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대선후보 연쇄대담>'국가뿌리개혁운동가' 이건개 무소속 후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9 20:19:44
  • 댓글 0개

"유신헌법, 불법 맞지만 위헌은 아냐"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빅3'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박빙의 지지율 전쟁으로 누가 대권의 주인공이 될지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여기에 이건개 변호사가 지난 9월25일 '군소후보'라는 타이틀을 거부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일요시사>는 법무법인 주원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건개 후보는 서울 경기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하버드대, 제1회 고등고시(현 사법고시) 합격 등 화려한 엘리트 이력의 소유자다.

또한 31세에 수도서울경찰청장을 역임해 건국 이래 최연소 경찰청장 기록도 가지고 있다.

지난 15대 국회 때 JP(김종필)가 이끄는 자민련에서 국회의원을도 지냈던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대담에서 자신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한 일화를 강조했다.

이제 그는 국민을 상대로 일침을 가하려는 모양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국가정신을 찾기 위한 ‘국가뿌리개혁운동’이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 언제부터 고민했나.

▲ 1996년에 나라미래준비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사실상 이 때부터 구상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지금 대한민국은 잃어버린 국가 정신으로 표류, 방황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의) 분권이 시대정신이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대선 유력 후보들을 보면서 '대한민국호'를 구원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라에 대한 성실한 태도, 조국에 대한 가슴 뛰는 사랑, 이것이 국민 여러분 앞에서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다.

-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일화가 있다고 들었다.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 달라.

▲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여론을 알기 위해 자주 나를 부르셨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보고거리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나도 남들과 같이 어떠한 부분이 좋다고 말하면 대통령께서 "박 대통령이 잘하고 현 정부 잘한다는 얘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어. 자네 같이 젊은 사람은 인맥에 얽히지 않고 순수하니 '대통령 못 한다' 이런 얘기해라. 나는 자네한테 그 얘기를 들어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여론이 안 좋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대통령에게 비난여론을 전하는 게 고역이었을 텐데.

▲ 어떤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 있기도 했고, 어떤 때는 식사도 함께했다. 분위기가 좋고 대통령이 기분 좋게 계시면 갑자기 육영수 여사께서 "아까 그 이야기해라" "(여론) 어떠냐?"고 물으신다. 그러면 내가 비판적인 이야기가 있어 "여론이 이렇습니다" 그러면 박 대통령 얼굴이 금세 검게 변하며 굳어졌다. 그러면 나는 무서워 이야기를 중단했다.

- 그러면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했겠다.

▲ 아니다. 내가 말을 중단하면 육영수 여사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계속 말하라는 거다. 그러면 박 전 대통령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화가 나신 거다. 그러면서도 내 기를 안 죽이시려고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면서 "고맙네. 다시 또 해주게" 그러셨다.

- 주로 어떤 여론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했나.

▲ 당시 박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정치한다는 여론을 주로 전했다.

-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난여론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민감해하고 억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일화는 참으로 의아하다고 여겨지는데. 

▲ 10년 이상 집권하면서 국민의 어려움과 민심 나쁜 것은 꼭 챙기려고 노력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에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중앙정보부장 등이 청와대 힘을 빌려 국민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이 있느냐고 자주 물으셨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꼭 반영하고 시정했다.

- 그런가?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이 있나.

▲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철저히 하려고 했다. 그때 중앙정보부의 횡포가 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에서 고문한다는데 좀 알아봐라"라고 직접 지시했다.


그 당시 정보부 파워가 너무 세 정보부에서 잘못하더라도 조사할 수가 없던 시기였다. 대통령의 지시로 직접 조사해보니 진짜 고문이 있다는 것이 규명됐다. 판명되자 박 대통령이 중정부장을 교체했다.

"박정희 5·16은 무혈입성… 사과 불필요"
"박근혜는 집안에만… 정치 아무것도 몰라"

- 인혁당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사법살인'이라 불린다.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의 정권폭력과 다름없는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 (박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억울하다고 하실 거다. 그래서 내가 박 후보가 사과한 날 박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방명록을 썼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라고. 육영수 여사님도 여론에 귀 기울이려고 많이 노력하셨는데,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 그렇다면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를 어떻게 평가하나.

▲ 5·16은 무혈 쿠데타 아니냐. 피를 흘리지 않았다.


- 그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역사적 평가가 잘못됐다고 보는가.

▲ 당시 누구도 이것(쿠데타가 무혈인 점)에 대해 (언론에) 사실대로 말 못했다. 언론이 그렇게 몰고 가니 서로 몸조심하려고….

- 얼마 전 박 후보의 사과 발언을 못마땅해 하는 의중을 내비쳤는데.

▲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당시 통치 내용을 잘 모른다. 그냥 집안에만 있었다. 나중에도 정치는 정치인들이 다 했다.

사과하려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해야지. 5·16이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말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새누리당 친구들이 법학공부를 안 해서 잘 모른다.

-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 후보의 주장과는 많이 다른데. 

▲ 검찰총장이나 정보부장이 와서 "이거 간첩혐의가 있습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의 입장에서 뭐라 하겠는가. 조사하지 말라고 하나. 당연히 수사하라고 하지. 그러니까 그 조사과정에서 정보부의 횡포가 잘못된 것이다.

- 장준하 사건은 어떻게 보나.

▲ 증거가 있으면 당연히 재조사해야 한다.

-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의 과오라고 평가하는가.

▲ 그것은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개별수사사건은 밑에 검찰, 경찰 정보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 그렇다면 과잉충성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란 말인가.

▲ 검찰과 경찰이 잘못해서 장준하씨가 세상을 떠난 건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덮어놓고 (박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

- 박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은 앞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유신은 너무 한발 앞서 나간 거다. 유신할 때 5·16 추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박 전 대통령도 유신해놓고 국가경제가 제대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대통령) 사퇴하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야당 할 생각도 있었다.

사실 유신 안 하고도 개혁할 수 있었다. 유신은 위헌은 아니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긴급조치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 유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여러 가지 정황을 보신 것이다. 문세광 사건(육영수 여사 암살사건) 때문에 심적 타격이 크셨다.

"경제 살려놓고 박 전 대통령 사퇴하려 했다"
"대통령은 외교·국방·안보만… 권력 분산해야"

- 당시 박 전 대통령도 유신헌법에 대한 여론을 알고 있었나. 그때도 직언했나.

▲ 여론이 안 좋다는 말씀을 드렸다. 긴급조치는 잘못됐지만, 유신헌법은 위헌은 아니다. 하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 이 후보께선 대통령분권제를 주장하시는데,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만 하라는 거다. 외교·안보·국방이 정쟁에 휘말리면 안 된다. 대통령은 정쟁을 초월해서 이런 권한을 가져야 한다. 국세청과 검찰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내각책임제 또는 이원집행부제와 같아 보이는데.

▲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다른 것이다.

- 국세청과 검찰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이유는.

▲ 그동안 대통령들은 검찰, 국세청을 사유물로 생각했다. 심지어 별도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어떤 기업을 지명하면 검찰이 관련자를 조사했다.

이게 말이 되나? 10·26 이후 전두환 정권이 잘 될 것 같으니까 그때 사람들 줄 서는 거 봐라. 이들을 두고 '들쥐'라고 부른다. 그게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

- 어떤 부분에서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유력후보들이 대통령 될 거 같으니까 무조건 줄 선다. 이게 잘못된 거다. 이러한 것은 참된 국민혁명을 통해 바꿔야 한다.

- 이 후보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확률이 높다. 앞으로 박 후보의 연대 제안이 온다면 손잡을 의향이 있나?

▲ 지금은 세 후보들이 국가정책을 확실히 다 발표 안 했기 때문에 국가개혁정책에 대해서 내가 들여다보고 괜찮으면, 이들이 내 정책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제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개혁정책 내용보다는 지역감정이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무소속이라 정당은 큰 의미가 없다. 지역감정, 경상도와 전라도의 싸움이다.

- 대선후보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나는 10.10일 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10·10개혁'으로 이름 붙인 '대한민국 혁신 10대 프로젝트, 10대 도시 토크쇼'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생현장의 생생한 개혁 요구를 수렴하고 '국가뿌리개혁운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서 확고하게 주도하기 위한 국가기강을 확립하여 '정직한 사회' '신뢰사회'를 확실히 만들어 내려면 정확한 법치가 필요하다.

나는 최연소 수도경찰 책임자로서 당시 국가기강을 확실히 확립했고, 40년 이상의 법조 이력과 공권력 집행을 담당했던 경력으로 예측 가능하고 정확한 법치로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국가정신을 찾는 교육내용의 개혁, 서민의 눈물과 한을 신속·정확히 구제해주는 수사체제의 개혁과 금융개혁, 부의 투명화, 부패의 심층개혁을 하고

초(超)자유경제특구를 설치, 남북 안보적 차원의 경제협력, 대한민국을 세계 제일의 교육중심지로 만들어 '바른 나라의 틀, 신(新)부국강병의 국가'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시대적 소임을 확실히 해낼 사람은 이건개 후보라고 생각한다.

 

<이건개 후보 프로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1회 사법고시 합격
▲대통령비서실 사정담당비서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제15대 국회의원
▲법무법인 주원 대표변호사
▲나라미래준비모임 회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