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초 모래 학폭’ 분당 주민들 뿔났다…근조화환 세례

가해 부모 시의원 국민의힘 탈당…사퇴는 아직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른바 분당 서현초교 ‘모래 학폭’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모양새다.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의 서현초교 앞에는 수십개의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레몬테라스’엔 ‘오늘 분당 서현초 앞’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는 “서현초 학폭에 대응하고자 분당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화환을 주문해서 서현초 앞에 설치한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첨부된 사진엔 “학폭 근절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가해자는 책임지고 사과하라” “정의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등 가해 학생은 물론, 가해 학생 부모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화환들이 50m가량 서현초 정문 인근 건너편 인도에 늘어서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해당 글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올바른 부모들이 많아 다행이다. 저 역시 내 아이 단속 철저히 해야겠다” “이 세상엔 그래도 따뜻한 분들이 많아 좋다. 응원한다” “오랫동안 관심 갖고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 시의원 뻔뻔하게 아직 버티던데 탈당으로 끝이 아닌 사퇴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상처받은 아이에게 위로가 됐음 좋겠다” “참된 어른 분들이 많아 눈물이 난다. 너무 조용하고 지난 서이초등학교 사건처럼 조용히 묻히진 않을까 걱정” “가해자들이 잠깐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계속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멋있네요. 동네 이미지 나빠진다고 쉬쉬하는 곳들도 있다던데…” 등 응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회원은 “당도, 교육청도, 의회도, 학교도 아무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 비단 저 아이뿐만이 아니라 나와 우리 아이도 겪을 수 있는 문제”라며 “권력을 등에 업고 시민에게 행패부리는 것들은 시의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회원도 “내 일처럼 앞에 나서 주시는 분들 대단하다. 저런 분들이 있어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바뀌는 것 같다”며 “학폭이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일이라는 걸 아이들이 알고 친구에게 더 이상 못 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분당주민들의 이번 화환 세례가 눈길을 끄는 건 단체 주문이 아닌 개개인이 사비를 들여 보냈다는 점이다.

회원 ‘두OOO’은 “개개인이 하나씩 사비로 화환을 구매해서 보낸 것으로 안다. 선한 작은 힘이 모여 보다 좋은 사회로 나아가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앞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성남 분당 소재의 한 초등학교서 학생들이 다른 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학폭)을 저질렀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학폭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인근 공원서 억지로 과자와 모래를 먹이거나 물건을 빼앗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건 신고를 접수한 성남교육지원청(이하 성남교육청)은 학폭 사실을 파악한 뒤 최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 4명 중 2명에게 서면사과 및 학교 교체 조치를 취했으며, 나머지 가해 학생 2명에겐 서면사과 및 봉사 4시간을 조치했다.

이날 해당 사실이 블라인드 및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분당 서현초 56회 모래 먹인 학폭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서현초교 6학년 학생들 다수가 1명을 집단으로 괴롭혔다. 주동자는 OOO 시의원으로 전 해당 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이었으며 내년 진학할 중학교 학부모회위원이며 주동자 언니가 다니고 있다. 피해 학생은 조손 가정서 자랐으며, 이번 일로 인해 조부는 피눈물을 흘렸다.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A 시의원은 지난 17일 “먼저 피해를 입은 학생과 가족분들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시민 여러분께도 매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간 사과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교육청의 학폭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의 상황서 공개적 사과나 어떤 입장 표명조차도 너무나 조심스럽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였다”며 “부모된 도리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책임이 크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제 아이도 이번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지난 일을 후회하며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A 시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했으나 시의원직 사퇴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튿날엔 “조손 가정의 여자 아이를 5명의 여자 아이들이 물에 얼굴 집어넣기, 돈이랑 물건 뺏기, 때리고 모래 먹이기 등으로 괴롭혀오다가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만 타학급으로 이동했다고 한다”는 글이 인근 지역 맘카페에 게재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앞서 해당 논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 지난 18일 오전부터 성남시의회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마비되기도 했다(성남시의원 자녀 ‘모래 학폭’ 탓? 시의회 홈페이지 마비).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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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