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22대 국회 개원식도 열지 못하고 있는 22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지난 26일, 친선 축구대회를 개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서 22대 국회 개원 기념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개원 기념 축구대회는 제22대 국회의원 친목 모임인 사단법인 국회의원축구연맹이 주최했으며, 여야로 편을 나눠 진행돼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문제는 22대 국회가 문을 연지 3개월을 훌쩍 넘겼지만 ‘공식 일정’과도 같은 개원식을 아직도 열지 못한 상황서도 ‘국회 개원 기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축구 경기를 함께 뛰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축구연맹의 소관은 국회사무처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의원축구연맹은 국회 사무처 소관이 아니다”라며 “어디서 운영하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의원축구연맹 감독에 따르면, 3선 중진의 송석준(국민의힘)·위성곤(민주당) 의원이 여야 간사를 맡고 있다.
현재 회장 자리는 공석이며,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회장직을 맡았던 바 있다.
의원 전원이 참석한 것도 아니고 친목 모임의 축구대회였다고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국회 문도 열지 않는 등 본업을 팽개친 채 의원들 친선을 도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정기국회 개회식과 개원식을 함께 치르자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여당과의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개회식은 22대 국회 시작을 선포하는 개념의 개원식과는 엄연히 다른 행사다. 실제로 통상 국회 개원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 연설을 하지만, 개회식은 국회 자체적으로 치러진다.
1987년 이후 가장 국회 개원식이 늦었던 때는 지난 21대 국회로 당시 7월16일에서야 열렸다. 이번 제22대 국회는 ‘지각 개원식’을 넘어 헌정사상 최초로 ‘개원식 불발’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여야는 “대통령이 축사하는 개원식 대신 통상적으로 개회식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준영(국민의힘)·박성준(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9월 정기국회와 관련된 의사일정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배 수석은 “2일 열리는 행사는 개회식으로 통상적인 정기국회 개회식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고 박 수석은 “22대 국회가 시작됐기 때문에(민주당서) 개원식을 하자고 했는데, 여당 측 여러 사정이 있어 개회식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의 ‘여러 사정’에는 최근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도중 나왔던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이 전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 의원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전 의원은 국민권익위 고위 간부의 죽음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됐다며 “김건희·윤석열이 (국장을)죽인 거예요. 살인자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결국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민이 거슬리고 불쾌하셨다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된다”고 사과했다
우 의장도 지난 21일, 국회 사랑재 기자간담회서 “9월2일에 (개원식을)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최근 나온 국회 발언이 몹시 불편하다는 생각을 여당 측에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만 갈등이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갈등이 있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통합적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불편하시더라도 개원식에 참여해서 22대 국회 출발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여야는 내달 2일 오후 2시 정기국회 개회식을 갖고 4일부터 5일까지 교섭단체대표 연설, 9일부터 12일까지 대정부질문, 26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10월7일부터 10월25일까지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국회 개원식은 지난달 5일 예정돼있었으나 ‘채상병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던 바 있다. 채상병특검법의 본회의 통과에 반발해 국민의힘이 개원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 관계자는 “야당 단독으로 개원식을 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후 여야 협의를 통해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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