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떠난 이상민 마지막 쓴소리

“민주당 이젠 개딸당” 마침내 헤어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의 입지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비주류 의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곳곳서 터져나온다. 지난 3일, 민주당 이상민 전 의원이 탈당의 시작점을 끊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이 전 의원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민 전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도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만남을 가졌지만 “어떤 선택이든 열려 있다”는 모호한 답변만 냈다. 마침내 ‘유쾌한 결별’을 시사한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후회 없는 마지막 쓴소리를 내뱉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12월 초 거취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이유는?

▲당내서 뜻을 같이 모아온 의원이 몇 명 있다. 지금은 소위 ‘원칙과 상식’이라고 하는데 모임의 구성원들과 결이 다르고 의견 차이도 있었다. 더는 당내서 민주주의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논의가 늦어질수록 ‘공천 흥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서 빨리 입장을 정리하고 싶었다.

반면 다른 의원들은 당에 남는 쪽으로 기울었다. 사실 11월에라도 결정하려 했는데 예산국회 등 여러 모로 어수선해서 이 시기를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민주당과 결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내가 속한 당이 1당이 돼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민주당이 잘되라고 그렇게 쓴소리를 했는데, 이제 그 꿈을 접은 거다. 다른 곳에서 그 꿈을 펼치려고 한다. 더는 내가 설 자리가 없다고 판단해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노골적으로 부결을 호소한 적이 있다. 이전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는데 약속을 뒤집은 셈이다.

이후 영장이 기각되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압승하면서 기세등등해졌다. 나 같은 사람이 당을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계속 민주당에 있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에게 점령당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은 더 이상 민주당이 아니다. ‘이재명 사당’이고 ‘개딸당’이다. 당의 모든 게 이 대표를 방어하기 위해 돌아간다. 정당이라는 건 당원의 당비만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꾸려가는 공조직인데 특정인의 비리를 보호하고 감싸는 데 급급하다.

-민주당서 5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떠나는 데 아쉬움은 없나?

▲물론 아쉽고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2004년 열린우리당으로 시작했다. 그때 슬로건이 ‘깨끗한 정치, 골고루 잘 사는 나라’였다. 그 슬로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설렌다. 그런데 오죽하면 더는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겠는가?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보다 빨리 나가서 정치인으로서의 목적을 이루는 게 낫다고 본다. 내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고, 상대방도 그럴 것이다. 더는 경력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연락은 없었는지?

▲없다. 물론 연락이 없다고 해서 특별히 섭섭하지는 않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당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있어 결과가 어떻든 당내 구성원들을 추스르고 또 통합적으로 끌고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인색하다.


-과거의 민주당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어느 점이 가장 아쉬운가?

▲그때 당시에는 실험정신이 강했다. 치열하기도 했고 또 초선 의원은 부조리나 불의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한국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정당이라는 것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다. 당명도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라는 것은 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차이가 있어도 어울릴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민주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다른 의견을 허용치 않고 그저 ‘일색’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초선 의원에게 아쉬움이 많다. 이견을 제시하는 과정서 자기 검열을 많이 한다.

탈당 도발에도 이 묵묵부답
“미련 없다” 다음 행보 주목

아무래도 당 대표를 맹종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표 때도 똑같았다. 지금은 정도가 더 심해졌을 뿐이다. 맹종 이후에는 성역화, 다음에는 신격화가 된다. 당의 역동성이나 도덕성이 뚝 떨어지는 이유다. 당이 둔감해졌다.

-어떤 방면서 당이 둔감하다고 느꼈나?

▲도덕적 둔감성이다. ‘2021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대표적인 예시다. 돈봉투가 오고 간 것이 사실이다시피 하는데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없다. 우기고 버티고 “식사비다” “검찰 탄압이다”라는 말로 치부해 버린다. 검찰 탄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모든 게 정당화된다. 그런 도덕적 감수성이 둔감해진 것을 볼 때면 퇴행했다고 느껴진다.

-이전부터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란 이야기가 기정사실로 돌았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나를 좋게 생각하는 분들은 덕담도 해줬다. 당시에는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받아줄 곳도 없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쪽에서 “이쪽으로 와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따뜻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그쪽에서도 ‘쓴소리 담당’을 맡게 될까?

▲쓴소리를 하는 게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처음부터 내 민의만 표출하면 또다시 갈등이 생긴다. 만일 쓴소리를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완급 조절을 해야 한다. 그쪽은 그쪽 나름의 문화와 분위기가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잘 배치해야 한다.

-민주당에 오랜 기간 머물렀던 만큼 국민의힘 의원과 섞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국민의힘 의원이 우주나 화성서 온 사람도 아니고, 민주당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이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완전 보수’ ‘완전 진보’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어쩌면 행태나 방식은 똑같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민주당의 일색, 맹종은 국민의힘 내부에도 존재한다. 그쪽도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면 ‘깨갱’하지 않는가?

-지난 9월 ‘유쾌한 결별’ 발언으로 상당한 이목을 끌었다. 왜 유쾌하다고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다.

▲가수 에일리가 부른 ‘보여줄게’ 노래서 영감을 얻었다. 떠나는 상대방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고 오히려 새로워진 자신을 보여준다는 점이 너무 통쾌했다. 상황을 회피할 수도 있지만 가사를 보면 꺾이지 않고 상대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유쾌한 결별을 하자”가 아니라 “유쾌한 결별을 할 각오로 선을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지도부에서는 이 발언을 분당으로 받아들였는지 오히려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이 대표가 나에게 ‘엄중 경고’를 했다. 경고는 받아봤는데 엄중 경고는 또 처음이다.

-신당을 창당할 계획은 없었는지?

▲하고 싶은 마음은 꿀뚝 같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세가 부족하다. 인적 네트워크도 필요하고 자금력도 있어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혼자 하려니 준비가 안 됐다. 진행형이지만 충청권을 기반으로 도전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번 시도는 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용기와 패기가 솟구치지는 않는다.


-본격적으로 정치 현안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상민 의원의 정치관은 무엇인가?

▲경험치에 근거해서 대답하자면 세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다. 공천이나 정치생명 연장에 굽히지 않고 주저 없이 민의를 대변하는 게 기본이다. 둘째는 상충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이다. 부딪히는 걸 조정해내고 지혜를 모아서 조금씩 풀어가는 것이다.

새 보금자리 찾아 떠나는 이유는…
“정치 인생 최종 목표는 국회의장”

셋째는 앞서 말한 두 가지가 축적돼야 한다. 기반이 쌓이면 유권자한테 ‘오늘이 고돼도 나아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지금의 정치는 거짓말이 많다. “내가 정치인이 되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식이다.

-21대 국회는 유독 혐오로 얼룩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끝없는 진영 논리와 이념 싸움에 피로감을 느낀 국민도 적지 않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상대방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당의 강성 지지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상대를 얼마나 적대적으로 대하고 상처 입히는지가 평가의 지표가 된다. 반대편을 악마화하고 같은 말이라도 험한 단어를 쓰는 일이 일반화됐다. 양쪽 모두 그런 현상을 보이는데 특히 민주당은 그게 심하다.

개딸이 박수를 쳐주면 보상이 있고 그게 악순환으로 번지게 된다. 그들의 지지를 받을수록 당의 최고위원이 되고 당 대표도 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대선후보도 노려볼만하고 후원금도 많이 들어온다. 만일 이런 보상이 없었다면 상대방한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덤비는 일은 없을 거다.

-현재 민생과 관련해 관심 있게 보는 법안이 있다면?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인재를 육성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끈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발의한 법안 중에 ‘사회적 특별연대세법’이 있다. 코로나19로 이득을 본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고 이를 청년을 위한 생활자금이나 학자금, 또는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세금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근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섬세함 없이 막무가내로 진행하다 보니 불거진 문제라고 본다. 연구비의 배정이나 지원에 있어서 분명히 잘못 쓰이는 부분이 있다는 건 다 공감한다. 이런 부분을 핀셋으로 골라서 고쳐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총액을 삭감해버렸다.

연구위원 재정은 회계연도가 1년씩이지만 연구비는 3년 또는 5년이다. 도중에 연구비를 잘라버리면 인건비가 필요한 포스트닥터나 대학원생이 완전히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연구비를 사용한 사람을 불법 카르텔로 규정하는 것 역시 이들에게 있어 굉장히 자존심 긁히는 일이다.

-정치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

▲국회의장이 돼서 국회 개혁을 이루고 싶다. 의원들의 특권 폐지와 민심에 부합하는 유능하고 효율적인 국회를 꾸리는 것이다. 의회 수장으로서 집행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대칭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견제와 협업을 동시에 이뤄나가고 싶다.

두 번째는 의원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개별적인 지식을 얻는 것에 불과하고 어학도 부족하다. 매번 한미동맹을 강조하지만 미국 의원과의 네트워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국회가 아쉽게 느껴진다.

각 나라에 특화된 정치인 육성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쌓기 위한 토대와 기초를 만들고 싶다.

-끝으로 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민의를 대변하고 더 나은 사회 조건을 개선하는, 그래서 이상민이 하는 일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하겠지만 노력해왔다. 내년 총선서 지역구인 대전유성을에 출마할 계획이다. 지금은 첨단 과학기술이 좌지우지하는 시대인데, 이곳은 과학기술의 메카로 꼽히는 곳이다.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연구자가 재능을 발휘해 몰입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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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