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4파전 한동훈 고사 작전

“셋이 왕따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인기는 높은데 이렇게 외로울 수가 없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인데, 과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출마한 직후가 떠오른다. 보수의 심장의 큰 인물들은 만나주지도 않는다. 분명히 1위를 질주 중인데 너무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기댈 구석이 없다. 그를 향한 민심이 가장 뜨겁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당 안팎으로의 견제 세력이 너무도 많은 탓이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은 2박3일 일정으로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을 찾았다. 

혼자서만 
다른 노선

이번 전당대회서 영남 민심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TK 지역은 국민의힘 최다 책임당원 40%를 보유 중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비율이 기존 100%서 80%로 변경됐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대구시 달서병, 달서을, 달성군, 수성갑 지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이튿날에는 부산 지역을 찾아 국민의힘 핵심 지역 공략에 나섰다. 

부산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들 조직을 쥐고 있는 핵심 세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만 머쓱해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홍 시장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타격했던 바 있다. 그는 한 비대위원장에 대해 “국정 농단 정치 수사로 한국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망나니 칼날을 휘두른 사람”이라며 “그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막말하는 사람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억지 부리는 것은 희대의 정치 코미디”라고 맹폭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면담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무위에 그쳤다. 게다가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만남도 끝내 무산됐다. 캠프 측은 조율 과정서 일정상 변수가 생겨 다시 정하겠다고 했으나 정가에선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 지사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던 탓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에 반감을 드러낸 영남권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다수 TK 의원들은 물밑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돕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실제로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영남권 의원들이 다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진우·김형동·우재준 의원 등이 합류했다. 문제는 TK 의원들의 지원을 극대화시킬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당규가 있는 탓에 대놓고 표현하기 어렵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영남서 민심만 얻고 돌아오게 될 경우, 그다지 좋은 소득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마음(당심)인데, 다른 당권주자들은 잇따라 홍 시장과 만남을 가지며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영남권 수장들 연일 공격 개시
당권주자 후보들 일제히 맹폭

정가에선 홍 시장이 한 전 비대위원장과 만남을 거절한 이유는 자신의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로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서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 대선후보로 홍 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져왔다. 

4·10 총선 직후에도 윤 대통령과 만남을 가지며 전체적인 국정 방향 등을 논의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홍 시장이 일종의 보강재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하다. 홍 시장을 통해 강한 메시지, 화법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때리며 반 한동훈 연대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다. 


당원들에게 반한 감정을 심어줄수록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내 지지율은 흔들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반감도 늘었지만, 조직적인 당원의 표심은 한 인물로 좌지우지 되지 않기 마련이다. 

특히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당심에는 불안감이 상당수 내재돼있다. 그는 당권 출마 과정서 “채 해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노선과 차별점을 둔 셈이다. 

당시의 발언은 당내 지지자들 사이서 상당한 반발을 일으켰다. 일부 지지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칭하게도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채 해병 특검법까지 노선을 달리한 이유는 반사이익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커지는 게 그다. 자신만의 길을 만든 이유는 당내 전선을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이 아닌 친한(친 한동훈)과 반한(반 한동훈)의 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절윤’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서 친윤 세력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압박은 거셌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선언에 대해 옳지 않다며 견제했고, 총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패배한 수장임을 강조했다.

연합으로
원팀 구성?

다른 당권주자들도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앞서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결같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1등을 달리고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채 해병 특검법의 경우, 모두 반대 의견이 강하다. “다 꺼져가는 특검에 다시 불을 붙였다”(나 후보) “채 해병 특검법 수정은 위험한 발상”(원 후보) “윤 대통령과 의도적인 각 세우기”(윤 후보) 등 날을 세웠다. 이들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어깃장을 놓으면서 반발효과로 당내 세력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들 역시 영남을 찾으며 본격적으로 보수의 심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나 후보는 경남 및 부산 울산을 훑으며 박완수 경남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등과 만났다.

원 후보도 부산을 찾아 당원들의 지지세를 끌어모았다. 박 시장을 만난 자리에선 “부산을 팍팍 밀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이렇듯 대부분의 당권주자들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1등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목표는 1차 투표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과반을 저지하는 것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과반에 실패한다면 결선투표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나원(나경원-원희룡) 연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나원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 중이다. 범 친윤의 지지를 받는 두 후보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두 후보의 지지 세력은 일정 부분 겹치며 갈 길이 급한 만큼 서로를 견제하기도, 우호적으로 나서기에도 애매하다. 압도적인 1강인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딱히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탓에 연대를 통해 지지층을 하나로 규합하는 게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이냐
비윤이냐

이와 관련해 원 후보는 “어떤 길이든 시간이 많다”며 “홍준표 대구시장도 잘 협력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당 발언은 연대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반면, 나 후보는 원 후보와의 연대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연대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오직 우리 당원, 국민과 연대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둘의 연대설은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안임은 분명하다. 한 전 비대원장도 나원 연대설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물론, 연대에는 득실이 모두 존재한다.

연대를 통해 친윤, 비윤 당원을 끌어모을 수도 있지만, 친윤의 협력을 거부하는 나 후보에겐 다소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가 연판장 사태를 잊었다고 했지만, 지난 전당대회서 불출마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나원 연대설과 함께 힘을 받는 게 바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참전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의원을 무너뜨렸다. 당시 후보로 나섰던 김기현 의원은 5위에 머물렀으나, 당시 정무수석이 전면에 나서면서 급반등을 시작했다.


결국 김 의원은 대통령실을 등에 업고 과반을 넘기며 당 대표 당선을 확정지었다. 아직까지는 잠잠한 모양새지만 전당대회(오는 23일)가 점점 다가오면서 개입할 여지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이 등을 돌려버린 이상 대통령실에서는 그의 당선을 달갑게 여길 수 없다.

현재 대통령실이 물밑서 미는 후보는 원 후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개입하면 모르는 싸움
‘나·원 연대’ 최대 변수 중 하나?

한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개인기’로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작은 실수 하나, 리스크 하나에도 사방서 거센 공격이 불가피하다. 살아남으려면 친윤을 완전히 포기해야 가능하다. 당내 친윤 세력에 대한 반발도 상당수 있는 만큼 반윤 당심을 끌어모아야 한다. 

수도권서 표를 쓸어 담고, 영남서 절반 정도만 챙긴다면 1차 투표만에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자신의 능력이 당내서 통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힘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2대 총선서 그의 개인기는 완전히 먹혀들지 않았다. 

개헌 저지선인 야당 200석을 간신히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만큼은 ‘혈혈단신 장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다.

만약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잡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은 고난의 시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원 후보를 물밑 지원한다고 해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추후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국민의힘 내에서 세력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총선서 영남 지역을 싹슬이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 붕괴 시 한 전 비대위원장도 좋을 리 없으며, 검사 출신의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민심이 검사 출신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면 바로 
매장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은 혼자 가는 길을 친윤, 대통령실, 다른 당권주자들과 싸우고 있다. 여기서 승리하면 단번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게 가능해진다”면서도 “당권을 잡지 못한다면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선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선관위 “러닝메이트 괜찮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동시 출마인 ‘러닝메이트’ 방식과 의원실 보좌진 파견에 행위가 당헌·당규에 따라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권성동 의원과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보좌진 파견과 러닝메이트 제도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사실상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국토부 전 장관을 겨냥한 셈이다. 

현재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의원실 보좌진이 급파돼있다.

장동혁·진종오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당헌·당규상 선거운동은 당선되게 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위한 행위”라며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 당헌·당규상 할 수 없는 선거운동만 명시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입후보자는 선거운동이 가능한 만큼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본인 및 타 후보를 당선토록 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줄 세우기가 가속화됐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차>

<기사 속 기사>컷오프 3인방 항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소연 변호사,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컷오프시켰다.

선관위는 “후보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 및 이력을 확인해 부적격 기준 해당 여부, 국민 눈높이 등을 중심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는 측면서 당 선관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컷오프된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를 예로 들어 “나를 탈락시킨 근거가 선출 규정 제13조 제7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컷오프 제도 도입 여부 및 심사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선이 확실한 특정 후보를 지목해 경선서 하는 것은 사실상 정적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야권에 선명한 발언을 할 인사를 일부러 찍어내 탈락시켰다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선관위의 결정에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도 “김 전 최고위원의 소식은 안타깝다”며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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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