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신도시 살아볼까

올가을 분양시장의 미니 신도시 내 ‘도시개발사업’ 신규 분양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은 도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00년 도입된 제도로, 신도시나 택지지구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설계 단계부터 주거와 문화, 상업, 녹지 등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신도시급의 우수한 주거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특징이다.

도시개발사업은 신도시 수준의 주거환경이 갖춰지는 곳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신도시와 비교하면 규제가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청약, 분양권 전매 등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수요자들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는 만큼 브랜드 건설사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편이어서 브랜드 단지가 공급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진입 장벽 
낮다 평가

체계적인 개발과 재개발 재건축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면 설계가 우수하다는 장점 때문에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지역 내 대장주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 7월 도입된 도시개발사업은 대개 민간 주도지만 사업 단계마다 지자체 인허가를 받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개발되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도시개발사업 면적이 크고 땅 모양이 반듯한 편이어서 차별화된 실내 평면을 구성하는 데 유리한 것도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장점 때문에 도시개발사업으로 입주한 아파트가 해당 지역 집값을 이끌기도 한다. 개발이 완료된 이후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주거지인 미니신도시로 거듭나며 억대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마곡지구가 있다. 허허벌판이던 이곳은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서울의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면서 수요 유입이 계속돼 집값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마곡지구 내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는 지난 8월 15억원에 거래되며, 1년 새 약 3억원가량이 올랐다.

분양시장에서는 실거주와 프리미엄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이 계속되고 있다. 5월 충남 아산시 아산탕정지구 도시개발에 공급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2차’는 1만9000여명의 청약 속에서 평균 31.43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8월 대전시에서 공급된 도안 2-5지구 도시개발사업인 ‘도안 푸르지오 디아델’은 1만2000여명의 청약 속에서 평균 30.8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도시개발사업은 다양한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설계해 조성되는 만큼 타 사업보다 미래가치가 높고, 도시정비사업보다 상품성도 우수하다”며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만큼 주요 도시개발사업 단지를 통해 내 집 마련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을 분양 ‘도시개발사업’ 눈길
규모 작지만 설계부터 체계적 구성

이어 “특히 신도시 등과 비교하면 전매제한 등의 청약 규제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어 분양시장 내 인기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올가을 분양 중이거나 예정인 주요 도시개발사업 내 단지.

▲힐스테이트 용인 역삼= 용인시청역 주변 용인 역삼지구는 주거 중심 도시화가 계획돼있는 도시개발지구다. 아파트 분양 등 개발이 이뤄지는 이곳에 현대건설 시공 예정인 ‘힐스테이트 용인 역삼’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합원을 모집한다.


지하 4층 지상 38층 5개 동 규모다. 1차 모집에 전용 84m² 540세대를 먼저 모집한다. 84m² 공급타입은 84A·84B·84C로 나뉜다. 전 세대 남동향, 남서향 등 남향 위주 배치로 대부분 채광과 환기에 유리하다. 4베이 판상형 84A 타입은 알파룸을 포함한 4룸 형태의 구조로 공간 효율성과 개방감을 살렸다. 남쪽으로 펼쳐진 넓은 숲이 단지를 감싸고 있어서 ‘숲세권 아파트’라는 점도 아파트 가치를 높이고 있다.

수억대 
프리미엄

역삼개발지구는 문화 복지 행정 타운으로서 주변에 상업 업무시설과 더불어 5000여세대 주거단지를 형성해 다양한 생활인프라를 갖춘 뉴타운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인접 역북지구와 기입주 아파트를 포함, 약 1만4800가구 주거밸트가 형성된다.

또 용인 남사 이동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예정)과 관내 반도체특화단지 등의 배후주거도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보 8분 거리 용인시청역의 에버라인과 삼가대촌고속화우회도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이 형성돼있다. GTX-A 용인역과는 차량 15분 거리다. 단지 앞에 초고교를 신설 예정이고, 삼가초는 도보권에 있다. 용신중, 초당중, 용인고, 초당고 등이 인접해 있다. 용인중앙도서관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지구 내 중심상가에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가 입점 예정으로 도보 이용이 가능하다.

▲광명 유승한내들 라포레= 경기 광명시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지구 내 ‘광명 유승한내들 라포레’가 분양한다. 광명시의 숙원사업인 구름산지구의 첫 민간분양 아파트로, 총 444가구 규모다. 타입별 가구수는 83㎡A 201가구, 83㎡B 135가구, 83㎡C 24가구, 93㎡ 84가구다.

광명에서는 보기 드문 전 가구 중대형 구성과 전 가구 4베이 평면설계를 적용한다. 실제 광명시는 최근 분양단지 대부분이 도심권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다 보니, 국평급(83~84㎡)을 포함한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희소한 지역으로 통한다.

희소성 높은 상품성과 함께 뛰어난 정주 여건도 돋보인다. 우선 도보권에는 서면초, 안서중이 자리해 어린 자녀들의 안심통학권을 확보하고 있다. 명문고인 소하고와 하안동 학원가도 가까워 우수한 교육 여건을 자랑한다. KTX 광명역이 인접하고,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의 이용이 편리하다.

주변으로는 소하IC, 제2경인고속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 등이 위치해 촘촘한 도로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강남권을 20분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구름산지구 내에서도 광명역세권과 가까운 입지로 이케아, 롯데몰, 코스트코, 이마트, 중앙대 광명병원 등 광명역세권 일대의 풍부한 생활인프라를 모두 공유할 수 있다. 주변에는 여의도공원 면적(약 23만㎡)의 약 3배 규모인 구름산 도시자연공원(약 67만㎡)이 위치해 도심 속 힐링 라이프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 삼성물산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역세권 도시개발사업지구의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을 분양한다. 3개 블록 총 254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송도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공급되는 첫 번째 대규모 아파트다. 계약금 5%,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발코니 확장 기본 제공 등을 통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였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조서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적용한 만큼 계약자들의 자금 부담이 낮다.

최고 40층 높이 아파트 19개동, 2549세대 규모의 대단지다. 먼저 3블록 1024세대(전용면적 59~101㎡)를 분양할 예정. 전용면적별로는 59㎡ 108세대, 71㎡ 378세대, 84㎡ 497세대, 95㎡ 2세대, 101㎡ 39세대로 구성된다. 남향 위주의 설계를 도입했으며, 100% 일반분양분으로 저층부터 39층까지 수요자들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선사할 예정이다.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2100만원으로, 전용면적 84㎡ 기준 6억7000만~7억2000만원 정도로 책정됐다.


우수한 
상품성

인천발 KTX와 월곶판교선 교통 호재로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지 내 첫 번째 공급 단지다. 현재 수인분당선 송도역에는 인천서 부산, 인천서 목포를 잇는 인천발 KTX가 개통될 예정이다. 여기에 판교까지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월곶판교선도 개통이 예정돼있다.

단지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가 신설될 예정이다. 단지 내 상업 시설에는 육아돌봄서비스 째깍섬을 비롯해 영재교육센터 등으로 유명한 크레버스(CREVERSE)와 협약을 체결해 유아·영어·수학 교육 등을 위한 명품 학원이 조성된다. 도보권 내에는 옥련여고가 있으며, 지역 내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송도고도 인접해 있다.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3차= 포스코이앤씨는 아산시 아산탕정지구 도시개발지구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3차’를 분양한다. 아산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 2블록에 위치하며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9개 동, 총 1163가구 규모다. 이 중 97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타입별로는 70㎡A 572가구, 70㎡B 186가구, 70㎡C 121가구, 84㎡A 112가구, 84㎡B 86가구, 84㎡C 86가구 등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된다.

건폐율은 13.29%로, 넓은 동 간 거리와 함께 다양한 조경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다. 내부 설계로는 전 가구 4베이 판상형 맞통풍 구조로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바람길 등을 고려한 넓은 통경축 확보, 남동, 남서향 위주 단지 배치로 남측에 위치한 매곡천과 곡교천 조망(일부 세대)이 가능하다. 

가구당 1.30대(아파트 1516대)의 넉넉한 주차공간도 확보했다.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세대 내 양질의 공기를 공급하는 ‘항균 황토덕트’가 적용된다. 승강기 내부에는 미세한 바이러스 및 세균을 제거하는 UV-C LED 살균 조명이 설치된다. 입주민들의 주거 편의성을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 ‘아이큐텍(AiQ TECH)’으로 조명, 난방, 가스 차단 및 환기 등을 외부서도 제어할 수 있다.


아산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에는 갈산리, 매곡리 일원 53만6900여㎡ 부지에 더샵 브랜드 3개 단지를 포함한 4300여가구 규모의 주거지가 조성된다. 학교, 녹지, 공공청사 등 입주민들을 위한 도시기반시설들이 건립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상대적 평면 설계 우수

지하철 1호선 탕정역 이용이 편리하며, 인근 천안아산역의 KTX, SRT 등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순신대로와 당진~청주고속도로(아산~천안 구간 2023년 9월 개통)도 인접해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GTX-C 연장 구간 계획에 아산시가 포함되면서 이로 인한 미래가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탕정8초교(2027년 3월 개교 예정, 가칭)와 조건부 승인된 탕정4중학교(가칭)가 가까이 있다. 탕정역 일대 학원가도 접근이 수월하다. 모다아울렛, CGV, 갤러리아 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여러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인근 곡교천, 도시개발구역 내 근린공원(예정), 용곡공원, 지산공원 등도 가깝다.

▲성성자이 레이크파크= GS건설은 천안시 성성8지구 도시개발을 통해 ‘성성자이 레이크파크’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39층, 8개동 총 1104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전 가구는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로 구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84㎡A 457가구, 84㎡B 325가구, 84㎡C 322가구다.

세대 내부 설계로는 타입별 알파룸, 현관 및 복도 팬트리, 대형 드레스룸 등 수납공간을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특히 전용 84㎡B타입의 경우는 3면 발코니 설계로 서비스 면적을 극대화해 공간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낮은 건폐율, 넓은 동간 거리를 적용해 채광 및 통풍,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전체 동에는 필로티 구조 설계가 도입돼 사생활 보호와 안정성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총 52만8140㎡ 규모(약 16만평)의 성성호수공원이 인접한 위치다. 추가로 어린이 공원(계획)도 예정돼있다. 단지 앞에는 초등학교(계획)와 호수고등학교(계획), 가람중학교(계획)도 개교 예정이다. 여기에 대기업 천안사업장 및 천안공장이 밀집한 천안 2·3·4일반산업단지, 천안유통단지 등 다수의 산업단지와 가까워 직주근접성도 뛰어나다.

번영로, 삼성대로를 통해 천안 주요 도심 접근성이 우수하다. 1번국도 및 천안IC, 경부고속도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마트 천안서북점, 코스트코 천안점 등의 대형마트가 근거리에 있다.

성성8지구는 대규모 신흥주거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천안 ‘성성호수공원’ 일대에 위치한 도시개발사업이다. 천안 성성호수공원 주변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성성지구를 비롯해 부대지구, 업성지구, 부성지구 등의 다양한 도시개발사업이 곳곳에 계획된 상태다. 이들 사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일대는 향후 약 2만가구 이상의 규모로 신흥 주거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아산역자이 퍼스트시티= GS건설은 아산시 아산신도시센트럴시티 도시개발에서 ‘천안아산역자이 퍼스트시티’도 분양한다. 구역 내 3개 블록 총 3673가구 대단지며, A1블록 797가구(전용면적 59·84·125㎡)부터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심에 자리
입지적 장점

도시개발로 조성되는 만큼 체계적 인프라 역시 시선을 끈다. 단지 인근에 유치원 예정부지, 초등학교 예정 부지가 있다. 천안아산역서 KTX·SRT를 이용할 수 있고, 광역복합환승센터(계획)가 들어서면 교통 편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부고속도로, 당진-청주고속도로(일부구간 개통) 이용도 용이하다. 삼성로를 따라 삼성 아산디스플레이시티1·2(예정)로 편리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 나노시티 온양캠퍼스, SDI 천안사업장, 탕정·천안 내 일반산업단지 등으로 출퇴근도 용이하다.

서쪽으로는 대규모 도시개발구역인 아산탕정2(예정) 개발이 예정된 만큼 신불당과 아산탕정2(예정)를 잇는 중심에 자리한 입지적 장점도 돋보인다. 향후 아산탕정2(예정) 지구 내 상업시설 등 인프라도 이용하기 용이하다. 아산탕정2(예정)와 불당지구를 잇는 연결 고가도로(예정)가 조성되면 아산탕정2지구~아산신도시센트럴시티~불당동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도시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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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