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여의도 뒤흔들 민주당 공천 살생부

잔가지 쳐낼 칼춤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총선을 앞둔 이맘때 즈음이면 ‘공천 살생부’가 구설처럼 떠돌기 마련이다. 이는 정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진위와 상관없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때마침 더불어민주당이 공천룰을 일부 수정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방해되는 잔가지를 쳐내기 위한 무자비한 칼춤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총선 경선서 현역 의원에게 주어진 페널티를 강화하고, 전당대회 때 대의원 비중을 낮추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 요구해온 사안이었던 만큼 친명(친 이재명) 세력이 강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의 입김이 들어간 ‘비명(비 이재명)계 찍어내기’ 꼼수라는 지적이다.

지도부
데스노트

이날 통과한 안건은 당헌 제100조와 제25조 개정안이다. 현역 의원 하위 10%에 관한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기존 20%서 30%로 상향하고,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이 행사하는 표의 반영 비율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당 최고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이 같은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두 안건은 당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지난 7일 치러진 중앙위 투표 결과 최종 확정됐다.

이날 이 대표는 투표에 앞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에 많이 반영되는 민주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당헌 개정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 평가와 관련해서도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공천 시스템에 약간 변화를 줘서 혁신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의원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이번 개정안은 특정 세력을 솎아내기 위한 ‘장치’라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특히 하위 10%를 가려내기 위한 평가 과정이 일부 불투명하다는 점에 공통된 의견을 모았다. 현역 의원 평가 지표에 따르면 평가점수는 총 1000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의정활동(380점) ▲지역활동(270점) ▲기여활동(250점) ▲공약이행활동(100점)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 대부분은 ▲대표발의 법안 수 ▲본회의·상임위 출석률 ▲공약이행도 등 측정 가능한 부분이지만 가장 배점이 높은 의정활동(380점)은 정성 평가로 진행된다. 특정인의 주관적 견해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만큼 불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개정이 당헌 위반이라 할지라도 이 대표 체제는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고, 결국 성사되게 할 것”이라며 “하위 10%에 찍히는 순간 살생부처럼 이름이 나도는 건 시간문제다. 거기에 이름을 올리는 건 결국 민주당의 누구겠느냐”고 소리 높였다.

총선 앞두고 공천룰 ‘만지작’
마침내 다가오는 복수의 시간?

이날 표결에 앞서 진행된 중앙위 자유토론서 ‘원칙과 상식’ 소속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독일의 ‘나치’ 정당을 언급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포퓰리즘과 정치권력이 일치될 때 독재권력이 된다”며 “이재명 대표가 말하는 국민 눈높이라는 게, 그 국민이 과연 누구인지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투표 전날인 지난 6일, 민주당 중앙위원들에게 서한을 발송해 부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집행부가 편의주의적 태도로 당헌을 누더기로 만들고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는 내용이므로 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선출직공직자평가위가 구성돼 현역 의원에 대한 각종 평가가 진행됐고, 당원과 지역주민 대상 여론조사도 진행되고 있다”며 “경기 도중에 규칙을 바꾸거나 시험 도중 배점을 바꾸는 일은 부정시비를 스스로 일으키는 불공정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4일부터 국회의원 평가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시스템 공천은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지도부 등이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공천심사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당헌당규에 담아 제도화한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바꾸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총선기획단은 민주당의 혁신을 위한 선택이라며 진압에 나섰다. 총선기획단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일부 의원님들께서 우려하시는 지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성 평가에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우려가 있는지 총선기획단 회의를 통해 확인해봤다”며 “평가위원회는 우리 당과 상관이 없는, 제3자의 독립 기구로 운영되기 때문에 당내 의원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얼룩진
과거사

다만 “주관적으로 ‘찍어내기’ 우려에 관해서는 아예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시스템상 특정 의원만 솎아낼 매우 가능성은 낮다고 시사했다. 공정성과 관련한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된다면 당 차원서 투명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 역시 입을 모아 숙청 시나리오에 발 빠르게 선을 그었다. 이들은 당의 균열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 당무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당무감사는 현역 의원 평가(1000점) 중 80점에 불과하지만 현역의 지역구 관리 현황을 서열화할 수 있는 민감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국민의힘이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예고된 대대적인 물갈이로 인해 혼란에 빠졌던 만큼 민주당은 당내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내 균열을 무릅쓰고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서 공천룰을 변경했다. 그 의중을 두고 비명계의 쓴소리가 이어졌지만 일각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해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전에 이 대표가 자신의 세력을 탄탄히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대표의 구심점이 약하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친낙(친 이낙연), 친문(친 문재인), 친명(친 이재명) 등으로 민주당의 세가 나뉜다면 당내 혼란은 불가피하다. 만일 뜻을 달리하는 이들이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할 경우 표가 분산되는 것 역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있어 걸림돌이 되는 세력은 뽑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르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친문·친낙 세력이 가시방석에 앉았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성향이 짙거나 주요 직을 맡았던 의원이라면 더욱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깊어진
갈등 골

‘팬덤 정치’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특정 세력의 국회의원이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계기도 여러 가지다. 개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 리스트’나 ‘공천 자객’이 가능한 지역구 지도는 두고두고 온라인서 회자된다.

일부는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을 색출한 뒤 반란군으로 낙인찍기도 했다.


이들이 수박으로 칭하는 부류는 대부분 친낙계지만, 간혹 친문계 의원이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강성 친명계가 두 인물과 대립하는 이유는 그들이 과거 이 대표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분노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서 당시 이재명 후보는 같은 당 문재인 후보의 강성 지지자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1위 후보이자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그를 향해 날을 겨누자 친문의 반감을 산 것이다.

이 후보는 토론회 등에서 문 후보를 향해 “기득권자들과 재벌의 사외이사 등이 문 후보 주변에 대규모로 몰린다” “기득권 대연정이다”라고 말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를 두고 친문 진영에서는 ‘수위를 넘은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하루빨리 이 후보를 탈당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런 와중에도 이 후보는 “경찰이 진실 대신 권력을 택했다”며 끝까지 각을 세웠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되돌아보니 정말 싸가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며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측의 감정도 다소 누그러진 듯했다.

이, 친문·친낙 누르고 세력 구축
이미 블랙리스트 작성? 재선 비상

하지만 이들의 악감정은 20대 대선서 이 후보가 고배를 마시고 지방선거서 참패를 겪으면서 되풀이됐다. “문재인이 이재명을 도와주지 않아 패배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친명계 의원은 패배의 원인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조국 사태, 부동산 문제 등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이 대표의 실책이 없진 않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는 현 정부(당시 문정부)에 평가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친문계 의원은 “결국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문제”라며 ‘이재명 책임론’으로 맞불을 놨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웃돌았던 만큼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와 그의 아내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계기 역시 비슷하다. 지난 20대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때 이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들기 위해 친낙계가 의도적으로 대장동 사건을 흘렸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사건의 발단은 대장동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증언으로 시작됐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민주당 윤영찬 의원에게 관련 자료를 넘겨줬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다.

대표적인 친낙계로 꼽히는 윤 의원은 “남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극구 부인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 지지자들은 “대장동 의혹을 최초 제기한 쪽이 친낙계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개딸은 ‘이재명 명예 살인을 사주했다’ ‘이재명을 친 건 이낙연’ 등의 포스터를 만들어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 9월, 이 전 대표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당시 민주당 커뮤니티가 그를 향한 혐오 발언으로 도배됐던 만큼 두 집단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인 모양새다.

과거의 혈투를 짚어가다 보면 이번 공천 작업은 이 대표의 설욕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비명계 의원은 “아무리 당에서 친낙·친문 세력과 화합한다고 말해도 결국 다 잘라낼 것”이라며 자신과 같이 ‘반이재명파’로 꼽히는 이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상된
시나리오

현역 의원 중 하위 10%에 포함되면 사실상 컷오프나 마찬가지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 대표와 결을 달리한다는 이유만으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도부는 당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만큼 정당성이 보장된다고 팽배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는 여의도를 구성하는 퍼즐 조각이 해체되고 다시 끼워 맞춰지길 반복한다. 컷오프 대상자가 추려지는 다음 해 1월을 기점으로 정치권 지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낙회동 시즌2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두 번째 ‘명낙 회동’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이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 등을 시사하며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자 지도부가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사진 한 장 찍고 단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면 (만날)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난 7월에 성사된 회동 역시 약 한 달 진통을 거친 만큼 이번에도 양측의 기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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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