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현장 누비는 쇄빙선' 혁신당 김재원 의원

“물속은 물고기가 잘 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국회를 이끌 300명의 국회의원이 정해졌다. 여의도에 갓 입성한 초선 의원들은 저마다의 포부를 안고 국회 문턱을 밟았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으로 등장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12개의 비례 의석을 거머쥐고 원내 제3당을 차지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여덟 번째 주자는 혁신당 김재원 의원이다.

1998년 3집 타이틀곡 ‘눈물’로 히트를 쳤던 가수 리아(Riaa)가 ‘국회의원 김재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문화예술계마저 탄압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일요시사>와 만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김 의원은 ‘쇄빙선 7호’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동안의 근황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의욕이 넘쳐 각종 조찬 세미나와 토론회, 그리고 간담회를 벌여놨던 탓이다. 봉하마을에 다녀오고 지방 행사도 숨 가쁘게 뛰었다. 최근에는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가 가동되면서 더욱 바쁘게 지내고 있다.

-대중가수서 국회의원이 됐다. 혁신당 입당 제안이 오기 전부터 정치인의 꿈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정치인으로서의 욕심이 있었다면 더불어민주당에 비례 신청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일반인으로서 또 문화예술인으로서 탄압받고 검열받는 현실을 늘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왔다. 그 끝에서 선택한 게 문화예술인 탄압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었다.


3월 초쯤 혁신당 조국 대표로부터 직접 입당 제의가 와 함께하게 됐다. 사실 비례대표 순번 투표할 때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순번을 받았고 국민에게 선택받아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정치 신인인 만큼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직종을 비롯해 각종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이 있다. 물 안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물고기의 고충이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동안 쌓아온 현장 경험을 필살기로 삼겠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 차원서 보는 것과 문제의 본질을 피부로 느끼는 건 확연히 다르다. 이 과정서 실용성 있는 법안이 나오는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국회 내의 시스템 문제라든가 법안 상정 과정 등은 아무리 길어도 3개월 안에 습득할 것이다. 앞으로 발의할 법안은 ‘생활 밀착형’으로 오히려 저에게 기대하셔도 좋을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

“가수인 나를 국민이 왜 뽑아줬겠냐”
문화예술광장서 여의도로 뚜벅뚜벅

-윤석열정부는 문화예술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정확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줄었고 간섭은 배로 늘었다. ‘윤석열차’를 기억하시나? 윤 대통령을 풍자한 학생에게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경고 조치한 사건이다.


이뿐인가? 문화예술뿐만이 아니라 언론에 대한 탄압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비판을 맞받아칠 수 있지만 특정 언론사를 순방 비행기서 제외하는 등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1970년대에 박정희정권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문화예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이나 감정에 의해 예술작품을 분석한다. 문화예술은 한 사람의 고유한 사상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지게 만든다. 이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표현의 자유’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어느 선까지 허용된다고 보는가?

▲근거 없는 비방이나 좌우에 입각한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건 지양해야 한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품격 있게 톤 앤드 매너를 지켜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무차별적인 비방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도 많다. 유튜브나 SNS가 발달하면서 자극적인 소재가 쉽고 빠르게 가공되기 때문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연구하고 있다.

-당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을 외치고 있어 중도층이 포섭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 해법이 있다면?

▲‘싸우는 국회’ ‘민생을 돌보지 않는 국회’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상병 특별법,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해 강하게 싸워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싸우는 동시에 민생의 날개를 펼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깨가 무겁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중도층 외연 확장에 진땀 빼는 혁신당
“싸우는 동시에 민생의 날개 펼쳐야”

혁신당에서는 “민생법안으로 노동법부터 챙기자”는 말이 나왔고 지난달 31일 ‘모두를 위한 노동권리 보장법’을 발의했다. 그런데 각종 특검법과 국정조사에 여론이 집중되다 보니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 혁신당은 민생법안을 충분히 발의하고 있으니 언론인과 국민 여러분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임기 4년 안에 모든 지역서 문화예술로 수익을 창출하고 또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마련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BTS 열풍은 여전하다. 문화예술은 단순히 콘텐츠가 아닌 한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외교·안보를 비롯해 국방 분야까지 영향을 주는 문화예술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싶다. 예술인이었던 나를 왜 국민이 뽑아줬겠는가, 거기에 숨겨진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면 안 된다. 국민의 눈물을 한 방울이라도 더 닦고 노동자가 100원이라도 더 벌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고민하겠다.


-끝으로 국민에게 한마디.

▲준비도 없이 국회에 들어와서 정치를 잘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여의도에 적응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반대로 말하면 국회의원 김재원은 때 묻지 않은 정치인이다. 국민이 바라는, 그리고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국회의원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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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전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노태우정권의 비자금 논란으로 번졌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해 과세해달라’고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숨겨온 노씨 일가의 ‘안방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노소영 전 나비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을 성장시켰고, 늘어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것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300억원의 출처와 성격이다. 자기 돈도 아니면서··· 노 전 관장 측은 항소심서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사이 작성한 비자금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SK 전신) 30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노 전 관장 측은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선경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지난 1991년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에 대한 사진 등도 제출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폭력적 불법 비자금’이 노 전 관장에 의해 소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계 인사는 “불법 비자금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조차 없이 자랑스럽게 노태우 비자금을 언급하는 노 전 관장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인식되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도 ‘재산이 5억’이라며 ‘그 정도면 족하다’고 먼저 얘기했던 사람이다. 실제론 임기 동안 선경에게 불법 비자금을 거둬들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으니 비판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도 같은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먼저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지난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각선 “죽은 아버지 부관참시 꼴” 지적 국민들은 “그 아버지에 그 딸” 비웃음도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정혁진 변호사도 지난달 9일 방송된 <어벤저스 전략회의>서 김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전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전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즉, SK가 국내 재계 2위까지 발돋움할 수 있던 배경에 노 전 관장 측의 큰 도움이 없어 재산분할 금액이 축소돼야 한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으나,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관장 측의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전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서 SK 측은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관장 측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은닉재산마저 들춰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조성했다가 추징된 2628억원과 별도로 부인 김 여사가 관리해 온 드러나지 않은 돈이 있다는 ‘안방 비자금’ 의혹이다. 이혼소송서 제출한 904억원의 내역이 적힌 ‘김옥숙 메모’ 외에 노 전 대통령 일가서 또 다른 자금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원장(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김 여사 명의로 출연금 147억원이 입금됐다. 김 여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현금 10억원, 2018년 예적금 12억원, 2020년 예적금 95억원, 2021년 예적금 20억원을 출연했다. 특히 아들 재헌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2020년 출연금 규모(95억원)가 두드러진다. 재헌씨는 2019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부친을 대신해 사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병세로 재헌씨가 대외 활동에 나선 시점과 자금 출연 시점이 맞물린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설립된 한중문화센터서 시작된 재단으로 동아시아국가 상호 간 전략문화 협력과 청년 교류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론 북방정책 평가사업 등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책 기념사업이 대부분인 사실상의 노씨 일가 재단에 불과하다. 또 다른 ‘안방 비자금’ 포착 김옥숙 여사 ‘돈세탁’ 의혹 법인결산 공시서 지난 2021년 기준 총 사업비용 3억5000만원 중 공익목적 사업비로 분류한 2억6000여만원의 쓰임새도 눈길을 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치적으로 평가받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과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지역 학생 장학금 등 ‘노태우 기념’ 용도로 쓰였다. 센터 자산도 대부분 김 여사의 출연금으로 이뤄졌다. 지난 2021년 기준 총 자산가액 153억원 가운데 그의 출연금(147억원)이 96%에 달한다. 재단이 지출하는 연간 사업비용은 김 여사 기부금의 이자 수준인 1~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총사업비용은 1억9000만원이고 이 중 공익목적 사업은 5000여만원이다. 2022년도에는 총 2억4700만원 중의 사업수행 비용 중 공익목적은 1억3000만원이다. 사무실 주소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물이다. 이 건물은 노 전 대통령 별세 이후 부인인 김 여사가 상속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5차례에 걸쳐 출연한 거액의 자금 출처를 두고 의혹이 나온다. 김 여사가 출처 불문의 거액과 노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 조성한 비자금을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여사는 280여억원을 미납 중이던 2010년, 모교인 경북여고에 5000만원을 기부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김 여사가 만약 비자금으로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면 정당성과 절차 모두 문제될 여지가 있다.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인 노재헌 원장과 기부자인 김 여사의 관계에는 모자지간임에도 ‘해당없음’으로 기재됐다. 뻔뻔히 꺼내다 이는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던 시절 청와대서 대기업 총수 부인이나 여성 기업인들과 수시로 면담하면서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전두환·노태우정부 비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1995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비자금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고 강창성 의원은 국회서 “김옥숙 여사 친·인척이 관리하는 것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데 이 문제까지 이번에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씨 일가는 46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3년 이를 완납했으며, 이 과정서 추징금 낼 돈이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처가인 신동방 측과도 소송전을 벌였다. 법조계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하는 과정서 돈이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장인이었던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재산 환수 소송까지 벌였던 것을 되짚어보면 재단 출연금의 출처가 더 석연치 않다”며 “연간 사업비가 2억~3억원 수준인 재단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한 것 자체가 출처가 불명확한 자금을 편법 증여해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해당없음’이라고 적시한 것을 두고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남 노재헌에 흘러간 수백억원? 정치권 “철저히 조사해 환수해야” 노씨 일가의 은닉재산 논란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국회서도 잇따른다. 국세청은 상속세 등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재위 전체회의서 노 전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는 내용의 탈세 제보서를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과정서 김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가 증거로 인용됐다는 점을 토대로 비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 의원은 “김 여사의 메모에 기록된 904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은 노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은닉하다가 가족들에게 사전 증여했거나, 사망 후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이혼소송서 쟁점이 된 300억원은 그 일부로, 상속세 부과 제척 기간이 남아 있어 과세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혼소송서 드러난 300억원뿐 아니라 메모 속 기록된 채권, 금고 등에 숨겨둔 904억원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서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여사가 만약 부정 축적한 ‘안방 비자금’을 숨겨왔다가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한 것이라면 과세 여부 문제를 넘어 법적 정당성과 안정성 측면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을 포함해 ‘1조3803억원과 20억원을 노 전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법무법인 평안 이상원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노태우정권서 황태자로 불렸고 노태우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의 이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히든카드가 국회 이슈로 박 전 장관은 노태우정권 당시 정무 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냈다. 이상원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노 전 관장이 불법 비자금임을 알면서도 당당히 300억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