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JMS 신앙 생활을 끝낸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완전히 탈출하기까진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무섭고 지독한 곳이다. 혹시 지인이 이단에 빠졌다면 하나님께 기도하라.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지형은 목사)가 지난 3월2일 발표한 ‘제5차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중 이단 신자 비율이 최소 6%서 최대 12%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10명 중 1명이 이단 신도라는 얘기다.
이단 신도
지난 1~2월 만 19세 이상 전국 개신교인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당신이 출석하는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서 주장하는 소위 이단에 속한 교회냐”는 질문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5.8%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전체 교회 출석자 약 545만명을 기준으로 환산해 이단 교회에 다니는 신자는 최소 34만명, 최대 66만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개신교 내 이단 신도 비율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증감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단 교회를 다니더라도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대에 5년 동안을 JMS 교회서 보냈다는 A씨도 마찬가지다. A씨는 학교 선배인 누나를 통해 JMS 교회에 전도됐다. 처음 교회를 찾았을 때 정명석 JMS 교주는 중국에 있었다. 해외도피 중이었는데, 교회에선 이런 사실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뉴스를 보면 안 된다고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A씨는 “당시 교회에서는 신도끼리 똘똘 뭉쳤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깊게 세뇌당한 것”이라며 “밖에서 아무리 안 좋은 소리로 떠들어도 듣지 않았다. 사탄의 공격이라고 생각했고 더 하나님을 붙잡았다. 안 좋은 상황을 이기기 위해 신앙이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종교에 빠진 사람은 결코 타인에 의해 나올 수 없다. 문제는 스스로 나와야 하는데, 내 의지로 믿은 하나님이기 때문에 다시 내 의지로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뉴스를 시청했다. 뉴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이때부터 자세한 내용을 찾아봤다. 다니고 있던 교회를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A씨는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시기였다.
물론 마음먹었다고 바로 교회를 나올 수는 없었다. 그는 함께 교회를 다니던 동생과 살고 있었다. 대학교 때문에 자취하던 대학생 교인은 대부분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 사람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던 것도 아니었다.
자취하는 대학생 교인은 무조건 교회 근처로 이사를 오도록 유도했다. 교회 근처로 이사를 오면 그때부터 교회 목사는 수시로 집으로 찾아왔고, 새벽에는 새벽기도를 하자고 깨우기도 했다.
A씨 같이 살던 동생과 목사의 눈을 피해 기말고사 때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평상시에는 새벽, 수요일, 일요일까지 예배를 위해 교회에 갔지만, 시험기간은 예외였다. 도서관서 밤샘 공부한다고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병원, 학교 강의실까지 미행
“길거리서 말 걸면 무조건 의심해야”
그는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교회를 자주 빠졌고, 기말고사가 종료일이 12월18일이었지만 19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기말고사 시험을 마친 A씨는 미리 챙겨놓은 짐을 들고 부모님 집이 있는 광주로 도망치듯이 나왔다.
A씨는 “교회 사람들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관계가 나빠서 교회를 안 나간 것도 아니다”며 “그런데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 교회에 있으면서 배운 점은 많다. 다단계, 사이비 사기에 굉장히 민감해졌다. 지금은 가족 외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가 다니던 학교와 부모님 집은 거리가 먼 데다, 다행히 교회 사람들은 주소를 몰랐다. A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SNS 접속은 물론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핸드폰을 켠 A씨는 깜짝 놀랐는데, 미확인 전화 및 문자 메시지들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음성 메시지까지 가득 차 있었다.
부모님 집으로 도망치는 것은 방학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학교로 간 A씨는 교회 사람들의 눈에 쉽게 포착됐다.
과거 A씨를 관리했던 전도사 누나는 A씨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학교 도서관 앞에 진을 치고 있거나, 강의실을 찾아 A씨 친구를 통해 편지를 주고 가기도 했다. 친구들은 A씨에게 언제 여자친구를 만들었냐며 놀랐을 정도였다.
한 번은 A씨가 배가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입원이 필요했다. 학교 대학병원서 몇 가지 검사받느라 이틀 정도 입원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교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알고 보니 A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소름이 돋고 무척 놀랐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A씨 간병을 위해 병원을 찾은 모친은 손님으로 생각하고 인사했지만, A씨는 교회 사람들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했다.
A씨 모친은 쌀쌀맞은 아들의 태도에 깜짝 놀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A씨 모친이 “너가 그렇게 냉정하고 독한 모습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 학기가 끝나고 A씨는 1년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이제 그들과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여전히 학교 도서관 입구에는 전도사 누나가 있었다. 이때부터 A씨는 무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전도사 누나를 직접 만나 “앞으로 교회를 나가지 않을 것이고 교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다” 등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전도사 누나에게도 제대로 알아보고 그곳에 있으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때부터 누나는 A씨를 쫓아다니지 않았다.
투명인간
A씨는 “내가 JMS를 나온 것은 내 인생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위서 도움을 구하기 어렵기에 사이비 종교는 항상 위험하다”며 “길거리서 문화활동을 한다고 말 건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대부분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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