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시대’ 영풍제지 무슨 일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04 14:03:51
  • 호수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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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에 추락사고까지
도마에 오른 방만 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날 영풍제지 평택공장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같은 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진 사망사고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침울한 분위기는 본사도 마찬가지. 비슷한 시기에 영풍제지는 주가조작 사건에 휩싸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연말연시 속 영풍제지는 말 그대로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24일 오전 3시50분께 평택시 진위면의 영풍제지 공장서 60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A씨가 기계 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A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50분쯤 종잇조각을 모아 재가공하는 기계 위에 배관 연결 작업을 하던 중 2.12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오전 4시53분께 사망했다.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

고용부는 영풍제지가 중대재해법을 위반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영풍제지 평택공장은 상시노동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해당 공장에선 지난해 10월14일에도 40대 노동자 B씨가 재생용지를 감는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풍제지는 노동자 사망사고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가족이 B씨의 사망 소식을 들었던 것은 사고 발생 몇 시간 뒤 병원을 통해서였다. 


‘외상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의료진의 말을 처음 접한 B씨의 어머니는 ‘심정지’라는 단어만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불과 석 달 전 40대 중반 나이에 건강했던 B씨는 영풍제지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다며 기뻐했기 때문이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가족은 B씨가 사망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영풍제지 측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는 물론, 사고 원인조차 듣지 못했다. 사망 당일 사고지점을 직접 찾은 유가족은 생전에 B씨가 헬멧 등 기본 보호구를 착용한 정황도 없었고, 위험을 대비한 멈춤 장치의 작동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B씨 동생 C씨는 “멈춤 장치 작동은커녕 위험 지역 진입을 막는 노란색 철제 안전펜스도 먼지만 잔뜩 껴 있어 작동 여부가 의심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구석 뿐”이라며 “사측은 어떤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경찰 수사 및 부검 결과만 바라보고 회사는 사과 없이 기다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최소한의 추모 공간 마련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에 추모 공간을 5일 정도 마련해 망자를 기리고, 진상규명에 대한 연대 목소리를 모으자는 게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영풍제지 측은 “유가족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인 영풍제지는 침울한 연말을 맞이했다. 영풍제지는 골판지와 지관원지를 제작하는 상장사로 지난 8월 당시 주가가 10개월 만에 700% 넘게 급상승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2023년 4월, 영풍제지의 주식이 무상증자한 후부터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영풍제지 측에서도 “뚜렷한 주가 상승 배경은 없다” “기업 가치가 과열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주가 상승에 의문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은 2차 전지 관련주에 쏠렸던 때라 당시만 해도 영풍제지가 2차 전지에 조금 관련이 있고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강해 주가가 올라간 것으로 봤다. 

안전모 등 기본 장비 없었다
분노한 유가족 “원인도 몰라”

일각에서는 영풍제지를 인수한 대양금속이 주가조작의 배후라고 해석했다. 앞서 스테인리스 제조기업 대양금속은 2022년 11월 사업다각화를 내세우며 영풍제지를 인수했다. 대양금속이 품은 영풍제지는 돌연 지난해 3월, 주주총회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전자부품제조, 무인항공기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 등 16가지와 더불어 2차 전지 사업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최근엔 사용 후 배터리 시험인증업체 ‘시스피아’를 인수한다고 나섰다. 영풍제지는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는데, 1년 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엔 호주의 한 업체와 함께 2차 전지, 전자폐기물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영풍제지는 이 업체가 광물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배터리 산업의 전반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제지의 2022년 매출액은 1054억원, 영업이익은 78억원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2023년 초 주가는 6000원선에서 4만원대로 치솟았다. 대양금속에 인수되기 전 2500억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1조5000억원을 넘겼다. 

영풍제지의 주가 상승은 그해 9월까지 계속됐다. 무상증자 이후의 주가가 1만3990원이었는데 같은 달 8일 주가는 5만4200원으로 약 4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2차전지가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했다. 내부에 전문가는 아직 없는데,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생산시설은 가장 빨리 갖출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며 사업 성과가 언제 날지는 변수가 많아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18일 영풍제지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은 주가조작을 의심했다. 전날에는 약 5만원에 달했던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약 3만원대로 내려앉았으니 의심받을 만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금융감독원 등은 수개월전부터 이미 영풍제지 주식을 모니터링해왔다고 한다. 영풍제지의 주가가 급하락하기 하루 전인 10월17일 검찰은 영풍제지 주가 시세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 4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영풍제지의 주가가 급하락한 이유는, 전날 체포된 주범들이 영풍제지 주식을 모조리 매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10월20일 영풍제지 주식을 거래 정지시켰으며 앞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4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구속 심사했다. 이어 사흘 뒤인 23일, 검찰은 영풍제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다음 날에는 영풍제지의 최대주주인 대양금속, 대양홀딩스컴퍼니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여파는 키움증권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당시 피의자들이 주가조작에 활용한 주식계좌가 키움증권에 다수 분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영풍제지 미수금 거래를 차단하지 못하고 4943억원의 미수금을 발생시킨 키움증권의 주가는 이날 23.93% 폭락했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모씨와 이모씨 등은 소수 계좌서 시세조종 주문을 집중할 경우 범행이 드러날 수 있다고 판단, 100여개에 달하는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피의자들은 이 계좌를 활용하면서 미수거래를 통한 레버리지를 이용했다. 

3일 뒤인 26일, 한국거래소는 영풍제지에 대해 거래를 재개했다. 주가는 여전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11월2일까지 연속으로 하한가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간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5만원대였던 주가가 순식간에 4000원대로 떨어졌다.

하락세는 다음날부터 멈췄다. 장 초반에는 약간의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전일 종가 4010원보다 5.24% 상승한 42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1월3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주가조작 일당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2023년 초부터 영풍제지 주식을 무려 약 3600만주가량 사들여 주가를 조작하고 약 2800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과는
없었다

지난해 영풍제지가 무상증자한 직후 주가로 약 3600만주를 계산해보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에 약 5000억원이라는 금액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피의자들은 ‘라덕연 사태’와 마찬가지로 다수 계좌를 동원해 매일 조금씩 시세를 상승시키는 방법을 썼다. 11개월 동안 주가를 무려 12배 이상 끌어올렸으나 금융당국의 데이터 분석과 자금 추적에 결국 꼬리를 밟힌 것이다.

라덕연 사태는 투자동호회 등을 통해 동원된 다수의 계좌를 이용, 거래량이 적은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해 주가가 급락한 사건이다.

영풍제지 주가 역시 라덕연 사태 종목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특별한 호재성 공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매일 서서히 오르며 2022년 11월부터 12배 이상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SG 사태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다가 나온 게 영풍제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조사 착수 후 한 달여간 영풍제지 관련 약 1년간의 매매데이터를 분석하고, 혐의 계좌 등을 거쳐간 자금 원천에 대한 추적을 펼쳤다. 이후 강제수사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 지난 9월 증권선물위원장의 패스트트랙(긴급조치) 결정을 통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남부지검은 시세조종이 현재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곧바로 수사에 돌입한 뒤 피의자 4명을 체포했다.

영풍제지의 거품은 실적을 통해 드러났다. 2023년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이 629억원에 그치며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23.3%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9억2000여만원의 누적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연간 적자전환이 우려된다.

회장 아들도 포기한 회사 
35세 연하 사모님 재조명 

이에 따라 영풍제지를 이끌고 있는 조상종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대양금속 대표이기도 한 그는 영풍제지를 인수한 시점부터 영풍제지 대표도 겸직해오고 있다. 특히, 조 대표 역시 주가조작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대양금속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로 추정되고 있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대재해 발생으로 법적 책임을 마주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처벌 대상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다. 따라서 잇따른 사망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로 이어질 경우 영풍제지 단독 대표이사인 조 대표가 그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영풍제지의 오너 리스크는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영풍제지의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이무진 회장은 2013년 1월3일 노미정 부회장을 최대주주로 변경했다.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2년 말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 51.28%(113만8452주) 전부를 노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증여가격은 주당 1만6800원으로 총 금액이 대략 191억원이다. 이에 따라 노 부회장은 영풍제지의 지분율이 기존 4.36%에서 55.64%(123만 5182주)로 크게 늘어나며 단독 최대주주가 됐다.

더욱 화제가 됐던 건 1969년생인 노 부회장은 1934년생인 이 회장과 2008년 재혼한, 서른다섯 살 연하의 아내라는 점이다. 노 부회장은 2012년 초 영풍제지의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후 그해 8월 처음으로 회사 주식을 시장서 사들였고, 12월에 남편인 이 회장 보유 주식 전량을 증여받았다. 

영풍제지를 40년간 이끌어온 이 회장이 하루아침에 딸뻘인 아내에게 최대주주 자리와 사실상의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경영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이 회장에게는 전 부인과의 사이서 낳은 장성한 두 아들이 있었다. 

장남 이택섭씨도 경영에 참여한 바 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씨는 2002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권 승계 과정을 밟아 나갔다. 한경대학교를 졸업하고 영풍제지에 입사한 이씨는 경영 전면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업과 DMB 관련 회사를 자회사로 영입하면서 회사 재정에 손실을 입혔다.

이씨는 2009년 대표이사 임기 만료와 함께 그 전까지 보유했던 지분 2.71%도 모두 정리한 채 회사를 떠났다. 이어 차남 이택노(53)씨가 형이 회사를 떠난 2009년, 임기 3년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후 2012년 초까지 활동했으나 재임도 못한 채 임원직서 물러났다.

현대판 
신데렐라

그렇게 두 아들이 거쳐간 빈자리를 노 부회장이 앉았으나,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업계에선 노 부회장을 두고 “전처와의 사이서 태어난 두 아들을 물리치고 경영권을 물려받은 ‘현대판 신데렐라’”라고 평가했다.

한편, 영풍제지가 중대재해 처벌 위기에 놓인 이유는 방만 경영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40대 노동자의 유가족 측은 “영풍제지가 사고 발생 직후인 10월18일 ‘주가조작 의혹’을 수습하느라 사망 책임을 뒷전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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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