은 인맥에 얽히지 않고 순수하니 '대통령 못 한다' 이런 얘기해라. 나는 자네한테 그 얘기를 들어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여론이 안 좋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대통령에게 비난여론을 전하는 게 고역이었을 텐데.

▲ 어떤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 있기도 했고, 어떤 때는 식사도 함께했다. 분위기가 좋고 대통령이 기분 좋게 계시면 갑자기 육영수 여사께서 "아까 그 이야기해라" "(여론) 어떠냐?"고 물으신다. 그러면 내가 비판적인 이야기가 있어 "여론이 이렇습니다" 그러면 박 대통령 얼굴이 금세 검게 변하며 굳어졌다. 그러면 나는 무서워 이야기를 중단했다.

- 그러면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했겠다.

▲ 아니다. 내가 말을 중단하면 육영수 여사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계속 말하라는 거다. 그러면 박 전 대통령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화가 나신 거다. 그러면서도 내 기를 안 죽이시려고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면서 "고맙네. 다시 또 해주게" 그러셨다.

- 주로 어떤 여론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했나.

▲ 당시 박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정치한다는 여론을 주로 전했다.

-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난여론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민감해하고 억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일화는 참으로 의아하다고 여겨지는데. 

▲ 10년 이상 집권하면서 국민의 어려움과 민심 나쁜 것은 꼭 챙기려고 노력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에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중앙정보부장 등이 청와대 힘을 빌려 국민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이 있느냐고 자주 물으셨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꼭 반영하고 시정했다.

- 그런가?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이 있나.

▲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철저히 하려고 했다. 그때 중앙정보부의 횡포가 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에서 고문한다는데 좀 알아봐라"라고 직접 지시했다.


그 당시 정보부 파워가 너무 세 정보부에서 잘못하더라도 조사할 수가 없던 시기였다. 대통령의 지시로 직접 조사해보니 진짜 고문이 있다는 것이 규명됐다. 판명되자 박 대통령이 중정부장을 교체했다.

"박정희 5·16은 무혈입성… 사과 불필요"
"박근혜는 집안에만… 정치 아무것도 몰라"

- 인혁당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사법살인'이라 불린다.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의 정권폭력과 다름없는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 (박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억울하다고 하실 거다. 그래서 내가 박 후보가 사과한 날 박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방명록을 썼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라고. 육영수 여사님도 여론에 귀 기울이려고 많이 노력하셨는데,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 그렇다면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를 어떻게 평가하나.

▲ 5·16은 무혈 쿠데타 아니냐. 피를 흘리지 않았다.


- 그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역사적 평가가 잘못됐다고 보는가.

▲ 당시 누구도 이것(쿠데타가 무혈인 점)에 대해 (언론에) 사실대로 말 못했다. 언론이 그렇게 몰고 가니 서로 몸조심하려고….

- 얼마 전 박 후보의 사과 발언을 못마땅해 하는 의중을 내비쳤는데.

▲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당시 통치 내용을 잘 모른다. 그냥 집안에만 있었다. 나중에도 정치는 정치인들이 다 했다.

사과하려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해야지. 5·16이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말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새누리당 친구들이 법학공부를 안 해서 잘 모른다.

-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 후보의 주장과는 많이 다른데. 

▲ 검찰총장이나 정보부장이 와서 "이거 간첩혐의가 있습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의 입장에서 뭐라 하겠는가. 조사하지 말라고 하나. 당연히 수사하라고 하지. 그러니까 그 조사과정에서 정보부의 횡포가 잘못된 것이다.

- 장준하 사건은 어떻게 보나.

▲ 증거가 있으면 당연히 재조사해야 한다.

-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의 과오라고 평가하는가.

▲ 그것은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개별수사사건은 밑에 검찰, 경찰 정보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 그렇다면 과잉충성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란 말인가.

▲ 검찰과 경찰이 잘못해서 장준하씨가 세상을 떠난 건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덮어놓고 (박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

- 박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은 앞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유신은 너무 한발 앞서 나간 거다. 유신할 때 5·16 추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박 전 대통령도 유신해놓고 국가경제가 제대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대통령) 사퇴하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야당 할 생각도 있었다.

사실 유신 안 하고도 개혁할 수 있었다. 유신은 위헌은 아니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긴급조치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 유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여러 가지 정황을 보신 것이다. 문세광 사건(육영수 여사 암살사건) 때문에 심적 타격이 크셨다.

"경제 살려놓고 박 전 대통령 사퇴하려 했다"
"대통령은 외교·국방·안보만… 권력 분산해야"

- 당시 박 전 대통령도 유신헌법에 대한 여론을 알고 있었나. 그때도 직언했나.

▲ 여론이 안 좋다는 말씀을 드렸다. 긴급조치는 잘못됐지만, 유신헌법은 위헌은 아니다. 하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 이 후보께선 대통령분권제를 주장하시는데,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만 하라는 거다. 외교·안보·국방이 정쟁에 휘말리면 안 된다. 대통령은 정쟁을 초월해서 이런 권한을 가져야 한다. 국세청과 검찰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내각책임제 또는 이원집행부제와 같아 보이는데.

▲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다른 것이다.

- 국세청과 검찰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이유는.

▲ 그동안 대통령들은 검찰, 국세청을 사유물로 생각했다. 심지어 별도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어떤 기업을 지명하면 검찰이 관련자를 조사했다.

이게 말이 되나? 10·26 이후 전두환 정권이 잘 될 것 같으니까 그때 사람들 줄 서는 거 봐라. 이들을 두고 '들쥐'라고 부른다. 그게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

- 어떤 부분에서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유력후보들이 대통령 될 거 같으니까 무조건 줄 선다. 이게 잘못된 거다. 이러한 것은 참된 국민혁명을 통해 바꿔야 한다.

- 이 후보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확률이 높다. 앞으로 박 후보의 연대 제안이 온다면 손잡을 의향이 있나?

▲ 지금은 세 후보들이 국가정책을 확실히 다 발표 안 했기 때문에 국가개혁정책에 대해서 내가 들여다보고 괜찮으면, 이들이 내 정책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제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개혁정책 내용보다는 지역감정이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무소속이라 정당은 큰 의미가 없다. 지역감정, 경상도와 전라도의 싸움이다.

- 대선후보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나는 10.10일 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10·10개혁'으로 이름 붙인 '대한민국 혁신 10대 프로젝트, 10대 도시 토크쇼'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생현장의 생생한 개혁 요구를 수렴하고 '국가뿌리개혁운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서 확고하게 주도하기 위한 국가기강을 확립하여 '정직한 사회' '신뢰사회'를 확실히 만들어 내려면 정확한 법치가 필요하다.

나는 최연소 수도경찰 책임자로서 당시 국가기강을 확실히 확립했고, 40년 이상의 법조 이력과 공권력 집행을 담당했던 경력으로 예측 가능하고 정확한 법치로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국가정신을 찾는 교육내용의 개혁, 서민의 눈물과 한을 신속·정확히 구제해주는 수사체제의 개혁과 금융개혁, 부의 투명화, 부패의 심층개혁을 하고

초(超)자유경제특구를 설치, 남북 안보적 차원의 경제협력, 대한민국을 세계 제일의 교육중심지로 만들어 '바른 나라의 틀, 신(新)부국강병의 국가'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시대적 소임을 확실히 해낼 사람은 이건개 후보라고 생각한다.

 

<이건개 후보 프로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1회 사법고시 합격
▲대통령비서실 사정담당비서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제15대 국회의원
▲법무법인 주원 대표변호사
▲나라미래준비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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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