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①인천 대이작도

느리게 흘러가는 바다 위 쉼표

복작복작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서,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고르고 고른 여행지는 섬이다. 168개의 섬을 품고 있는 인천, 그중 대이작도는 한적함을 넘어 고적함이 흐른다.

육지서 먼 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비밀스러운 여행지를 만날 확률이 높다. 대이작도로 향하는 여객선은 인천항여안여객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항여객터미널서 하루 두세 차례 운항하는데, 인천서 길게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이다. 대이작도 주변 해역은 해양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돼있으며 신비로운 모래섬 풀등도 포함한다.

하루 2번 썰물 때면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풀등은 파도와 바람에 따라 매일 다른 모양과 넓이, 무늬를 만든다. 대이작도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고운 모래사장과 온갖 생물이 숨 쉬는 갯벌 해변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또 해풍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숲은 잎사귀의 색이 유난히 진하고 촘촘해 여름에 한층 푸르르다. 

비밀스러운 여행지

대이작도는 면적 약 2.57㎢, 해안선 길이 약 18㎞, 섬의 서쪽 선착장서 동쪽 끝 계남마을까지 직선 길이 약 4㎞에 이르는 작은 섬이다. 배에 따라 차량을 승선할 수 있지만, 걷는 여행을 추천한다. 섬에는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차를 이용해야 한다면 머무는 펜션 주인장의 도움을 받거나 전기차를 렌트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혹은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며 섬과 친해져 보자. 숙소는 민박과 펜션을 이용할 수 있는데, 숙소마다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갯벌·바다낚시 체험 등을 신청해 즐길 수 있다. 또 해변 가까이 위치한 호젓한 캠핑장은 백패킹 여행자들의 성지다.


선착장서 가까운, 주황색 지붕이 촘촘한 큰마을에는 민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1960년대 지어진 소담한 성당이 있고 약국이나 병원이 없는 마을에 유일하게 진료를 볼 수 있는 보건소가 자리한다. 갓 딴 블루베리를 갈아 만든 스무디를 내는 카페도 유명하다.

좁은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오를 때면 등 뒤로 바다가 잔잔히 펼쳐지는데 그 풍경이 평온하다. 섬의 중간에 위치한 장골마을은 섬 대표 해변인 작은풀안해수욕장을 곁에 둔다. 해변서 도보로 5분쯤 떨어진 숲속에 자리한 펜션들에서는 싱그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섬의 동쪽 끝, 계남마을은 빨간색 지붕의 집들이 모여 있다. 환상적인 일출을 볼 수 있는 포토존과 해변을 따라 덱이 조성돼있어 산책로로 그만이다. 고려 말에 공납품과 배를 탈취하던 바다 해적이 살았던 섬이었던 탓에 이름 붙여진 솔밭 해적길도 나 있다.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향 그윽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있으며, 근처에는 마을의 수호신인 수령 300~350년 팽나무가 마을의 정취를 더한다.

무엇보다 섬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는 4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 1코스 부아산 구름다리 갯티길은 선착장서 출발, 삼신할미약수터까지 3.5㎞에 이르는 길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부아산은 높이 약 159m로 정상까지 완만한 오솔길이라 가뿐하게 오를 수 있다.

코스의 시작, 덱으로 조성된 해변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그 끝에 오형제바위가 등장한다. 고기잡이하러 간 부모님을 기다리며 망부석이 됐다는 오형제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뾰족한 모양의 바위가 다섯 형제의 모습처럼 생겼다. 오형제바위서 부아산 정상까지는 야생화가 이따금 피어 있는 산길이다. 

오형제 전설이 전해지는 오형제바위
약수터 및 부아산 등 볼거리 가득


정상서 바라보는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의 항구가 만들어내는 하트 모양의 풍경이 절경이다. 등반을 끝낸 후, 시원한 약수 한 사발은 기운을 북돋아 줄 터. 삼신할미약수터는 고려 시대부터 병을 고치고 소원을 이뤄주며 아기를 점지해주는 효험이 있는 물로 알려져 있다. 

자그마한 섬에는 4개의 해수욕장이 있는데, 그중 작은풀안해수욕장은 대이작도를 대표하는 해변이다. 아담한 해변엔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솔숲이 적당한 그늘막이 되어 준다. 샤워장, 화장실 등의 시설도 깔끔해 캠핑장으로 손색없다.

해변 근처, 최고령 바위를 찾아가는 여정에 도전해보자. 해변 덱을 따라 걷다 보면 25억1000만년 전의 흔적인 우리나라 최고령 바위를 만난다. 큰풀안해수욕장은 대이작도서 가장 긴 해변으로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서 소라, 게, 조개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이작도를 더욱 특별한 섬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풀등이다. 광대한 모래섬을 의미하는 풀치 또는 하벌천퇴(바다 퇴적물이 오랜 시간 쌓여 조성된 모래톱)로 불리는 풀등은 동서로 약 3.6㎞ 남북으로 약 1.2㎞에 이르는 모래섬이다.

하루 2번 썰물 때 서서히 드러나며 섬 곳곳서 그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해양생태계 보고로 소중한 가치를 지니며 섬의 방파제 역할을 겸한다.

바다와 호수에 사는 대형 저서동물(늪, 하천, 호수 따위의 밑바닥서 사는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185종이 살아 숨 쉬는데, 과거에는 풀등의 물웅덩이에 갇힌 꽃게와 새우, 광어들을 손으로 주워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생물이 넘쳐났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썰물 때, 배를 타고 풀등에 도착, 20여분간 머무는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갯벌과 낚시, 풀등 투어 프로그램은 머무르는 펜션이나 마을어촌계에 문의하면 된다. 

대이작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장골마을 입구, 해양생태관으로 향해보자. 입구에는 최고령 암석 몇 개가 놓여 있고, 건물 앞으로 너른 잔디가 펼쳐져 있다. 해양생태관 1층에는 섬의 역사와 생태를 알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며, 대이작도 주민이 조개껍데기나 해양 생물로 만든 작품들도 전시돼있다.

2층에는 영화 <섬마을 선생> 일부 영상을 상영 중이다. 1960년대 대이작도 풍경과 흑백 영상이 주는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해양생태관 개관은 금~일요일 및 공휴일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해양생태관

섬의 동남쪽 끝에는 폐교인 계남분교가 자리한다. 장년층에게 젊은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영화 <섬마을 선생>(1967) 촬영지다. 영화는 이미자의 히트곡 ‘섬마을 선생님’을 영화화한 것으로 외딴 섬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계남분교는 옛 모습 그대로 방치돼있어 다소 스산하지만, 영화 촬영 표지석과 바다와 어우러진 정자, 해변 덱이 근처에 조성돼있어 산책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부아산→작은풀안해수욕장→최고령 암석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아산→작은풀안해수욕장→최고령 암석
-둘째 날 삼신할미약수터→해양생태관→계남분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옹진관광문화 https://www.ongjin.go.kr/open_content/tour/
-㈔대이작바다생태마을운영위원회 http://www.daeijakdo.kr/ 

문의 전화
-자월면사무소 032)899-3750
-옹진군청 관광문화진흥과 032) 899-2210
-㈔대이작바다생태마을운영위원회 032)851-8881

대중교통
여객선 인천-대이작도,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서 하루 3회 평일(07:50, 08:30, 15:00), 토요일(07:50, 08:30, 12:00), 일요일(07 :50, 08:30, 14:00) 운항, 1시간25분~2시간 소요. 인천-대부도, 방아머리항여객선터미널 하루 1회 평일(09:00), 하루 2회 주말(08:40, 12:50) 운항, 약 1시간40분 소요.

*문의: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http://www.icferry.or.kr/index.do 1599-5985, 가보고싶은섬(여객선예매) https://island.haewoon.co.kr/, 고려고속훼리 http://www.kefship.com/ 1577-2891, 대부해운 http://www.daebuhw.com/ 032)886-7813

자가운전
-경인고속도로 인천IC→인천항사거리→제5부두→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제3경인고속화도로 정왕IC→정왕교차로→옥구고가교→대부도입구사거리→방아머리항여객선터미널 


숙박 정보
-좋은펜션: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160번길 157, 010-6784-5561
-테라스의 아침: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159번길 42, 010-9135-1105, https://terracemorning.modoo.at/
-아라펜션: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42번길 117, 032)858-1163, https://www.arapension.co.kr/

식당 정보
-풀등이야기(회·농건어탕·백반):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 169, 010-6322-3945
-이레식당(갈치조림·꽃게탕):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70번길 3-15, 010-5343-0037
-이작회식당(해산물·회코스):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 1, 032)834-9944

주변 볼거리
자월도, 승봉도, 소이작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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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