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회고록’ 대신 ‘참회록’을 써라

<성공과 좌절> <대통령의 시간> <어둠을 지나 미래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의 회고록 제목이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해 6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회고록을 썼다. 회고록엔 주로 재임 기간 정치철학이나 국정 전반에 걸친 정책들이 수록돼있다.

그러나 정치 공세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 회고록이 출간되자마자 거센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회고록엔 당시 살아 있는 권력인 김대중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가 언급됐고, 노태우 대통령의 회고록엔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에게 3000억원대 대선 자금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고록엔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회사식 안하무인 태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한 내용이 수록되면서 당시 회고록 내용이 정치적 논점이 됐다.

필자는 위 6명 대통령의 회고록 중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회고록 첫 페이지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가 수록돼있고, 16쪽에도 정치를 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나의 목표는 분명히 좌절됐고, 시민으로 성공해 만회하고 싶었으나 이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기재돼있어, 참회록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참회록은 자서전의 일종으로 자신이 지난날에 저지른 과오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쓰는 고백서다. 대표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루소의 <고백록>, 톨스토이의 <참회록>이 있는데, 이를 세계 3대 참회록이라고 부른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가 40대 초반에 4년 동안 쓴 13권의 책으로, 죄 용서의 체험을 통해 우주와 역사의 지배자인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루소의 <고백록>은 루소가 노년에 썼지만, 루소가 죽은 후 두 차례에 걸쳐 출간된 12권의 책으로, 자신의 치욕적인 일과 부끄러운 일과 가장 마음이 아픈 이야기까지 수록됐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은 톨스토이가 50대 초반에 쓰기 시작해 3년에 걸쳐 쓴 책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삶의 무의미함과 덧없음을 한탄하고 신에게로 귀의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우리나라도 윤동주의 ‘참회록’(詩)이 있다. 윤동주가 24세에 썼고, 죽은 후 출간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의 참회록은 식민지 피지배 현실과 내면 세계 사이서 심각하게 괴로워하는 모습이 수록됐다.

아우구스티누스는 43세에 4년 동안 참회록을 쓴 후 30년을 더 살았고, 루소는 노년에 참회록을 쓴 후 오래 살지 못했다. 톨스토이는 52세에 3년 동안 참회록을 쓴 후 28년을 더 살았고, 윤동주는 24세에 참회록을 쓴 후 4년밖에 살지 못했다.


루소와 윤동주는 참회록을 쓴 후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에 자신이 참회로부터 얻은 바를 실천하지 못했지만, 아우구스티누스와 톨스토이는 인생 중반기 3~4년에 걸쳐 참회록을 쓴 후 30여년을 더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참회서 얻은 바를 직접 실천할 수 있었다.

물론 참회록을 쓴 이들이 참회한 바를 직접 실천하고 안 하고를 떠나 자신의 참회를 작품으로 남겨 후세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참으로 훌륭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참회만 하고 참회서 얻은 바를 일상생활서 직접 실천하지 못한다면, 이는 진정한 참회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연장선상서 국내 역대 대통령들이 참회록을 써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게 내심 안타깝다.

퇴임 후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재임 기간 중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례 등을 낱낱이 공개해 참회할 때 더 멋진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참회록다운 회고록을 썼는데 참회만 하고 참회서 얻은 가치를 몸소 실천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 대통령, 전두환씨는 회고록도 내지 않았으니 참회록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특히 전두환씨는 퇴임 후 오랫동안 회고록을 준비했지만 재산 환수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대부분 참회를 인생의 마지막 때에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참회는 참회서 얻은 바를 실천할 수 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 해야 한다.

또 참회는 일반인보다 한 국가의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 더 많이 해야 한다. 대통령의 실수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고, 사회가 혼란해지고, 국가가 위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도, 기시다 총리도, 윤석열 대통령도 참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더더욱 그렇다. 이들도 퇴임 후 회고록 대신 참회록을 써야 할 것이다. 

현재 살아 있는 국내 전직 대통령들도 이미 회고록을 썼지만, 이제 윤동주 시인이 참회록서 언급한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더 늦기 전에 참회록을 써보면 어떨까?


자신으로 인해 마음이 아팠고, 눈물을 흘렸던 자들을 위해, 그리고 국가와 국민에게 게을렀던 자신을 위해 참회할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대통령의 회고록은 공격 대상이 되지만 대통령의 참회록은 공격 대상이 안 된다. 대통령의 참회록은 국민화합과 정치화합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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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