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일요대담> ‘5선 국방통’ 안규백 ‘군발’ 12·3 사태를 말하다

“또다시 계엄? 문민통제가 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5선 안규백 의원은 제20대 국회 전반기에 국토교통위서 활동한 것 외엔 의정 생활 대부분을 의원들이 꺼리는 국방위서 활동했다. 제20대 국회 후반기엔 국방위원장을 맡았다. 보기 드문 민간인 출신 국방통으로 알려진 그가 보는 12·3 계엄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12·3 내란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당내 상황실장과 진상 파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안 의원은 2024년 끝자락서 <일요시사>와 만나 비상 계엄사태의 본질과 흐름을 짚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은 지난 8월부터 계엄 가능성을 언급했다.

▲처음엔 우리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충암파를 주축으로 방첩사·정보사 등 정보라인을 장악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공관 회동 멤버가 수방사·특전사 등 군의 요직을 독식했다. 그래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주장하게 된 계기는?

▲특히 지난해 11월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취임했다. 정보·방첩 라인은 특성상 내부 인사를 승진시킨다. 사령관은 외부서 부임하더라도, 그 휘하는 내부 진급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여 전 사령관과 소형기 전 참모장·김철진 전 기획관리실장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소 전 참모장은 여 전 사령관과 방첩사 부임 전까지 함께 근무했다.


김 전 실장은 여 전 사령관의 53사단장 시절 예하 여단장이었고, 계엄 직전 김 전 장관의 군사보좌관으로 부임했다. 

이번 인사에서 해군·공군과는 달리 육군은 중장급 인사를 하지 않았다. 여 전 사령관을 비롯해 같은 시기 함께 임명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1년이 넘었지만 교체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군 인사 당시 드론작전사령부 첫 사령관 이보형 소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임기를 못 마치고 8개월 만에 교체됐다.

후임자 김용대 사령관은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의 육사 48기 동기였다. 51일 만에 김봉수 전 합참차장을 교체한 후 부임해 임명 나흘 만에 계엄부사령관이 된 정진팔 중장도 육사 48기다. 충암파·육사 48기 라인이 주축이 되어 주요 보직들을 토대로 이너서클을 만들어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는 2차 계엄 가능성도 거론했다. 

▲1차 계엄이 국회서 해제돼 실패한 후, 윤 대통령은 약 3시간30분 후 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그 사이에 2차 계엄을 시도한 것 같다. 합참 결심실서 김 전 장관과 계엄법을 검토하고, 계엄 해제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지 검토한 것이다. 이것이 계엄해제 불복 혹은 2차 계엄 시도 의혹이 불거진 이유였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새벽 3시경 육군본부서 계엄사 편성을 위해 육본의 주요 장성들에게 서울행을 지시했다. 수방사도 계엄 해제 가결 이후에도 오전 2시30분까지 국회 인근 KBS와 성산대교서 대기하고 있었다. 미군도 통신감청이 가능한 초정밀 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 두 대를 한반도 상공서 전개했다. 후방서 이동하는 부대가 있는지 확인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그 정황으로 봐선 2차 계엄 가능성은 유력했다.

육사 출신들 이너서클 구축
왕정·독재·장기집권 꿈꿔


-계엄에 참여했던 장성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선 것 같다. 

▲박근혜정부의 계엄 문건이 발각된 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 연루 장성들은 패가망신당했다. 그들은 재판을 받고 있고, 연금도 받지 못한다. 계엄 참여 장성들도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충암파들은 입을 맞춰서 “계엄 선포를 TV 보고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곽 전 사령관이 지난 10일 국방위 전체회의서 실토했다. 당시 출석한 군인들은 현장서 김 전 장관 구속 소식을 들은 후 크게 흔들렸다. 이후 수사 과정서 정보사령관이 예하 영관급 장교들에게 자신의 국방위 증언대로 증언하라고 지시한 것도 다 드러났다. 

-김 전 장관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섰다고 봐야 하나?

▲김 전 장관은 사실상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은 처음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과 부하의 죄를 자신에게 몰아넣으려고 했다가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곽 전 사령관도 “김 전 장관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본회의장에 의원 150명 이상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도 윤 대통령을 향한 삐뚤어진 충성심과 형량을 줄여야 하는 필요 사이서 방황하는 것 같다.

-12·3 내란 사태는 강경파 대통령·육군 중장 출신 강경파 국방 장관과 고교 동문 인맥의 조합으로 발생했다.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계엄과를 하위 부서로 두고 있는 곳은 합참밖에 없다. 하지만 김명수 합참의장은 해군 출신이다. 그래서 걸림돌이 될까 봐 육사 출신 박 전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힌 것이다.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구축해 왕정·독재·장기집권을 꿈꾼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김건희 여사가 ‘계엄 이후 개헌을 통해 남편이 통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극우 유튜브 채널을 많이 봐서 그 세계에 매몰돼있고, 맹목적 충성·추종으로 뭉친 군부 내 강경파들이라는 인(人)의 장벽에 갇혀 사리분별도 정확히 안 되는 것 같다.

-하나회는 1990년대 없어졌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말기엔 알자회가 거론됐고, 이번엔 충암파가 거론됐다. 군서 계속 사조직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군인복무기본법과 군형법에 따르면, 군은 위법하지 않고 정당한 명령에만 상명하복 원칙을 적용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명령에 살고 죽는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 군 인사가 충암고·육사 출신 일색으로 진행돼, 집단사고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으로 인해 유전병에 시달렸다. 다양성이 무너져 독식이 이뤄지면,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붕괴한다. 충암파와 육사 카르텔이 결합돼 내란을 초래한 것이다.

-방첩사는 보안사 시절 12·12 쿠데타를 주도했고, 기무사 시절 박근혜정부 계엄령 문건 작성에 개입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개입하면서 문제가 됐는데…


▲‘숙습난방’이라는 말이 있다. 몸에 밴 습관은 고칠 수 없다는 의미다. 하던 대로 한 거다. 윤 대통령도 그렇다. 지난 11월7일 대국민 담화 후 진행된 기자회견서 사회를 맡던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반말을 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데도 말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적 사고방식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검찰 시야에 갇혀있다. 방첩사의 숙습과 윤 대통령의 만남은 마치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같았다.

-이 사태가 문민통제 문제와 관련이 있는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이 사태의 핵심은 문민통제다.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서부터 군이 앞장서 반대하면서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내건 국가 중 문민통제를 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와 북한밖에 없다. 북한은 허울만 민주국가니까, 민주국가들 중 사실상 우리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군은 
부당한 명령에도 
양심 놓지 않았다”

미군도 군 출신이 국방 장관으로 취임하려면,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어제 군복 벗고 오늘 넥타이를 맨 다음 국방 장관에 취임하진 않는다. 문민 출신 장관이 군을 통제해야 한다. 강철로 만든 바늘과 부드러운 섬유로 만든 실이 만나야 찢어진 옷도 수선한다. 그런데 우린 강경파들이 사조직을 만들어 내란에 앞장섰다.

-스페인의 고 카르멘 차콘 전 국방 장관은 지난 2008년 스페인 최초 여성 국방 장관으로 취임해 2011년까지 재임했다. 취임 당시 임신 7개월이었고, 만삭 임신부의 몸으로 해외 파병군을 사열했다.


▲만난 적 있는 분이다. 포르투갈의 헬레나 카레이라스 국방 장관도 지난 2022년 3월 최초 여성 국방 장관으로 취임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여성도 국방 장관으로 취임할 수 있다. 우리처럼 어제 예편해서 오늘 국방 장관으로 취임하면, 문민통제 사고방식을 갖추기 어렵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민간인 출신 국방 장관 임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가?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다. 문재인정부서 미처 못했다. 신냉전이 격화되고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을 복원하는 등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적과 타협이 없는 군의 대결적 사고방식보다 문민 출신 유연성·협상력·타협적 자세 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계엄군이 돼 사기가 저하됐을 장병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계엄 당일 본회의장으로 가는 지하 통로서 10여명의 계엄군과 마주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은 나를 체포하지 않았고, 본회의장으로 가도록 길을 터줬다. 나중서야 그들이 707특임대 병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흥분한 시민을 껴안아 다독이는 계엄군과 “액션하지 말고 가만히 있자”던 계엄군 분대장을 봤고, 계엄 해제 이후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군인들도 봤다. 이들은 부당한 명령을 강요당하면서도 양심을 놓지 않았다. 

지난 10일 국방위 전체회의서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 “영관급·초급 장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심리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주요 임무 종사자들이 아니라면 심리치료도 하고, 군에서 계속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물론 국회 창문을 깨고 넘어온 것과 같은 적극적인 가담자들과 동조자들은 식별해야 한다. 아무리 계엄이 선포됐어도 입법부는 장악하지 못한다. 국회엔 그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

-국민의힘은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채 6인 체제를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국회서 이미 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고 인사청문회에 착수했다. 임명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소아병적인 생각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국회의 권능을 그렇게 포기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은 포기할지 모르지만 우린 포기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똑같이 독선·아집에 빠져 있다.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된 사건은 9인 완전체로 구성된 헌재가 역사의 응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바로 선다.

-일각선 윤 대통령에 대해 조현병·알코올성 치매 등 정신과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삶의 고난과 고통·힘든 여정을 겪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산 사람 같다. 그리고 나이가 만 64세밖에 안 됐는데도 5분도 서 있지 못하고 앉아서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정시 출근도 못했다고 한다.

윤, 국민을 범죄자로 보는
검사 시각 줄곧 못 벗어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니 일각서 조현병·알코올 중독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극우 유튜브 채널의 음모론에도 중독돼있다고 한다. 망상이 가짜 뉴스를 실어나르는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적으로 강화돼 일종의 강력한 확증편향·필터버블이 생긴 것 같다. 대선후보가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을 국민 앞에 공개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언급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치의 극단화’가 이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없나?

▲강성 팬덤과 같은 정치의 극단화를 넘어선 문제다. 총구를 겨눈 남북정상도 대화를 위해 만난다. 이번 내란은 검찰공화국의 연장선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내가 말하면 다 들어야 한다”거나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올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같은 생각을 한다.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보는 모양이다. 

정치서 중요한 것은 타협·협상·존중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극복하면서, 서로 조절하는 가운데 국정을 협의해야 한다. 검찰력으로 야당을 와해시킬 궁리만 하다가 터진 명태균 게이트가 결정적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본다.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민생·외교·안보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놓고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부존 자원이 없고 수출과 무역 중심인 우리 특성상 가치 외교는 어렵다. 실용 외교·줄타기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론 작지만, 지정학적으론 크다. 힘이 있으면 대륙과 해양으로 나갈 수 있다. 반대로 힘이 없으면 침략을 받는다.

지정학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북방 외교를 튼튼히 하고 한미동맹을 공고히 해서 미국도 최대한 활용하면 얼마든지 그들을 우리 편으로 조정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 문제의 키맨은 중국이다. 그들과도 협력해야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 또 추락한 대외신용도를 되살리고, 민주적 질서로 내란을 극복한 저력을 다시 세계에 알려야 한다. 송년회 취소 등 깊어진 자영업자의 한숨을 놓치지 않고 살필 것이다. 

-끝으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국가흥망 필부유책’이란 말이 있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엔 모든 사람의 책임이 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선출한 후에도 나라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국민의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우리 민주당 의원들도 경거망동하지 않고 세심하게 잘하겠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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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검찰을 비판하기 바쁘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4년간 수사해 무혐의로 판단했는데 재수사에 들어가자, 주가조작 입증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란 핵심 피의자에 대한 보석을 법원에 요청한 것에 대한 지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특검과 연관돼 검찰이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 미진했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3대 특검과 관련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검과 주도권 경쟁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수사하자 정황 증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김 여사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롭게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을 때와 달리 김 여사가 주가조작 가능성을 인식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김 여사는 또 지난해 7월 초 검찰의 조사가 임박했을 당시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도 30분 넘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담당하던 직원과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로 확보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2010년 말경부터 시작된 2차 주가조작 시기와 겹친다. 검찰이 해당 녹음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중 40%를 그 일당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육성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증권사 직원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주식 매매 세력에 가담했다고 당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가 본인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원래 일임매매하면 10~30% 수익은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2020년부터 4년 넘게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같은 증권사를 압수수색하면서도 해당 통화 녹음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걸로 파악돼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팀은 김 여사 미래에셋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 3일~12월 3일 사이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전화 주문을 한 게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 거래여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내용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육성 수백개 녹취파일 이제야? 계좌 로그인 기록엔 블랙펄 IP 주소도 당시 수사팀은 전화 주문 방식으로 거래된 다른 증권사 5곳(신한·DS·DB금융·한화·대신)에서는 김 여사가 통화한 녹음파일을 모두 확보해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수사를 통해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이하 블랙펄)와 김 여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파악했다. 김 여사 명의의 주식 계좌에 여러 차례 접속한 IP 주소가 블랙펄 사무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전 수사팀은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 매매 시점에 HTS에 접속해 있던 IP 주소들만 분석했는데, 재수사팀은 HTS 프로그램에 로그인하는 시점에 사용된 IP 주소들까지 미래에셋증권에 추가 요구한 끝에 해당 흔적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사팀은 블랙펄 측이 IP 주소를 숨기기 위해 김 여사 아이디로 HTS를 이용할 때 별도의 무선 인터넷 장비를 이용했지만, HTS 프로그램 로그인 시점에는 실수로 사무실 인터넷망을 몇 차례 이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블랙펄의 IP가 없는 것이 김 여사 불기소 결정 이유 중 하나였지만 이마저도 뒤집힌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혐의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재수사에 들어가 파일을 찾아냈다”며 “정말 스스로 자폭한 일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미래에셋도 압수수색했다고는 하지만, 그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그걸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지금 와서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인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언제 확보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4년 전 압수수색을 하고도 확보하지 못했던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발로 쏟아지고 있다”면서 “주가조작의 ‘스모킹건’인 녹음파일을 검찰이 언제 확보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새롭게 공개된 육성 파일에는 김 여사가 맡긴 구체적 액수와 수익 배분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있다”면서 “검찰은 4년 동안 존재를 몰랐다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파일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 동안 권력에 기생하며 선택적 수사로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줘왔던 검찰의 족적이 확연히 남아있는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뒤집히는 불기소 이유 문 대변인은 “김건희만이 아니라 검찰도 특검 대상”이라며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 면죄부 수사의 진실도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사들을 당장 수사해야 하고,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부실 수사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같은 검사인데 그때 수사했던 검사는 왜 그걸(통화 녹취 파일) 발견 못했을까? 왜 지금 검사들은 이걸 발견했을까”라며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이 봐줬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주가조작보다 더 심각한 범죄는 주가조작을 봐주는 것”이라며 “특검으로 낱낱이 밝혀야 한다. 김건희씨 주가조작을 봐준 사람들 모두 국민을 우롱한 죄까지 모아 최대한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최소한 수사팀에 대한 감찰·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 감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통화 녹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파일 확보를)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주가조작) 1~2차에 걸쳐 3개 계좌를 이용한 사람은 김건희씨밖에 없다”며 “‘공범 중에 왕공범’인 김건희씨만 왜 수사 안 했느냐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이 출범하자 이제야 증거를 찾았다는 점에서 수사의 진정성보다는 수사의 주도권 다툼에 더 가까운 행보로 읽힌다”며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기 전에 검찰이 기소한다면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고 공소 유지에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다르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외에도 검찰은 내란 핵심 피의자의 보석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란 수사는 하지 않고 오히려 핵심 피의자를 풀어주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26일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이유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른 1심의 구속 기간이 최장 6개월로 그 기간 내 심리를 마치는 게 어렵다”며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할 보석 조건을 부가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실무례라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2개월이 원칙이며, 필요 시 2개월 단위로 2차례 갱신할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월25일과 4월22일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을 갱신했다. 검찰 측은 구속 기간 만료를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에 보석 조건부 직권보석을 요청했고, 김 전 장관 측은 보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속 기간 만료 시에는 단순 석방되는 반면,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 탓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할 것 ▲증거를 인멸하지 않을 것 ▲법원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을 것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이나 증인 등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을 것 ▲주거 제한 ▲보증금 1억원 납부 등을 명령했다. 김 전 장관이 이 같은 보석 조건을 어길 시에는 보석이 취소되고 보증금이 몰취되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게 된다. 앞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혈액암에 따른 건강악화를 이유로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지난 1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사건 관계인 등과 연락 금지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김 전 장관의 보석으로 인해 노상원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군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이들에게 직권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수사·내란 동조 등 비판 나와 “특검 시작하면 검찰은 할 게 없다” 다만 김 전 장관이 보증금 제출과 사건 관계자와 연락할 수 없는 조건이 붙은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했으며 이로 인해 오는 26일 무조건 석방될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 결정에 불복하고 석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군검찰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내란 핵심 피의자들이 다시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건부 보석을 요청했다는 입장이지만 ‘내란을 비호하는 행위’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에서 내란종사혐의로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은석 특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비상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하고, 같은 달 5일엔 수행비서 역할을 한 민간인 양모씨에게 계엄 서류를 없애라고 한 혐의다. 이는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부분이다.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조 특검이 임명 6일 만에 곧장 수사에 돌입한 것은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이 김 전 장관에게 새 혐의로 추가 기소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그의 구속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당시 상황에 대한 ‘말 맞추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특검 입장에서는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외환 의혹 수사를 위해서도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수사의 ‘첫 단추’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이유로 내란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주요 군 장성들이 내란 특검 초기 수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서는 (주요 인물을) 그냥 풀려 나가게 둘 수 없다는 기조일 것”이라며 “(다른 사령관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소할 것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기소를 두고 “수사 준비 기간 중에 있어 공소 제기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장관을 불법 기소했다”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사 시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 검찰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 가능성은? 특검을 경험한 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행보는 검찰개혁을 앞두고 특검과 힘겨루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 임명 후 20일 동안 특검팀을 구성하는 동안 수사 실적으로 올리거나 해서 특검 내에서 검찰의 목소리를 더 키우기 위해 갑자기 새로운 증거를 갖고 오고 구속 만료를 앞둔 피의자들의 보석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은석 특검처럼 특검이 수사를 빨리 시작해 검찰이 사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