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우크라 파병…장관 승인 가능” 과거 사례 보니…

1964년 월남전 최초 사례
100명 이하도 비준 동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이 참전하는 상황이라 그들의 동향을 파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참관단을 파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 정부가 참관단을 파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제 5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후 진행한 공동 지가회견서도 “참관단이나 전황 분석단을 보내는 건 당연한 우리 군의 임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은 러-우 전쟁에 어떤 형태로든 한국군의 파병을 시사하는 것으로 정치권에서 우려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 비준(동의)없이 우회 파병한다면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반발했다.

지난 30일,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서 “해외에 한 명이라고 보내면 그것이 곧 파병”이라고 지적하면서 탄핵을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헌법 60조엔 국회가 국군 해외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고 돼있다”면서도 “정부가 모니터링단, 참관단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동의를 피해 파병하려는 꼼수를 쓰려고 하지만, 대북 심리전을 전개하거나 북한 포로를 심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남북 대리전을 자청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우리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무기와 인도적 지원을 해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원하지 않는데도 남의 나라 전쟁에 함부로 개입해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경우)주권자인 국민이 자위권 행사 차원서 권력 위임을 철회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계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전례에 비춰볼 때 참관단은 파병이 아니며 파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파병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규모나 기간, 임무를 고려하는데 정확한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고 그간 관례에 따라 왔다.

김 장관도 “미래를 대비하는 정보 수집, 첩보 수집 차원의 파견은 그 동안 장관 승인 하에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 대표단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서 정보 수집 및 우크라이나 현지서 전황을 파악 중이다. 이들이 귀국하면 나토 정보 및 우크라이나 현장 수집 정보를 종합한 뒤 기본 방침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러-우 전쟁이 북한군이 참전한 만큼 이들의 동향도 파악해야 하고, 드론전 등 새로운 방식의 전쟁 양상을 파악 및 분석해 전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법에 보면 소규모 파병에 대해선 장관이 알아서 판단하게 돼있다. 이는 소규모 파병을 한다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장관의 해외파병 규정 관련 발언은 사실일까?

<일요시사>가 입수한 ‘해외파병부대 국회동의안 시기’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판단의 해외파병 주장은 대체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김 장관이 소규모라고 언급한 병력 인원조차도 구체적이지가 않은 만큼 관련 규정 존재에 의문을 더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MBC 시선집중> 인터뷰서 “동명부대 병력이 약 250명서 300명이 파병돼있는데 이런 식으로 대규모 단위 조직을 갖추고 특정 목적을 갖고 파병 갈 때 국회 동의를 얻도록 돼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그런 대규모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러-우 전쟁에 참관단 파견은 필요없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런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군은 현재 13개국 15개 지역에 1800여명이 파병돼 지구촌 곳곳서 벌어지고 있는 대테러전쟁 지원을 비롯해 유엔평화유지활동(UPKO, Un Peace Keeping Operation) 등을 펼치고 있다.

김영삼정부는 외교 역사상 최초로 육군 공병대대인 상록수 부대 516명을 1993년 7월부터 UPKO를 위해 소말리아에 파견했다. 이후 소말리아서의 활동을 경험으로 1995년 10월부터 앙골라 PKO(Peace Keeping Operation)에도 참여해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증진시켰다.

김대중정부엔 한국이 민주주의 실현과 경제발전을 함께 이룩한 경험을 토대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신장을 위한 국제적 협의에 적극 참여했다. UN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인 UNPKO에 동참해 세계 분쟁지역서 평화 회복과 국가 재건에 공헌했다.

이후 서부 사하라에 의료부대(누적 542명), 앙골라에 공병부대(600명), 동티모르에 보병부대(3283명), 인도·파키스탄 접경 지역(옵저버 88명) 및 그루지아(옵저버 88명)에 옵저버 장교단을 파병했다. 이후 2008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유명한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원 270명이 투입됐으며, 이듬해 11월엔 아이티 지진 현장에 안정화지원단으로 242명이 파병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조사처)도 헌법이 ‘국군의 해외파병 업무 훈령’보다 상위 규범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일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러-우 전쟁 ‘개인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사처는 법령 해석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유권해석 기관이 아니므로, 이 보고서는 학리 해석을 내용을 제한하고자 한다”는 단서와 함께 개인 파병 형식도 전쟁 참관단이나 분석단 파견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조사처는 “국군의 해외파병 업무 훈령은 국방부 장관이 국군의 해외파병 업무에 관한 부서 및 기관별 업무를 분장하고, 업무수행절차를 규정하기 위해 사전에 발한 명령”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최고법인 헌법이 동 훈령보다 상위규범임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조사처의 이 같은 입장은 해당 훈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돼 추후 국방부의 해외파병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군의 해외파병의 역사는 지난 1964년 ‘월남전’ 참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는 그해 7월23일 ‘월남공화국 지원을 위한 국군부대의 해외파견에 관한 동의안’ 및 이듬해 1월2일 ‘월남공화국 지원을 위한 국군부대의 해외추가파견에 관한 동의안’이 국회 동의를 받아 월남전에 참전했다. 

1990년도에 들어선 ‘사우디아라비아왕국에 대한 한국군의료지원단 파견동의안’(1991년 1월18일), ‘한국 공병부대의 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단 참여동의안’(1993년 4월30일), ‘한국 의료부대의 서부사하라 유엔평화유지단 파견동의안’(1994년 6월28일) 등이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았다.

이밖에도 ‘국군부대의 이라크전쟁 추가파견 동의안’(2003년 12월24일),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동의안’(2009년 12월11일), ‘국군부대의 필리핀 재해 복구 지원을 위한 파견 동의안’(2013년 11월17일) 등이 국회 동의를 얻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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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